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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피아노 레슨

지역뉴스 | | 2019-08-20 16: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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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없는 딸을 어떻게 교육할까 생각을 하며 내린 결정이 도심이 아닌 시골로 가서 자연을 배우게 하자는 거였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은 스몰 타운이 조지아 남쪽의 토마스톤이었다. 남편은 주말이면 딸을 데리고 공원을 찾아 다녔고 환경오염을 생각하며 무심히 버려진 쓰레기 줍는 작업도 했다. 어느 날은 딸이 사용하는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죽은 뱀 껍질이 눈에 띄어 기절할뻔한 일도 있었다. 때로는 거북이 등만 가져오기도 하고… 시골은 나에게는 무료한 생활이었다. 딱히 할 것도, 볼 것도 없는 곳,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골프를 치는 것밖에는 없었다.

로컬 신문을 보다가 중고 피아노 판매가 눈에 들어왔다. 삼 백 달러에 집까지 운반을 해 준다기에 사기로 했다. 보기에도 오래된 골동품 같았지만, 주인이 연주를 해 보이는 데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 계기로 피아노 레슨이 시작되었다. 딸과 함께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피아노 선생님 댁으로 가서 매주 한 번씩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이번 레슨이 두 번째 도전이다. 한국에서 직업상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필요성을 느껴 시작했다가 인생 진로가 바뀌면서 그만두었다. 사실은 학창시절에 무척 피아노나 첼로 연주를 배우고 싶었다. 부모님은 오로지 공부만 하라고 했지 나의 소망을 들어주지 않았다. 고교 시절에 내 옆에 앉은 이름도 같은 경화는 음악수업 시간에 피아노 연주 실력이 좋다고 반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었다. 나도 배우고 싶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데 해 보지도 못했던 상처 때문인지 언제든 피아노는 배우고 싶었다.

삶 속에서 여유시간을 갖고 꾸준히 배우고 연습하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풀 타임 직업이 생겨 다시 레슨을 접고 말았다. 이렇게 몇 번을 번복하다가 딸의 대학 입학과 동시에 재도전을 시작했다.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다짐했지만 망가진 눈으로 오선지에 그려진 악보를 제대로 보기란 보이지 않는 바늘구멍을 찾는 느낌이었다. 언제나 선생님께 악보를 크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해야 했다. 기억력과 손의 감각이 심각하게 떨어짐을 체감하면서도 피아노를 가까이하는 것은 해 보고 싶었던 욕망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무심한 남편은 딸이 대학을 갔으니 피아노는 장소만 차지하니까 팔아 버리라고 하니 더욱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에서 하고 싶었던 일들이 많았지만 이루어진 것은 아주 적다. 어렸을 적에는 대학교수가 꿈이었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는 여러 사람의 삶을 직접 체험하고 싶어 연기자가 되어보고 싶어 했다. 사회인이 되어 직업을 선택해야 할 때는 땅만 디디고 사는 삶보다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우리에 갇힌 호랑이처럼 항상 한국에서 사는 내 자리가 갑갑하게 느껴졌다. 고교 시절에 첫 외국 경험을 시작으로 세상이 더욱 궁금해졌다. 결혼해서 평범하게 사는 삶보다는 미지의 세계로 가보고 싶었다. 미국 생활은 이런 나를 두 팔 벌리고 마음껏 숨쉬기 할 수 있게 했다. 만일 영주권이나 시민권 등의 제약이 없었다면 아직도 결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십 대부터 고민했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명제를 놓고 떠돌았을 것이다.

매번 몇 달도 못 가서 레슨을 포기했는데도 숙명인지 운명인지 아니면 아집인지 알 수 없는 피아노와의 인연을 놓고 씨름을 하고 있다. 숙련된 연주자들과 비교하면 아직도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 같지만 성취하고 싶었던 일 중의 하나이기에 끊임없이 피아노를 두드리고 있다. 인생의 마지막 고개를 넘기 전에 단 한 가지라도 제대로 갈무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꿈은 늙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듯이 더 늙기 전에 행동으로 실천함이 아쉬움과 후회를 덜 수 있을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사로 성공한 빌 게이츠가 하버드대 졸업식 날 연설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자신은 하버드 비즈니스학과 자퇴생이었으나 몇 십 년 후에야 졸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삶에서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되지 못 하는 일들이 반드시 슬프고 어리석은 일만은 아닌듯하다. 또한 낙오자도 아니다. 보고 생각하는 단순 시점에서 벗어나 긴 안목으로 본다면 승부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 같다고 생각한다. 늦음도 빠름도 상관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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