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상공에서 밖을 내다 보니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구름 뿐이고 그 밑에 보이는 것들이 바다인지 산천인지 분간 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이 꿈만 같다. 하지만 한가하게 감상에 도취 할 여유가 없다. 눈을 감고 있는 아내와 삼남매와 고아인 향이를 바라보면서 입국심사와 세관검사가 잘 될 것인가 아니면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갖가지 문제들과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래도 그런 나의 고민과는 상관없이 비행기는 목적지를 향해 잘도 날아간다. 시간과 밤과 낮이 계속 지나간 후 멀리 산들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미국이다 . 나도 모를 흥분이 벅차 올랐다. 꿈에 그리던 나라 내가 살기로 작정하고 선택한 나라 미국이 보이기 때문이다. 기체가 하강할수록 대륙이 선명해지면서 광활한 산과 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말로만 듣던 록키산맥이다. 구름 위에 떠있는 산 봉우리들에는 하얀 눈이 피어있고 산 허리를 구름들이 휘감고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비행기가 구름을 헤치고 하강하니 첫 기착지 시아틀이 펼쳐진다. 비행기는 서서히 록키산맥을 따라 잠자리처럼 사뿐히 공항에 안착했다. 드디어 미국에 도착한 것이다. 가족들을 데리고 다른 승객들을 따라 입국신고를 받기위해 줄을 서고 있는데 별안간 발 밑에 물이고여 살펴보니 고아 향이가 계속 실례를 하고있다. 김포공항부터 시아틀 공항까지 16시간 가량 참았던 소피가 터진 것이다. 어쩔수없는 생리적 현상이다. 향이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까 나의 불찰이다. 나는 다른 승객들이 불결하다고 항의를 할까봐 불안했다.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린아이가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워 말도 못하고 참았을까 승객들이 그것을 안다면 아무도 항의를 못할 것이다. 어찌됐든 무사히 입국심사를 끝내고 영주권을 받았다. 74년 그 당시 취업이민자들은 입국과 동시에 영주권을 받게 됐는데 고아 향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입양된 고아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무사히 해결됐으나 시간이 많이 지체 돼 짐을 찾으러가니 우리 짐만 산더미 처럼 남아있어 그것들을 전부 끌어다 세관 검사대에 옮겼는데 세관원이 이민 이삿짐이라고 그냥 통과하라고했다. 그런데 별안간 다른 창구에 있던 여자 세관원이 멈추라며 짐검사를 해야겠다고해 짐을 풀고 검사를 하게 됐다. 짐을 풀으니 오사리 잡동들이 산더미 같이 쏟아져 나와 남대문 시장을 방불케했다. 다행히 금수품이 적발되지 않아 다른 짐은 조사치 않고 통과하게 됐는데 풀어 헤친 짐을 다시 싸자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 타야하는데 시간이없어 항공사직원과 세관원들이 함께 짐을 운반해 뛰다시피 정신없이 워싱턴행 Northwest를 탑승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