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1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된데 이어 20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함으로써 민주당은 올 대선에서 바이든-해리스 티켓을 공식 출범시켰다. 바이든은 30세에 델라웨어주 연방상원의원이 된 뒤 47년만에 마침내 대권 도전 삼수의 결실을 맺은 것이어서 ‘미국판 인동초’라 할 만하다.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내년 취임일 기준 78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오랜 정치적 숙원이 목전에 다가온 듯하지만, 상원의원 6선과 부통령 8년이라는 묵직한 정치 관록에 비해 미미한 존재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정치인으로서의 바이든의 삶과 대선 후보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정리해본다.
■정치 입문과 주요 경력
1942년 펜실베니아주에서 태어나 올해로 77세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정치 경력은 무려 50년이나 된다. 28세 때인 1970년 시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불과 30세 때인 1972년 델라웨어주에서 출마, 공화당 현직 의원을 누르는 파란을 연출하며 역대 여섯 번째로 젊은 연방상원의원이 됐다.
이렇게 중앙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진출한 그는 이후 연방상원에서 내리 6선에 성공했고, 2008년 대선 때는 버락 오바마 대선 후보의 부통령으로 지명돼 이후 8년간 미국의 ‘2인자’를 맡았다.
바이든의 대통령직 도전은 이번이 3수만에 마침내 이뤄진 것이다. 1988년과 2008년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에 사퇴했고, 2016년에는 아들 보 바이든 사망의 충격으로 출마를 포기했다가 이번에 다시 도전했다.
바이든은 연방상원의원 당선 직후 부인과 딸을 교통사고로 잃는 아픔도 겪었다. 당선된 지 한 달 만에 사랑하는 아내와 13개월 막내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것이다. 이후 남은 두 아들을 5년간 홀로 키우다 1975년 고교 영어 교사이던 현재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재혼했다. 2015년에는 아끼던 장남이자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을 지낸 아들 보 바이든을 뇌종양으로 먼저 보내는 아픔까지 겪었다.
■대선후보 오르기까지
CBS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날까지 포함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은 모두 12번이다.
이렇다 보니 바이든은 전당대회의 고정 멤버가 됐고, 1972년부터 이날까지 단 한 번을 제외하고 12번의 전당대회에 참석한 단골손님이었다. 전대 연사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7번째였다. 더욱이 이날은 자신의 48년 전당대회 참석 역사상 마침내 대선 후보로서 주인공이 되는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첫 전당대회에 참석한 1972년 연방상원의원 선거 운동을 잠시 중단하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에서 열린 행사장을 찾았다.
바이든은 1988년 대선을 앞둔 1987년 출사표를 던졌지만 표절 스캔들에 휘말려 중도 하차했다. 공교롭게도 바이든은 1988년 전당대회 때 두 번째 뇌동맥 수술 후 회복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그가 불참한 유일한 전대였다.
바이든은 20년 후인 2008년 대선 때도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오바마 당시 대선 후보가 바이든을 러닝메이트로 낙점하면서 부통령 후보 지명자로 연단에 올랐다.
4년 후인 2012년 전당대회 때 부통령 후보로 또다시 섰다. 그리고 장남 보 바이든을 잃은 뒤 다음해에 열린 2016년 전당대회에서는 연설 초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세상은 모든 이를 부수지만 그 후에 많은 사람은 부서진 곳에서 강해진다”는 말을 인용해 아들을 잃은 안타까운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인내의 승리’
바이든은 올해 민주당 경선에서도 초반에는 거듭된 참패로 조기 사퇴론에 시달렸지만, 경선 과정에서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는 부침 속에 대역전극을 썼다.
바이든은 ‘대세론’을 구가하며 경선에 나섰지만, 첫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연이어 참패, 경쟁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크게 뒤졌다.
그러나 백인 중심 지역을 벗어나 흑인과 라티노 등 다양한 계층이 포함된 전국 각지 경선이 진행되면서 승기를 잡기 시작, 3월 ‘수퍼 화요일’ 대승으로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경쟁자들이 줄줄이 사퇴, 사실상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AP통신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대선후보로 공식적으로 지명됐다면서 이는 이전에 두 번 대통령직에 도전했던 바이든에게 “정치적 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물리치려는 민주당의 간절한 열망이 구체화된 것이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첫 주요 공직을 맡은 후 대선 후보가 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후보는 없었다”면서 “정치적 인내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안으로는 통합과 치유를, 밖으로는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내세운 바이든. 러닝메이트로 검사 출신의 흑인여성이자 초선 상원의원인 카말라 해리스(55)를 택한 것은 오바마·바이든의 시즌2를 연상케 한다. 바이든이 만들어 내는 품격 있는 정치와 리더는 어떤 모습일지, 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