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들목 교회 시도 주목
"대형교회는 본래 역할 퇴색"
순회설교단 운영등 “연대 유지”
비대한 몸집이 효과적인 활동력을 발휘하는 게 쉽지 않다. 교회라고 다를 바 없다. 근육이 줄고 지방이 늘면 병이 들기 마련이다. 대형교회의 길을 스스로 거부하고 규모를 쪼개는 것도 교회의 본질적 사명과 복음의 핵심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다.
서울에 위치한 나들목교회가 대형화하는 현대 교회의 흐름을 뒤로하고 스스로 교회 분립에 나선다. 나들목교회는 지난 2001년 김형국 목사가 대학로 소강당에서 개척했다. 나들목교회는 ‘가정교회’라 불리는 소그룹 중심 사역이 활발하다. 예산의 30% 이상을 지역사회 섬김에 사용하는 등 교회 본연의 모습을 추구하는 노력이 알려지면서 출석교인이 1,300명을 넘어섰다.
나들목교회는 지난 19일 서울 대광고등학교 강당에서 설립 18주년 기념 예배를 올리고 교회를 5개로 공식 분립해 서울과 경기도 5개 지역에 새롭게 둥지를 튼다. 본교회는 유지하면서 지교회를 세우는 분가 형식이 아니라 교회 전체가 해산해 재정과 인사, 지역 맞춤 사역 등 교회 운영이 완전히 독립된 분립의 길을 간다.
나들목꿈꾸는교회(남부)는 수서교회 비전동산에서, 나들목동행교회(동부)는 서울외국어고 비전홀에서, 나들목양평교회(경기 양평)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다락방에서, 더불어함께교회(중부)는 기존에 사용하던 대광고 대강당에서, 서로교회(서부)는 한빛미디어 리더스홀에서 각각 주일예배를 하게 된다. 다만 5개 교회는 나들목교회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연대를 이뤄 사명과 전략을 공유한다. 5명의 각 교회 목사가 순회설교단을 꾸려 한 교회에서 1개월씩 돌아가며 설교할 예정이다. 나머지 기간은 대표목사가 자기 교회의 설교를 맡는다. 또 목회자 간 연대를 넘어 성도들 사이에서도 연대가 가능하도록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나들목교회의 교회 분립은 내부적으로 장기간 준비하며 개인이나 소수의 결단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다. 교회 분립은 2014년 연례워크숍에서 중장기과제로 떠올랐고, 이듬해에는 ‘나들목2030TF’를 구성해 교회의 미래구상을 본격화했다. 2016년에는 논의의 결과물로 ‘네트워크 교회의 비전’이 제안됐다.
이에 따라 가정교회 목회자, 중간 리더, 성도들까지 순차적으로 교회 분립 비전을 공유하는 공청회를 열었고 2017년 4월 전체 투표를 통해 교회 분립이 최종 결정됐다. 나들목교회 측은 “이런 순차적인 (의사결정) 방식은 일반적인 다수결과 여러 면에서 달랐다”며 “성경에서 배운 것을 현대에 적용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들목교회 김형국 대표 목사는 평소 200~300명 정도의 교인이 교회의 적정 수준이라고 밝혀 왔다. 그 이상이 되면 성도끼리 알지도 못하고 공동체로서 교회의 역할이 퇴색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이번 교회 분립을 앞우고 “나들목 공동체에 대한 그림은 아직 선명하지 않다”면서 “시대적 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있는 ‘그리스도의 몸’이 될 것인가가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나들목교회는 신앙공동체로서 본질을 기키려는 노력의 하나로 5개 교회 분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