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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서재

지역뉴스 | | 2019-09-05 18:18:06

칼럼,투고,김건흡,서재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책과 사람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사람은 곧 읽는 것으로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뛰어난’ 사람들은 한 결 같이 자신의 근간이 된 것은 바로 독서였다고 역설한다. 독서는 자기성찰과 자기성장의 계기를 찾는 과정이다. 나만의 장서를 채운 서재를 갖는 것은 책을 읽으며 사색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지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려면 우선 자기만의 서재를 가져야 한다. 칸트·괴테·다윈이 수많은 고전을 펴낸 곳은 자기 서재에서 지력을 쌓은 결과이다.

코이 물고기는 어항에서 기르면 피래미가 되고, 너른 환경에서 기르면 대어가 된다. 코이는 환경에 자신을 맞추지만 사람은 능동적으로 자기 환경을 창조한다. 코이는 환경을 선택할 수 없지만 인간은 환경을 선택할 수 있다. 동물은 생존본능에 충실하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 중의 하나가 지력을 갖고 진화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생존에 관계없는 곳, 쓸모없는 곳에서 쓸모 있는 것을 발견한다. 쓸모없는 잉여적 활동에서 인문적, 즉 ‘지적 활동’을 인간은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책읽기는 자기만의 우주를 창조하고 자기 우주의 경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늘어난다. 앞 만 보고 달렸던 지난날 삶의 변곡점들을 기록하고 싶은 충동도 일어난다. 혹시라도 그런 생각이 든다면 주저하지 말고 글쓰기를 시작할 때다. 특히 노년의 삶을 살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내 안의 나와 만나는 자기 탐색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현재의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또 내일은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으로 글쓰기만한 것이 없다. 글은 삶을 대하는 철학적 사고를 가능케 할 뿐 아니라, 정돈되지 않은 생각을 정리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내 경험으로 말한다. 지나온 경험을 생각 속에 묻어두지 말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의 경험은 특별하다. 글을 통해 존재 이유를 세상에 알리는 수순을 밟아보라. 인생을 정리하는 보람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둘째, ‘사회적 연결성’이다. 나이 들수록 행동도, 생각도 점차 위축되고 고립되기 쉽다. 삶의 고립이 심해지면 우울증에 걸리거나 심하면 가슴 아픈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글은 또 다른 사람에게 나의 생각을 알리고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도구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감동받을 수 있다. 독자의 삶에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쌓인 자신의 인생 경륜과 지혜를 타인과 나누는 시간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셋째, 행복감이 높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마음속 스트레스나 울분은, 입 밖으로 토해내면 사라진다. 글 쓰는 사람들은 글을 통해 스트레스와 울분을 쏟아낸다.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안정되고, 고른 호흡으로 숨 쉴 수 있게 된다. 글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는 없어지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면 순간의 행복을 잡지 못하고 놓치기 십상이다. 참된 스승을 찾기 힘든 요즘 책은 나의 영혼의 멘토요 길잡이다. 책을 읽을 때, 책은 현실과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책의 가장자리는 우리 현실과 맞닿아 삶속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곧 미래를 향한 길이 된다. 서재에 꽂힌 책들은 내 안으로 들어와 나만의 고전이 되고, 지고한 철학이 되고, 후반생의 길이 되어준다.

침실 한쪽에 마련한 작은 공간이 내 서재다. 책상 한 개와 50여권의 책, 늙은 노트북이 전부다. 그리고 창가에 작은 화초 다섯 그루가 놓여있다. 노트북은 나의 머리를 녹슬지 않게 하고 사회생활과 연결해주는 최소한의 도구다. 이것만 있으면 어디든 사무실이 되고 내가 지금껏 만들어왔던 경력의 연장선상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 수 있다. 서재 이름은 ‘무일재(無逸齋)’.‘무일(無逸)’은 <서경(書經)> 무일(無逸)장에 나오는 말이다. <서경>에서 주공(周公)은 이렇게 말했다. “군자는 안일함을 즐기지 않는 법이다 (君子所其無逸)” 무일’이란 말을 택한 것은 그것이 내 삶의 방식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대 황제 약 230여 명 중 유일하게 ‘천년에 한번 나옴직한 제왕’이란 뜻의 ‘천고일제(千古一帝)’란 호칭을 얻은 청나라의 4대 황제인 성군 강희제(康熙帝). 그는 중국의 역대 황제 중 재위기간이 61년으로 가장 길게 왕위를 유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단순히 오랫동안 천하를 통치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중국 지도자들조차 가장 본받고 싶어 하는 최고의 리더십을 발휘한 주인공이 된 것은 한 마디로 ‘피를 토할 정도로 노력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강희제의 사람됨은 자손에 대한 자녀교육에서 잘 드러난다. 그의 교육방식은 중국 역대 황제의 자녀 교육에 비해서 대단히 엄격하고 특수했다. 강희제는 모두 35명의 아들과 20명의 딸이 있었고, 손자는 총 97명에 이르렀다. 황자와 황손이 공부하는 곳을 상서방(上書房)이라고 불렀는데, 이 상서방은 창춘원(暢春園)의 무일재(無逸齋)라는 누각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 ‘무일재’란 이름은 그의 자손들이 향락에 빠지지 않도록 바라는 염원으로 지어졌다. 그런데 나는 세 평도 되지 않는 누옥(陋屋)을 감히 ‘무일재(無逸齋)’라 이름 지었다.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펴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비록 세 평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이지만 고대광실 부럽지 않다. ‘무일재’는 나에게 글쓰기와 사색과 휴식의 공간이다. 나는 이 무일재에서 유유자적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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