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입양인 협회장 아만다 애설론씨
지난달 한국서 꿈에 그리던 가족 상봉
"말은 안 통해도 한가족 바로 알아봐"
"말은 통하지 않아도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어요. 40년 넘게 서로 떨어져 살던 가족을 찾았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워요"
조지아한인입양인협회 창립자인 아만다 애설론(41) 씨가 최근 꿈에 그리던 한국의 가족들을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애설론씨는 지난달 마음속으로는 가깝지만 직선으로 7,104 마일이라는 먼 거리를 날아가 서울을 방문했다. 세계한인입양인협회(IKAA)가 개최하는 'Gathering 2019'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애설론 씨는 그토록 기다리던 연락을 받았다. 지난 3월 한국에 살고 있는 가족을 찾기 위해 서류를 제출한 뒤 두 달 만인 5월 그의 입양을 담당했던 동방사회복지회가 부모와 자매들을 찾았다는 연락이었다.
애설론 씨는 부푼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쉽게 일정을 맞추지 못해 애를 태우다가 한국을 떠나기 이틀전인 8월에야 겨우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1978년에 태어나 생후 3개월만에 미국으로 입양돼 가족과 생이별한지 42년만이다.
애설론 씨는 그동안 친어머니가 싱글맘으로 여러 자녀들을 데리고 있다 어려운 사정으로 자신을 입양 보낸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가 입양된 것은 가정형편 때문이 아니었다.
집안의 장남이었던 친아버지는 할머니로부터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줄 것을 강요 받았다. 하지만 딸만 6명이 태어나자, 할머니는 첫째와 둘째 손녀를 제외하고 나머지 손녀에게는 말도 걸지 않을 정도로 차가웠다. 결국 이를 견디다 못한 애설론 씨의 어머니는 여섯째까지 그런 대우를 받게 할 수 없다며 그를 입양시키는 길을 선택한 것.
이후 미국에서 성장한 애설론 씨는 생부와 생모, 그리고 자신의 다섯자매에 대한 소식을 전혀 접하지 못해오다 자신이 입양됐던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처음 자매들을 만나게 됐다.
애설론 씨는 학교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첫째 박금자 씨, 3년 전 남편과 사별했지만 두 자녀를 훌륭히 키워 사회에 당당히 내보낸 박선자 씨, 비즈니스 및 재정 분야에서 일하며 세 명의 자녀와 손자를 둔 셋째 박옥자 씨, 고등학교 3학년 딸과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다섯째 등을 만날 수 있었다. 넷째는 당시 타국 방문 중이라 함께 하지 못했다.
반가운 재회였지만 안타까운 소식도 들렸다. 친아버지가 심장마비로 1년 전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알츠하이머(Alzheimer's Disease)를 앓고 있었던 것이다. 애설론씨는 "아버지는 익산에 유골로 분향소에 계시고, 어머니는 수원 너싱홈에 계셨어요.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시는 와중에도 자신이 막내를 보내야만 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눈물을 보이셨죠"라며 언니들과 함께 어머니를 만나러 갔던 때의 애잔한 심경을 설명했다.
최근 애틀랜타로 돌아온 애설론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과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 것은 슬프지만 이제 내 인생에 언니라고 부를 수 있는 가족들이 5명이나 더 생겼어요. 앞으로는 자주 연락하고, 한국에도 자주 만나러 가려고요"라며 기쁨을 표현했다. 애설론 씨는 여건이 닿는 대로 한국을 다시 한번 방문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이인락 기자
40여년 만에 만난 아만다 애설론(앞줄 오른쪽 앉아 있는 이)씨와 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