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리사이틀 현장
애틋하게~ 강렬하게~
쇼팽곡 1시간30분 선사
“잊지 못할 공연” 찬사
‘건반 위의 구도자’가 들려주는 쇼팽은 음악 소리를 통해 모두 한 마음이 되게 했다.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피아노의 거장이 들려주는 쇼팽과의 대화에 완전히 흠뻑 빠져들었다.
LA에 가을이 깊어가는 지난 22일 금요일 밤 다운타운 콜번스쿨 지퍼홀. 본보 창간 50주년 기념 ‘피아니스트 백건우 & 쇼팽’ 리사이틀이 열린 이곳에서는 450여 객석에 청중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가운데 건반의 향연이 벅찬 감동으로 펼쳐졌다.
이날 공연이 시작되기 1시간여 전부터 지퍼홀 앞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남가주 한인사회를 위해 펼치는 보기 드문 공연을 직접 보기위해 온 많은 청중들로 북적였다.
티켓 판매 2주 만에 전석이 매진된 거장의 단독 공연은 관객층도 다양했다. 부부동반으로 오랜만에 클래식 나들이를 나온 중장년층이 많았고, 벅찬 기대감을 드러내며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젊은 층도 눈에 띄었다.
오후 7시30분.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무대 중앙에 서서 객석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한 후 피아노 앞에 앉았다.
끝맺지 못한 사랑노래처럼 애틋함으로 시작된 첫 곡부터 강렬한 여운을 길게 남겼던 그의 독주회는 6개의 야상곡과 3개의 왈츠, 즉흥곡과 환상 폴로네이즈 각각 한 곡씩, 그리고 발라드 한 곡까지 총 12개 쇼팽의 피아노 곡들이 이어졌다.
과장된 몸짓이 화려한 고개짓 하나 없이 오로지 피아노 건반에만 집중한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관조와 격정, 휘몰아치는 열정의 연주로 관객들로부터 감동과 존경을 담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1시간30분 동안 이어진 환상의 공연이 마무리되고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마지막 열두 번째 곡인 쇼팽 발라드 1번 G단조(작품번호 23)의 마지막 건반에서 손을 뗀 순간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자리를 떠날 줄 모르며 환호했다. 폭풍 같은 기립박수는 10여분 가까이 이어졌고,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세 차례에 걸쳐 무대에 나와 청중들에게 인사를 하며 화답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열화와 같은 관객들의 환호에 가슴에 손을 얹고 감사의 인사를 했고, 공연 후 “한국일보 미주본사 창사 50주년을 축하하는 연주를 할 수 있어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공연에 대해 35년 전인 지난 1984년대 한국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백건우 연주회를 기억한다는 한인 관객은 “당시 공연도 좋았는데, 이번에는 인생과 삶의 깊이가 묻어나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진한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은 “백건우 선생님의 보기 드믄 연주라 정말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라며 “언제 다시 이런 연주를 듣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감격해 했다.
즉석 사인회 인기 폭발… 홍명기 이사장 등 리셉션장 찾아 교류
공연 현장 이모저모
◎…지난 22일 콜번스콜 지퍼홀의 ‘백건우 & 쇼팽’ 공연장 앞에서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피아니스트 백건우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기다렸다. 이날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관객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예정에 없던 사인회를 즉석에서 가져 인기 폭발이었다. 사인회에 몰려든 청중들은 현장에서 구한 백건우 쇼팽 CD와 연주회 프로그램 등에 사인을 받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친필 사인을 받은 제니퍼 정씨는 “왜 그를 거장이라고 하는지 충분히 알 것 같다”며 “오랜 만에 받은 감동에 너무 행복해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백건우 리사이틀에서는 세계적 대가이지만 끊임없는 공부와 연습의 흔적과 표시들이 가득한 악보를 놓고 연주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는 한인들이 많았다. 이날 무대 바로 앞 객석에서 공연을 본 박민식 전 UCLA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노장 외과의사가 수술 전에 꼭 의학책을 보고 간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백건우 피아니스트도 보던 안 보던 악보를 앞에 놓고 연주를 하는 것에 머리가 수그려졌다”고 전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홍명기 M&L 홍 재단 이사장과 데이빗 류 LA 시의원 등 많은 한인사회 주요 인사들이 객석에서 백건우 피아니스트의 리사이틀을 감상하고 공연 후 리셉션장을 찾아 피아노 거장과 교류하기도 했다.
◎…이번 백건우 연주회를 보기 위해 상당수의 관객들이 남가주 전역은 물론 멀리 타주에서까지 와 공연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한인 레이몬드 김, 펄 김씨 부부는 이날 백건우 리사이틀을 보기 위해 라스베가스에서 LA까지 들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