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아이오와·워싱턴·캔사스주 등 좋아
샌디에고·산호세·LA는 좋은 급여 받기 힘들어
좋은 일자리는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특히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들이 어지간한 봉급을 주는 직장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기사를 통해 지역을 바꾸는 게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만약 대학을 중퇴했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사회에 진출할 작정이라면, 일자리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충고가 있다. ‘워싱턴DC와는 거리를 두고, 뉴욕은 가지 말 것이며, 샌프란스시코는 머리에서 지워버려라. 괜찮은 급여를 받는 일을 하고 싶다면 톨레도, 데모인 그리고 버밍햄으로 가라.’
학사 학위가 없는 25세 이상 미국인은 1억4,000만 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의 일자리 전망은 그다지 밝은 편이 아니다. 대학은 다녔지만 4년제 학사 학위가 없는 경우 중간 급여 수준은 현재 주당 835달러 정도이다. 물가상승을 감안해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약 10% 낮아진 것이다. 학사 학위가 있는 사람은 보통 이보다 3분의1을 더 받는다.
하지만 현실을 잘 들여다 보면 학사 학위가 없어도 이보다는 얼마든지 나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떻게 찾아내느냐 하는 것인데, 모두가 아는 뻔한 곳에서는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연방중앙은행 필라델피아 지점의 키스 와드립과 클리블랜드 지점의 리사 넬슨, 카일 피 등 세 명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가 있다. 이들의 보고서는 매우 의미심장한 권고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의 첫째 사항은 수퍼스타 대도시는 멀리 하라는 것이다. 이런 곳에는 하이텍 붐이 일어나고 건강, 재정 분야 일자리가 끊임없이 창출된다. 하지만 대부분 모두 학사 이상 학력 소지자를 위한 직업들일 뿐이다. 학위가 없다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다.
학사 학위가 없는 근로자가 ‘괜찮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이번 조사에 따르면 오하이오 주의 톨레도 시가 1위에 등극했다. 조사는 전국의 메트로폴리탄 광역 도시권을 대상으로 급여 수준이 양호한 일자리 가운데 학사 학위가 없는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톨레도 시는 좋은 일자리의 34%를 학사 학위가 없는 근로자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래스카 주의 앵커리지가 31.5%로 2위를 차지했으며 3위는 아이오와 주 데모인(30.8%), 4위 앨러배마 주 버밍햄(30.6%), 5위에는 일리노이 주 세인트루이스(30.3%)가 올랐다.
상위 10위 권에는 이들 도시 이외에 아이오와 주 세다래피즈(30.3%),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30.1%), 켄터키 주 렉싱턴(29.8%), 워싱턴 주 스포케인(29.7%), 캔자스 주의 캔자스시티(29.6%) 순서로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에서는 학사 학위가 없어도 상당한 수준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은 셈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고학력자를 위한 일자리가 많고 4년제 대졸 이하 학력자 직장이 적은 지역은 어디일까. 1위는 캘리포니아 주의 벤추라 시로 나타났다. 벤추라 지역에서는 학사 학위가 없는 사람이 어지간한 수준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16.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를 콜로라도 주의 불더(16.6%)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머틀비치(16.5%), 캘리포니아 주의 샌디에이고(16.2%), 플로리다 주 데이턴비치(16.2%)가 이어갔다. 이 밖에도 캘리포니아 주의 산호세(15.5%),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15.5%),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15.4%), 뉴욕(15.3%), 워싱턴DC(14.6%) 등 유명 지역들이 10위까지 순위를 채웠다. 이들 지역에서는 학사 학위가 없는 사람이 상당한 급여를 받기가 그만큼 힘든 것이다.
그러면 과연 ‘좋은 일자리’란 어떤 직장인가. 연방중앙은행의 와드립, 피, 넬슨 세 사람은 아주 간단한 기준으로 정리했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전국의 중간 연봉 수준은 3만7,690 달러인데 이보다 급여를 더 주면 된다. 여기에다 각 지역별 생활비를 적용한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몬태나 주의 스프링필드에서는 최소한 3만3,100 달러를 받으면 ‘괜찮은 직장’ 축에 속할 수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로 가면 기준이 4만7,900달러로 껑충 뛴다.
이런 좋은 일자리가 학사 학위가 없는 사람에게도 얼마나 오픈돼 있을까. 조사팀은 전국의 121개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3,000만 개에 달하는 구인 광고를 모아 최저 학력 요구 사항을 분석했다. 학사 학위가 없어도 각 지역에서 중간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을 경제학자들은 ‘기회의 일자리’라고 이름을 붙였다.
과연 어떤 직종이 여기에 포함될까. 1위는 RN간호사가 차지했다. RN간호사는 학사 학위가 없어도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137만4,000개나 됐으며 학사 학위가 필요없는 ‘기회의 일자리’ 비중이 66%나 됐다.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갖추면 학사 학위와 상관없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일자리가 많은 직종은 트레일러 및 대형트럭 운전사로 103만2,809개의 일자리가 오픈돼 있으며 ‘기회의 일자리’ 비중이 93%에 달했다. 다음으로는 어카운팅 회계 관련 직종으로 58만1,500개 일자리에 53%가 ‘기회의 일자리’에 해당됐다.
또 수리 및 관리 기술자(49만1,300개-54%), 목수(45만7,500개-92%), 전기 기술자(45만3,800개-100%), LP 또는 LVN간호사(44만6,400개-100%), 사무책임자(43만3,000개-40%), 현장 매니저(43만2,300개-26%), 도매 및 제조업 세일즈맨(42만6,500개-40%)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미래 일자리 현황에 희망을 던져 준다. 대략 2,200만 개의 일자리가 중간 수준 이상의 급여를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메트로폴리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5분의1 정도이다.
보통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RN간호사가 되려면 학사 학위가 필수적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무려 66%의 일자리는 학사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비서나 사무직의 46% 역시 학사 학위 없이도 중간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컴퓨터 지원 기술자도 53%의 일자리에서 학사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들 직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RN간호사의 경우 2016년부터 2026년까지 10년 사이에 거의 5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지난 5년 사이에 고용율이 높아지고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고용주들이 직원 채용 때 학력 기준을 점점 낮추고 있는 추세다.
지역별 편차는 아주 크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애쉬빌에서는 컴퓨터 지원 기술자를 구할 때 5곳 중 4곳 이상이 학사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로 가면 비율이 3곳중 1곳으로 크게 줄어든다. 간호사 일자리도 노스캐롤라이나 주 랄리에서는 학사 학위 소유자를 원하는 곳이 절반도 안 된다. 그러나 앨러배마 주 헌츠빌에서는 85%로 급등한다. 어디에서 일자리를 구할 것인지에 따라 선택의 여지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Doug Chayka/ 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