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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세모 단상 (歲暮 斷想)

지역뉴스 | | 2019-12-28 16:16:41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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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람이 몹씨 불고 하늘은 흐리다. 가랑잎 더미가 바람에 실려 주섬주섬 한데 어울리듯 뒹굴고 다닌다. 아픔을 삭이듯 정처없이 쓸려다니는 가랑잎 덤불에겐 햇살 좋은 날들로 이어져야 겠다는 안쓰러움이 인다. 세상 흐름이 이즈음 날씨 같다. 송구영신에도 세모도 상관없이 갈수록 농무가 짙어져가는 후안무치한 정치 작태가 식체를일으킬 정도이다. 경제지표만 지웠다 세웠다를 거듭하는 경제 정책이며, 날마다 바뀌는 피켓들로 시민운동, 노동운동에 정치인들까지 가랑잎처럼 거리를 쓸고 다닌다. TV화면은 식상한 뉴스로 만삭이다. 전쟁 뉴스가 잠잠해졌다 싶으면 어디에선가 여전히 무기는 소모되고 있다. 누군가의 죽음에도 막후엔 정치가 덧얽혀있고, 한반도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으르고 달래는 강대국들 태도가 못마땅해 마음이 아프다. 밝은 빛을 한 줄기라도 바램했던 기대감의 잘못이라 탓하며 뉴스 채널을 닫아버린다. 매일 매일 속임을 당하는 것 같은 착각을 피하고 싶어 새해가 시작되기까지는 열지 말아야지, 알쏭한 결론에 도달한다.    

 

한 해의 끄트머리 매듭달과 새해의 첫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원단이 교차되는 시간이면 의례히 한 해를 보낸 석별보다 애석함과 후회로운 일들이 마음 바닥에 침전되어 있는 것들을 건져올리게 된다. 다난하고 분주했던 비지니스나 직장생활, 자녀문제나 가정사 보다 이모저모로 이어져온 관계의 불시착들이 유난히 커 보이는 시기가 되어지기도 한다. 관계의 흐름에 끼어든 불상사나 오랜 시간 지켜왔던 관계가 와해되거나 화기애애했던 관계들이 애증의 갈등으로 불시에 무너져내리는 일들이 송구영신 절기에 이르면 동그마니 떠오르기가 다반사다. 관계는 어쩌면 동물적 본능의 여지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관계가 시작되면 나란히 함께 가려는 시도보다 관계가 무르익어 가려는 시점이 되면 누군가는 선점을 잡고 지배자의 자리를 모색하게되고 갑이 되려는 투쟁처럼 보여지는 건 지나친 눈썰미일까. 관계가 허물어지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고 상처를 주고받는 아픔들을 겪게되고 사람이 무섭다는 결론이 거품처럼 남게된다. 관계의 보수를 위해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도 인정받지 못한체 세모 단상으로 남기도 한다. 

 

추 수 감사절기를 넘기기 무섭게 우체국은 분주해지기 시작하고 선물 상자를 안고 길게 줄을 서있는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선물 상자 속에 숨겨진 오밀조밀한 사연들로 기다림도 즐거워 보인다. 빨간 우체통이 사라지고 이메일로 카드를 보낼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지 오래지만 올해도 한 줄의 문안이더래도 손수 글을 쓰고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해마다 성탄과 근하신년을 겸한 연하장을 보내드릴 분들이 지난 해 보다 조금씩은 더 준비해야 하는 설레임이 있어왔는데, 선뜻 카드를 내밀기에 조심스러워지고 망설여지는 사연들로 명단에서 빠져나간 이름들이 횅하니 마음이 쓰인다. 관계란 허상 속에 숨겨진 진실의 면모가 빛이 바래져가는 노을처럼 해넘이 풍경이 되어버린 인연에게도 행운이 깃들기를 빌어본다. 예기치 않은 조우를 기대해보지만 이미 상업화된 마음 불씨에 모닥불을 피운들 따뜻해질까 싶다. 생이 한창 푸르렀던 날엔 먼 훗날이라는 말을 자주 써왔던 것 같다. 나를 돌아볼 겨를이 없을만큼 삶에 쫓김을 받을 땐 멋 훗날이 삶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줄 것 같은 위안을 붙들 수 있는 여지 때문이었던 같다. 하지만 이젠 남은 날이 더 짧아진 시점이라서 멋 훗날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의 한가함에도 기가 죽는다. 

 

한 생애가 너무 짧아 한뼘도 되지 않는다고 젊음들에게 고해바치고 싶어진다. 먼 훗날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더 이상 미루거나 주저하지 말것이다. 인생도 세상도 영원한 생존은 없음이요, 시간 또한 예외없이 기다려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세월에 기대어 보기도 하고 떠밀림을 당하기도하며 세월의 급한 물줄기를 놓치 않으려는 당혹스러움으로 세월에 매달리기도 했던 영상들이 낙엽이 내려와 눕 듯 하나씩 겹쳐지며 포개진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듯 세월의 매듭들을 지긋이 바라보며 지켜볼 수 있는 여유로움의 편만이 밀려들면서 느긋함으로 바라볼 수 있는 머무름같이 세월의 강어귀에 당도했다. 초대하지 않아도 세월은 오고 허락하지 않아도 가는 것이 세월이다. 지난 해 이맘때도 그랬었다. 세월의 소리가 어찌나 우렁차고 어찌나 세미했던지. 빗 소리에 젖기도 하고, 때로는 바람 소리에 실려 여울지고 가랑잎 서걱대는 소리와 더불어 세월이 잠식되고 있었던 것을. 새해라는 신선한 시간이 상큼한 단장을 하고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세모의 커튼 뒤에서 서성이고 있다. 저미는 그리움이 이별의 기도문이 되어 떠남과 해후로 엇갈림이 교차되는 길목에 서 있다. 세밑이라 뭔가를 정리하고 깨달아야할 것만 같은 부담감에 마음이 서성이고 복잡해지려 하지만  간결하고 담백하게 자신에게 솔직해 지는게 최선인듯 싶다. 아쉽고 미흡했던 부분 일랑은 채움을 위한 것이라 비워두며 지금에 충실하고 지금에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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