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침대냐, 크루즈여행이냐 정답은 침대
하루종일 일한다면 편한 의자·신발이 가치
로봇청소기처럼 시간·에너지 절약 등 중요
돈다발 횡재를 꿈 꾸는 게 달콤하기는 하지만 대신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있다. 우선 매일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쓰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나서는 하루 중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쓰는 것에 돈을 투입하라. 뉴욕타임스(NYT) 에릭 레이번스크래프트 경제 칼럼니스트의 조언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돈과 행복의 함수는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중요 관심사였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진정한 만족이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더구나 돈과 행복의 함수에 시간을 대입해 해답을 제시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자동차나 셀폰을 구입할 때 돈을 어디에 쓰면 가장 이익인지 리서치를 하고 이리저리 심사숙고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원칙도 실제 자기 일로 닥치면 그렇게 부지런을 떨기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조심을 한다 해도 돈이란 것은 순식간에 날아가기 마련이다.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이 있다. 바로 자신이 시간을 많이 쓰는 곳에 돈을 쓰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택스 시즌이 돼 세금보고를 하고 택스 리턴을 받았다고 치자. 그 중 얼마는 자신만을 위해 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디에 돈을 써야 좋을까? 멋진 식사를 할까? 그동안 사고 싶던 캠핑용품이나 골프용품?
모두 그럴싸한 생각이다. 하지만 매일 많이 하는 것을 더욱 향상시키는데 돈을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길이다.
예를 들어 침대를 샀다고 치자. 침대에서는 매일밤 여덟 시간 정도를 지낸다. 좋은 침대나 베게를 구입하는 것보다는 크루즈 여행을 하는 게 훨씬 재미있을 수 있다. 그러나 침대를 산 뒤 몇달 아니 몇 년 동안 잠자리에 들 때마다 누리는 이득과는 비교가 안 된다.
새로 무언가를 살 때 ‘시간당 값어치’를 고려하라
이건 편리함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구입하는 것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 돈을 쓰는 게 더 돈을 절약시켜 준다는 이야기다.
연초에 멋대가리는 없어도 아주 편한 사무실 의자를 160달러에 사고, 수퍼마리오 파티 비디오 게임 구입에 60달러를 지출했다.
의자가 아무리 좋고 비디오 게임이 아무리 그저 그렇다고 쳐도 비디오 게임이 당연히 의자보다 더 재미있어야 한다.
더구나 들어간 돈도 비디오 게임이 의자보다 100달러 적지 않았는가. 그러면 게임에 훨씬 더 빠져들어야 정상아닌가. 값도 싸고, 오락거리인데다,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놀 수도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비디오 게임보다 의자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지금까지 한 번에 한 두시간 씩 열두어 번 정도 비디오 게임을 갖고 놀았다. 혼자서 한 시간과 친구들과 같이 플레이 한 시간을 모두 합쳐도 비디오 게임을 갖고 논 시간은 20시간을 넘지 않았다.
비디오 게임을 60달러를 주고 샀으니 시간당 3달러 정도를 주고 논 셈이다. 나쁘지 않은 계산이다. 극장에 가는 것보다는 아주 싸게 든 편이다.
그렇지만 집에서 업무를 보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 보낸 시간은 일주일에 5일간 매일 여덟 시간이 넘는다. 3개월 치만 계산해도 480시간을 의자에서 보낸다. 그래도 의자 구입에 들어간 돈은 여전히 160달러다. 그러나 의자에 쓴 돈은 시간당으로 따지면 33센트 뿐이다.
일년 후에는 시간당 8센트로 뚝 떨어진다. 똑 같은 효과를 볼려면 수퍼마리오 비디오 게임을 750시간 이상 갖고 놀아야 한다. 재미있는 게임이기는 하지만 그럴 정도는 아니다. 물론 하루에 한 시간도 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지만, 악명높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에 수백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면 컴퓨터 대신 비디오 게임을 산다고 해서 뭐라 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결론은 이것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 돈을 쓰는 게 더 큰 가치를 얻는 길이고 효과도 크다. 그렇다고 시간을 적게 보내는 것이 다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많은 기대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을 찾아내라
이제 ‘산수 셈법’은 알겠는데 실천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 번째 단계는 일상의 삶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를 알아야 한다. 연방 노동부의 통계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일과 수면, 여가 생활 등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에 여덟 시간 반에서 아홉 시간 정도로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어서 잠자는 시간은 평균 여덟 시간 미만이다. 그리고 레저나 스포츠같은 여가 활동에 보내는 시간은 하루 세 시간도 안된다.
그러니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일하는 직업을 가졌다면 서서 일하는 스탠딩 데스크 또는 자세 유지를 도와주는 서포티브 체어에 돈을 들이는 게 안락함을 증진시키는 방법이다. 반면에 소매업이나 서비스 업종,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편안한 신발을 사는데 돈을 쓰는 게 낫다.
잠자는 시간이 다음으로 많으니 잠자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주 좋은 메트리스를 사려면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당장 편안한 베게를 구입하기만 해도 더 안락하게 잘 수 있으며 아침에 일어날 때 목의 통증도 낮출 수 있다.
주변이 너무 조용하면 잠에 들기 힘든 사람이라면 40달러 짜리 ‘화이트 노이스 머신’을 구입하는게 결코 낭비가 아니다. 일년만 사용해도 시간당 지출이 1.5센트도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여가 활동을 위해 쓰는 돈도 가치를 따질 수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200달러를 주고 안락한 기대는 의자를 사는 것보다 100달러 짜리 인스턴트 남비를 사는 게 효율적인 지출이다.
시간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주 중요한 사항이다.
조리 기구 대신 편안한 의자를 사거나, 사무실 의자 말고 비디오 게임을 구입하는 게 더할 나위없이 좋을 수도 있서나 아주 무책임한 짓이 될 수도 있다. 시간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꼭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이다. 음식을 만드는데 별로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면 구태여 조리 도구를 사는데 돈을 쓸 필요가 없다.
반대로 좀더 편리하게 요리를 하길 원한다면 새 조리 도구를 사는 편이 낫다. 그러나 조리 도구와 비디오 게임을 비교할 필요는 없다. 먹는 것은 필수 사항이지만 비디오 게임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과 돈의 연관성도 ‘반드시 이래야 한다’고 정해진 건 없다. 만약 매일 세 시간 씩 TV를 보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고, 일주일에 한두 시간 청소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지금까지 나눈 시간과 돈의 법칙에 따르면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TV나 비디오 게임에 돈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로봇 청소기를 사는데 돈을 쓰고 나면 청소에 들어가는 시간이 거의 제로가 된다. 돈의 효율성이 또 다르게 변하는 것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면 시간당 소비되는 돈을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
돈을 반드시 이렇게 쓰라는 원칙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을 위해 돈을 쓰라는 조언은 돈의 가치를 보는 시각을 넓혀 준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매일 삶에서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고 유용하게 보낼 수도 있다.
원치 않는 일에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는 비극을 막을 수도 있다. 자신을 위해 돈을 쓸 작정이라면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바로 그곳에 가장 먼저 돈을 써라.
<유정원 객원기자>
Cesar Pelizer /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