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은 아동에게 발생하는 가장 흔한 만성 질환 중 하나다. 천식 치료를 위해 ‘흡입기’(Inhaler)가 주로 처방되는데 흡입기 사용은 아동 환자에게 일종의 ‘의료 독립심’(Medical Autonomy)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다. 흡입기 치료 효과는 아동, 성인 구분 없이 올바른 사용에 달려있다.
폐의 소기도를 따라 막으로 형성된 ‘민무늬근’(Smooth Muscle)은 각종 천식 증상에 매우 민감하게 작용해 기도를 수축시키는 반응을 한다. 따라서 천식 치료제가 막힘없이 기도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흡입기를 사용한 치료가 필요하다.
흡입기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s)와 ‘기관지 확장제’(Bronchodilators) 등의 두 가지 천식 치료제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는 폐의 만성 염증을 가라앉혀 천식 증상 악화를 막아준다. 기관지 확장제는 민무늬근을 이완시켜 치료제가 잘 통과하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
지난 2월 의학저널 ‘앨러지 및 임상 면역학 저널’(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In Practice)에 게재된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은 물론 성인 환자들의 잘못된 흡입기 사용으로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콜라라도 아동 병원 천식 클리닉 윌리엄 C. 앤더슨 박사에 따르면 흡입기를 올바로 사용하기 위해서 적어도 7단계를 거쳐야 한다. 가장 먼저 흡입기 뚜껑을 개봉한 뒤 약 3~5초간 잘 흔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스페이서’(Spacer)를 연결한다. 스페이서는 흡입기와 환자 입 사이에 공간을 형성하는 도구로 치료제 흡입을 돕는 작용을 한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흡입구’(Mouth Piece)나 마스크를 공기가 새지 않도록 입안 또는 입 주위에 갖다 댄다. 그리고 흡입기를 누른 다음 분사되는 치료제를 스페이서를 통해 천천히 그리고 깊게 들이마신다. 휘파람 소리와 같은 경고음 장치가 있는 흡입기의 경우 휘파람 소리가 나면 흡입이 잘못됐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치료제를 흡입한 뒤 약 10초간 호흡을 멈추고 난 뒤 다시 숨을 내쉬어야 한다. 그러고나서 약 1분간 기다린 뒤 두 번째 흡입을 실시하는 것이 올바른 흡입기 사용법이다.
두 번째 흡입이 너무 빨리 실시될 경우 올바른 사용법이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7,55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약 84%의 환자가 첫 번째 흡입 뒤 30초 이내에 두 번째 흡입을 실시했고 50%가 넘는 환자는 15초도 기다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앤더슨 박사는 “환자들에게 올바른 흡입기 사용을 교육하기 위해서 의사들이 먼저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몬트리올 대학 예방의학과 프랜신 더차미 박사에 따르면 아동 환자에게 특정 치료법이 잘 듣지 않는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사용 기술 부족’(Inadequate Technique), ‘치료법을 완전히 지키지 않을 때’(Suboptimal Adherence to the regimen), ‘다른 건강상의 이유’(Coexisting Medical Issue), 고양이 앨러지와 같은 ‘환경 자극’(Environmental Trigger) 등이다.
이중 ‘치료법을 완전히 지키지 않는 경우와 사용 기술 부족에 따른 원인이 가장 크다’라는 것이 더차미 박사의 지적이다. 더차미 박사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올바른 사용법을 따르다가도 나중에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을 찾아내 새 방법에 금세 익숙해진다”라며 “기대했던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새 치료법을 시도하기 전에 네 가지 원인부터 점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천식 자녀에게 흡입기 치료를 실시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8세 이상 자녀의 경우 독립적으로 흡입기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흡입기가 빈 사실을 인지한다고 상당수의 부모들이 대답했다. 하지만 부모들이 먼저 올바른 흡입기 사용을 지속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자녀가 흡입기를 올바로 사용할 것으로 믿는 부모가 많지만 자녀가 12세 미만일 경우 부모는 자녀의 올바른 흡입기 사용을 항상 지켜봐야 한다. 앤더슨 박사에 따르면 흡입기 사용 기술이 가장 뛰어난 연령대는 4~11세였고 18~29세 사이 환자들 중 잘못된 사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는 자녀의 연령이 낮을 경우 자녀의 흡입기 사용을 감독하는 부모의 비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흡입기를 잘못 사용하면 천식 증상을 더욱 악화시켜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일이 발생하거나 여러 스포츠 활동에도 참여할 수 없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치료 효과가 없어 환자는 물론 부모도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강도가 높은 약품이나 치료법이 처방되는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콜로라도 아동 병원 아동 천식 연구 프로그램의 스탠리 지플러 박사는 “치료 효과가 우수한 약품이 많기 때문에 천식 치료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라며 “환자와 부모 간 원활한 소통과 교육을 통한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천식 치료용 흡입기를 잘못 사용해 기대했던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