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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마음을 훔치는 말

지역뉴스 | | 2019-09-12 17:17:31

칼럼,김건흡,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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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가 하면 말 한 마디로 천년 원수가 되기도 한다. 같은 내용의 말도 때와 장소 또는 말을 하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정적인 색깔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마음을 움직이면 상대방의 호감을 살 수 있다.

중국 전국시대 때 조나라의 효성왕이 즉위했다. 나이가 어려 모후인 조 태후가 국사를 관장하고 있었다. 기원전 265년 막강한 무력을 보유한 진나라 군사가 조나라를 쳤다. 조나라가 황급히 제나라에 구원을 청하자 제나라가 장안군을 인질로 보낼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장안군은 효성왕의 동생으로 조 태후의 막내아들이었다. 조 태후가 이를 듣지 않았다. 제나라 군사가 출병하지 않자 조나라 대신들이 속히 장안군을 인질로 보낼 것을 극력 간했다.

화가 난 조 태후가 마침내 엄명을 내렸다.“또다시 장안군을 인질로 보내자고 말하는 자가 있으면 이 노부가 반드시 그 얼굴에 침을 뱉을 것이다!”

이때 좌사 촉룡이 태후를 알현했다. 조 태후는 촉룡의 의도를 알고 이내 화난 표정으로 촉룡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촉룡이 조심스럽게 태후의 옆자리로 다가앉은 뒤 이같이 문후했다.“노신이 발에 병이 나 오랫동안 알현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혹여 태후의 옥체에 무슨 불편한 일이 있을까 걱정되어 이번에 태후를 알현코자 한 것입니다.”

조 태후가 대답했다.“이 노부는 간신히 가마에 의지해 나다니고 있소.”

“식사는 줄지 않았습니까?”

“겨우 죽에 의지해 살고 있소.”

이 와중에 조 태후의 안색이 점차 풀어지게 되었다. 촉룡이 틈을 놓치지 않고 이같이 청했다. “노신의 못난 자식 서기는 나이도 가장 어리고 불초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저의 몸이 쇠약해지자 사적으로 그를 더욱 가련히 여기고 사랑하게 됩니다. 원컨대 궁중의 시위 병사에 결원이 있으면 그를 충원해 왕궁을 호위케 해주시기 바랍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청하는 바입니다.”

조 태후가 물었다.“잘 알겠소. 자제의 나이는 지금 얼마나 되었소?”

“15세입니다. 비록 나이는 어리나 신이 죽기 전에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조 태후가 다시 물었다.“경과 같은 대장부도 막내아들을 사랑하오?”

“아마 부인들보다 더 심할 것입니다.”

그러자 조태후가 웃으며 말했다.“여자의 경우는 특히 심하오.”

촉룡이 말했다. “부모가 그 아들을 사랑할 때에는 그 계책이 심원해야 합니다. 부모는 자식을 애틋하게 여기기 때문에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심모원려도 마다치 않는 법입니다. 태후가 따님을 연나라로 하가시킬 때는 발꿈치를 잡고 이별을 아쉬워했습니다. 이어 멀리 떠나간다는 생각을 하고는 더욱 비통해했습니다. 출가한 뒤에도 잊은 날이 없었고 제사 때만 되면 축원키를, ‘소박을 맞고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이 어찌 자손만대에 걸쳐 보위를 잇게 해달라는 장구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조 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오.”

촉룡이 물었다. “지금 금상을 비롯해 선왕인 혜문왕과 무령왕 등 3대에서 시작해 멀리 3진이 시작되는 조열 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 매번 당대 군주의 자손이 보위를 이은 뒤 그 후대가 계속 보위를 계승한 적이 있었습니까?”

“없었소.”

촉룡이 다시 물었다. “조나라 말고 다른 나라는 어떠했습니까?”

“노부는 아직 듣지 못했소.”

촉룡이 이같이 말했다.“이는 화가 가깝게는 군주 자신에게 미치고 멀리는 그 자손에게 미쳤기 때문입니다. 어찌 그 자손이 반드시 훌륭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습니까? 벼슬만 높고 공적이 없거나, 봉록은 두터운데 수고한 일이 없거나, 보물을 너무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태후가 장안군의 지위를 높이고 기름진 땅에 봉하고 많은 재물을 하사했는데도 아직 나라에 공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일 불시에 산룽붕 하면 장안군은 무엇을 근거로 조나라에 의탁할 수 있겠습니까? 노신은 태후의 장안군을 위한 계책이 사려 깊지 못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장안군에 대한 애틋함이 연후에 대한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산릉붕’은 제왕의 죽음을 높인 말로 조태후의 사망을 지칭한다. 조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오. 그대가 그를 사신으로 보내겠다면 따르도록 하겠소!”

이에 좌사 촉룡은 장안군을 위해 수레 일백 승을 준비시킨 뒤 곧 그를 제나라에 인질로 보냈다. 제나라 군사가 이내 출병하자 진나라 군사가 물러났다. 촉룡이 조 태후를 설득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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