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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휴가 별장, 렌트 수입까지…’환상이었네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6-28 1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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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 콘도‘타임 쉐어링’‘프라이빗 레지던스’

매물 넘쳐 가격 폭락, 에어비앤비 등 경쟁 날로 손실

중년의 위기는 부동산 투자에도 온다. 인식과 개념이 현실과 갖는 괴리 때문이다. 재정 관리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에서 늦은 나이에 자칫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리조트 콘도에 투자했다가 무려 75%나 폭락한 값으로 매각한 사례를 소개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로버트 허는 최악의 부동산 투자로 돈을 날린 게 본인의 탓이란 사실을 순순히 인정한다. 올해 71세로 모기지 브로커이자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는 그는 유명 리조트에서도 가장 목이 좋은 콘도의 지분 25%를 구입했었다. 분할 소유권 부동산에 투자한 것이다. 그전에 더 알아 봐야 할 게 많았지만 그는 간과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그 역시 탁트인 오션뷰와 폐를 씻는 듯한 맑은 바닷 공기에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경고음을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에 있는 집에서 90마일을 운전해 바닷가 콘도에 닿으면 일년 중 13주 동안은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 본인이 사용하지 않는 기간은 렌트를 줘서 투자 비용을 뺀다는 전략도 세웠다.

크게 틀린 건 아니었다. 관리비용으로 들어간 돈보다는 그래도 매년 몇백 달러는 건졌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손해가 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콘도의 지분을 매각했을 때는 가격이 무려 75%가 폭락한 뒤였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바닷가 유명 부동산인데, 왜 다시 팔았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론은 그럴 듯하지만, 현실은 달라요.”

이처럼 분할 부동산의 가치는 오랜동안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다. 비관론자들은 도박이라고 비판하고, 지지자들은 휴가용 부동산을 가장 똑똑하게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휴가용으로 세컨드 홈을 사도 어차피 일년에 불과 몇 주 밖에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소유권을 나눠 지분을 사고 일정 기간 나눠 사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오늘날 통용되는 분할 소유권 부동산은 1960년대에 콘도 한 채를 일정한 기간 동안 여러 명이 나눠쓰는 ‘타임 셰어링’(Time Sharing)으로 시작됐다. 유럽에서 처음 등장했다가 하와이로 번졌다. 그러다 미 전역의 휴양지로 확산됐으며 멕시코를 거쳐 다시 유럽까지 유행했다. 90년대까지는 메리옷, 힐튼 같은 대형 호텔 체인들이 이 분야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타임 셰어링 부동산도 다른 많은 부동산 유행과 마찬가지로 한물 가버렸다. 타임 셰어링 부동산 열기가 사라지면서, 1990년대부터 분할 소유권 방식이 무대에 등장했다. 그리고 결국 이제는 호화로운 스키장 별장과 바닷가 빌라가 대신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제 분할 소유권 부동산 비즈니스는 세 부류로 진화되고 있다. 콘도 한 채를 여러 명이 지분에 따라 분활 소유하는 기존의 방식이 있고, 회원제로 휴양지 타운홈 단지를 이용하는 ‘프라이빗 레지던스 클럽’ 방식이 있다. 또 아예 위락 시설이 갖춰진 단지 안에서 초호화 저택을 회원들만 사용하는 ‘데스티네이션 클럽’도 있다.

기본적으로 앞의 두 방식은 거의 비슷하다. 다만 프라이빗 레지던스 클럽이 보다 업그레이드 된 버전이다. 데스티네이션 클럽은 컨추리 클럽 멤버십과 비슷하다. 회원이 사용료(Initiation Fee)를 내고 호화 주택을 렌트해 머문다.

로버트 허는 2008년 캐나다 밴쿠버아일랜드에 위치한 파크스빌에서 비치클럽리조트의 콘도 지분을 구입했다. 그와 부인은 은퇴 후에 같은 섬에 있는 빅토리아 시로 이주했다. “빅토리아와 파크스빌 사이에는 기차가 운행했어요. 우리는 이렇게 생각했죠. ‘두 시간 반 정도 기차를 타고 가는 게 정말 좋지 않아?’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죠.”

그러나 몇년이 안 돼 기차 운행은 적자로 인해 중단됐다. 그는 투자에 쓴맛을 봤다. 타이밍도 아주 나빳다. 부동산 버블이 터질 즈음 콘도 지분을 샀다. 분할 소유 부동산 시장이 한물 가면서 그가 가진 콘도 지분의 가격도 폭락했다. 북미 지역의 분할 소유 부동산 시장은 2007년 피크를 이루면서 23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직후부터 급속히 하락해 지난해에는 4억7,1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도 이 가운데 61%는 데스티네이션 클럽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된데는 몇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홈 에퀴티 활용폭이 줄어든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예전에는 홈 에퀴티를 이용해 분할 소유권을 매입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휴가용 부동산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도 원인이 됐다. 여기에다 에어비앤비, 브라보(Vrbo) 같은 홈 셰어링 사이트까지 나타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 크리스토퍼 마이어 교수는 “분할 소유 부동산이나 휴가용 주택을 매매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사람들이 가치를 잘못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부동산의 가치는 대부분 그것을 사용하는데 있으며, 휴가용 콘도나 주택의 분할 소유 지분은 훌륭한 투자처가 아니다”는 것이다.

미국과 카리브 연안에는 수많은 바닷가 휴양지가 있다. 마음에 드는 곳이면 얼마든지 소유할 수 있다. 마이애미비치 처럼 특이한 곳을 찾는 게 아니라면 모두 별로 다르지도 않다. 스키 리조트도 마찬가지다. 콘도를 지을만한 땅과 산이 주변에 널려 있기 때문에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값이 뛸 것이라는 생각으로 휴가용 부동산을 사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에 가격이 진짜 오르기라도 한다면, 사람들은 서둘러 리조트를 더 짓고 더 돈을 벌려고 들 것입니다. 기존 바이어들에게는 고마울 일이 아니에요. 더 새로운 휴가용 콘도나 주택이 건축되고 더 많은 매물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마이어 교수의 지적이다.

로버트 허는 지분을 매각하기 이전에 비치클럽리조트를 콘도미니엄으로 전환하자고 공동 소유주들을 설득했다. 날려 버린 투자금을 회수해 보려는 몸부림이었다. 공동 소유주는 무려 300명이 넘었다. 겨우 23명이 동의했고 그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마이클 커비 변호사는 이런 움직임은 일상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인 이유로 휴가용 부동산 지분을 매입하고 겨우 몇 주 사용하는데 만족한다는 것이다. “진짜 비용이 얼마나 드는 지를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매번 따로 관리비를 내면서도 자기 지분의 시세가 얼마인지도 측정이 안되요. 그러다보니 손을 털고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 지도 판단이 서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손해를 보면 또 다른 사람에게는 행운이 될 수도 있다. 팜아일랜드프로퍼티의 제너럴매니저인 릭 브루넷은 “올해야말로 분할 소유권 부동산을 주울 수 있는 적기”라고 주장했다. 1980년대 지어진 분할 소유식 콘도 12채가 48개 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지난해에는 한 채도 팔리지 않던 것이 올해 들어 벌써 지분 4개가 매매됐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여섯 개가 매물로 나와 있는데 이중 두 개는 현재 펜딩에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다.

“나중에 팔 때 돈을 버는 게 아니에요. 구입할 때 돈을 버는 거지요. 제 값에 사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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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아일랜드의 파크스빌에 위치한 비치클럽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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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 소유권 부동산 시장은 지난 2007년 피크를 이루다 이후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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