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美 첫 환자, 증상 4~5일차
9~10일차 흉부 CT에 폐렴 소견
산소포화도 90%로 호흡 힘들어
산소치료·항바이러스제 투여
12일차 증상 사라지고 식욕 올라
폐 섬유화 후유증 가능성 적어
영유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간간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어떤 치료 경과를 보였을까. 미국의 저명 의학 학술지 ‘NEJM(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최근 발표된 중등도 이상 어린이 확진자 6명(1~7세)의 임상경과를 살펴보자.
중국 우한시 화중(華中)과기대 퉁지(同濟)병원 연구팀이 산하 3개 병원에서 지난 1월7~15일 호흡기 감염질환으로 입원한 16세 이하 소아청소년 366명의 인후 면봉 검체를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분석해보니 21.6%(79명)에서 바이러스가 감지됐다. 감지된 바이러스는 흔히 독감으로 불리는 A형·B형 인플루엔자 43명(11.8%), 감기 등과 관련된 아데노·엔테로 31명(8.5%), 코로나19 6명(1.6%) 순이었다.
6명의 코로나19 어린이 환자는 1월2~8일 증상이 나타났고 7~13일에 입원했다. 6명 모두 39도가 넘는 고열과 기침, 4명은 구토 증상을 보였다. 면역력·콩팥손상과 관련이 있는 림프구 수와 혈청 크레아티닌 농도는 6명 모두, 백혈구 수는 4명이 정상범위를 밑돌았다. 4명은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폐에 안개가 낀 듯한 전형적인 바이러스성 폐렴 소견이 보였다.
모두 항바이러스제·항생제·대증요법으로 치료됐고 입원 5~13일(중앙값 7.5일) 만에 회복됐다. 1명은 한때 소아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건강한 기증자의 면역글로불린을 투여받았다.
◇증상 6~9일 차에 해열제·기침완화제·식염수 처방= 미국 연구팀이 NEJM에 발표한 자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35세 남성)의 임상경과도 꽤 상세해 주목을 끈다.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높기는 하지만 건강한 비흡연자인 이 남성은 올 1월 중국 우한의 가족을 방문하고 15일 집으로 돌아온 뒤 기침, 주관적인 발열 증상을 보였다. 중국에서 ‘우한 폐렴(코로나19)’이 유행하는 시기여서 그는 동네 병원을 찾아 원인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지만 독감(인플루엔자)·감기 바이러스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 병원은 우한을 다녀온 이력 때문에 코로나19로 의심하고 워싱턴주 보건당국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신고했고 20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증상 5일 차에 음압격리병상에 입원했다.
환자는 입원 전후로 지속적인 마른 기침과 메스꺼움·구토 증상을 보였지만 숨가쁨·흉통은 없었다. 의료진은 입원 후 메스꺼움을 완화하려고 2ℓ의 일반 식염수와 항구토제(온단세트론)를 처방했다. 중국에서도 코로나19 환자 7만2,300여명을 분석했더니 열·기침 말고도 피로감·근육통(14~44%), 설사(10%) 증상이 있는 경우가 상당했다. 우리나라도 초기 확진자 28명의 경우 발열(25%)·기침(29%)·가래(21%) 등 폐렴 증상은 4명 중 1명꼴에 그쳤고 숨이 찬 증상은 4%(1명)에 불과했다.
입원 2~5일 차(증상 6~9일 차)에는 맥박이 빨라지고 간헐적 발열, 기침, 피곤함, 장 운동 저하, 배변 기능 저하와 복부 불편감을 보였지만 활력징후(혈압·맥박·호흡수·체온)는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호흡기·대변 검체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지(양성)됐지만 혈청에서는 감지되지 않았다(음성). 간·감염성 질환 때 올라가는 효소 수치 등이 입원 5일 차에 모두 상승했다. 의료진은 증상 관리를 위해 필요에 따라 해열제(4시간마다 아세트아미노펜, 6시간마다 이부프로펜), 기침 완화제(구아이페네신)와 6ℓ의 식염수를 처방했다.
◇산소포화도 95~100%가 정상인데 90%까지↓= 입원 5일 차(증상 9일 차)에는 흉부 CT에서 한쪽 폐에, 다음날에는 양쪽 폐에 폐렴 소견이 보였다. 환자는 입원 5일 차 저녁부터 호흡에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음날 손가락 끝에 ‘맥박산소포화도측정기’를 물려 말초동맥을 지나는 적혈구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했더니 90%(정상은 95~100%)로 떨어져 있었다. 산소를 제대로 실어 나르는 헤모글로빈이 그만큼 적어져 신체 여러 조직이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입원 6일 차에 분당 2ℓ의 산소를 비강 캐뉼라를 통해 보충하는 산소치료를 시작하고 에볼라치료제로 개발된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도 투여했다.
다행히 입원 8일 차(증상 12일 차)에는 산소포화도가 94~96%로 올라가는 등 환자의 상태가 크게 개선돼 산소치료를 중단했다. 흉부 CT에서의 폐렴 소견, 열과 간헐적 마른 기침을 뺀 코로나19 증상은 사라지고 식욕도 생겼다.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은 다른 폐렴과 매우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건강하고 젊은 환자의 경우) 폐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의료진이 깜짝 놀랄 정도로 폐가 안개 낀 듯 하얗게 변한 폐렴이 생겼는데도 환자가 별 증상을 못 느끼고 콧줄로 산소를 공급하며 안정시키면 회복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 했다. 메르스 환자에서는 CT 영상에서 이 정도의 폐렴 소견이 있으면 자발적 호흡이 어려워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하지만 건강한 코로나19 환자는 호흡에 별문제가 없거나 호흡에 약간 어려움이 있어도 자발적 호흡이 가능해 산소 마스크 치료 정도로 회복된다. 확진자 대부분은 폐렴 소견을 보였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폐가 섬유화돼 폐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도 낮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