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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일본을 알아야 일본을 이긴다

지역뉴스 | | 2019-08-22 17:17:56

칼럼,투고,김건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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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론을 부르짖던 일본의 칼끝이 150년 만에 또다시 한반도를 겨누고 있다. 같은 칼에 두 번 찔리면 그때부터는 찔린 사람의 책임이다. 감정적 대응은 잠시 미뤄놓고 일본 공부를 할 때다. 나를 잘 아는 상대보다 무서운 적은 없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할 때 청와대 조국 수석비서관은 “일본과의 경제 외교전,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 “싸워서 이기자”고 했다. 과거에 일본을 이기지 못한 것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듯 죽창과 의병을 이야기했다. 또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을 비난하면 친일파로 매도한다. 이른바 ‘친일과 반일’ 프레임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친일과 반일은 ‘민족과 반민족’ 프레임과 맥을 같이 한다. 반일을 하면 민족진영이고, 친일을 하면 반민족 진영이 된다. 이런 선동사고의 핵심에는 ‘민족’이 있다. 민족을 중심에 두고 ‘친일·반일’이라는 프레임에서 파생된 선동이다.

정치 지도자들은 과거 일본에 패배한 역사적 진실을 분풀이를 하기 위해서인지 죽창을 언급하며 싸워 이기자고 한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역시 민족적 반일정서로 똘똘 뭉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것은 감성적인 선동일 뿐,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과 논리가 없다. 민족적 반일 미움만 있으면 이길 수 있다는 내용뿐이다.

동학 농민혁명 당시 일본과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때는 1894년 공주 근처에서 일어난 ‘우금치 전투’다. 이 전투에서 동학 농민군은 2만6000명이 전사했고, 일본군은 단 1명 전사했다. 모든 전쟁의 목표는 승리다. 승리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전쟁에 임하는 것이다. 우금치 전투는 전사자 수를 놓고 봤을 때, 애초부터 전쟁할 필요가 없는 전투였다. 우리는 우금치 전투를 통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전쟁은 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지도자의 몫이다. 혼자서 애국한답시고 떠들어대면 본인은 시원할지 몰라도 그 희생은 농민군의 몫이 된다. 지도자는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농민군 2만6000명의 희생이 있었지만 적군을 단 1명밖에 죽이지 못한 전투에서의 전략은 단지 반일을 하자는 미움뿐이었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을 너무도 모른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은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일 외교와 대법원 일제 강제징용 판결이 발단이었다. 일본이 우리에게 던진 경제전쟁의 전략은 상품생산에 필요한 중간 자본재 수출 차단이다. 상품 간 수출입 전쟁이 아닌 자본재를 차단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공장 가동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이 같은 전략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경제전쟁에 임하는 일본의 준비다. 일본은 자신들을 철저히 객관화 시키는 자세로 모든 분야에 임한다. 주관적인 평가가 아닌, 객관화시켜 자신을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번 경제 전쟁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전쟁을 시작하기 전 자신들의 처지를 객관화시켜 철저히 분석한 후 확신이 들 때 행동에 임했다. 반면 우리는 이 사태를 철저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민족과 반일이란 감성의 무기를 전략으로 내놓을 수 있는 무책임한 전략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현실에 직면한 우리는 먼저 상대의 실체와 의도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일본은 잘 쓰면 약, 못쓰면 독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처와 분노로 가득 찬 가슴이 일본을 ‘왜놈’이라는 허위의 프레임에 가둬버리는 순간 모든 것은 오리무중이 된다. 상대는 의사가 환자 다루듯 우리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지 않은가. 누구의 이익이 될지는 자명하다. 그러니 생존을 위해서라도, 내 마음속에서 ‘왜놈’을 깨끗이 지워야 한다.

일본은 미국이라는 거울에 비춰볼 때 확실하게 파악된다. 미국과 전쟁도 했지만 미국의 마음을 사는 데 도가 통한 나라가 일본이다. 미국은 한·일 관계를 설계하고 좌지우지하는 나라다. 그래서 미국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국을 쉽게 다룰 수 있다고 일본은 믿는다.

지금 아베의 일본과 트럼프의 미국은 사실상 한통속이다. 한국이 아무리 읍소해도 미국은 중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일본보다 경제력과 정보력이 부족한 우리는 미국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우리와 달리 일본은 필요할 때마다 미국을 우군으로 만들었다. 1905년 을사늑약 직전의 장면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04년 ‘미국화한 명예 아리아인의 표본’인 가네코 남작을 파견해 하버드 법대 동문인 루스벨트를 구워삶았다. 주미 일본대사는 루스벨트를 ‘일본 치어리더’라고 본국에 보고했다. 물정 어두운 고종은 미국에 매달렸지만 일본을 키워서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은 일본의 한국 지배를 승인했다.

일본은 한국의 약점을 기가 막히게 파고든다.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무력화시키고, 한일협정의 틀을 깬 대법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방관한 것을 보복의 구실로 삼았다. 여기에 삼성,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3위의 D램 반도체 회사인 미국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공장 증설이 완료된 시점을 선택했다. 미·일 연합군의 협공을 노린 것이다.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지소미아)까지 파기하면 한·미·일 삼각동맹은 심각하게 흔들릴 것이다.

한국은 국권피탈 한 세기가 지났다. 또 다시 강대국들의 각축 속에서 나라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이다. 일본은 수출규제로 우리 경제의 목을 죄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 또다시 군국주의의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

마지막 조선 총독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가 조선을 떠나면서 남긴 말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민이 제 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결국 저들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조선은 결국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오늘날 일본 극우주의자의 한반도 인식은 여기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동북아에서 일본발 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북한 붕괴 때 일본이 북한 내 일본인 납치자들의 보호와 남한에 있는 일본인들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충분히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가 있다. 일본이 출동경호를 빌미로 유사시에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다.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 믿을 수 없는 상대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만큼 불안한 것은 없는 법이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그런 식의 핑계를 대며 한국과 중국을 침략한 게 사실이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후방지원을 한국군뿐만 아니라 일본군에 요청할 가능성도 크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에 미군 모자를 쓴 자위대의 진주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사실 일본 자위대가 미일 연합군의 일원으로 연합군 군복을 입고 주한미군기지에 주둔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이를 말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트럼프의 갈지자 행보에서 보듯, 미국은 합리적 이성에 의해 움직이는 자국 국익 우선의 나라일 뿐, 결코 한국의 안위를 위해 존재하는 천사는 아니다. 1945년 9월 8일 인천에 상륙하여 3년여에 걸쳐 군정을 실시했던 미군이 1949년 6월 말 철수한 이유는 한국이 자신들의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가며 지켜야 할 ‘가치가 없는 나라’, 즉 미국의 국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의 국익에 절실한 영향을 주는 나라가 될 수 없을 때 한국이 망하건 말건 미국은 관심 없을 것이다. 

미국은 합리적 이성에 의해 움직이는 자국 국익 우선의 나라일 뿐, 결코 한국의 안위를 위해 존재하는 천사는 아니다. 1945년 9월 8일 인천에 상륙하여 3년여에 걸쳐 군정을 실시했던 미군이 1949년 6월 말 철수한 이유는 한국이 자신들의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가며 지켜야 할 ‘가치가 없는 나라’즉 미국의 국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의 국익에 절실한 영향을 주는 나라가 될 수 없을 때 한국이 망하건 말건 미국은 관심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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