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면허증 소지 기간보다
면허증 갓 취득후 3개월간
사고 발생률 무려 8배 높아
어릴 때부터 안전습관 보여줘
경험 쌓도록 하는 것이 중요
필자에게는 LA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16살짜리 손자가 있다. 최근 손자가 운전면허증 취득을 앞두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두려움이 앞선다. LA는 ‘운전 달인’도 꺼린다는 ‘운전자 지옥’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운전 기술이라고는 인터넷 게임에서 배운 것이 고작인 어린 손자가 사고 방지를 위한 판단력, 주의력, 복잡한 운전 기술을 동시에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사실 운전을 배우겠다는 생각은 손자의 생각이 아니었다. 도보나 자전거, 또는 대중교통으로 이동이 수월한 뉴욕과 달리 차량이 유일한 이동 수단인 LA에서 아들의 ‘기사’ 노릇에 지친 부모의 아이디어였다. 가능하다면 20세 미만 운전자는 경험 있는 성인 운전자의 동승 없이는 혼자 운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고 싶다.
불과 2살 차이지만 20세의 두뇌는 18세에 비해 훨씬 성숙하고 위험을 무릅쓰려는 행동을 자제하는 성향을 보인다.
‘청소년 건강 저널’(The Journal of Adolescent)에 실린 차량 사고 조사 관련 사설에 따르면 10대 차량 사고의 원인은 운전 기술이 아니라 운전 중 판단 미숙인 경우가 더 많다. 지난 10년간 미국 10대 차량 사고 사망자 수가 약 50%나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주요 사망 및 부상 원인은 여전히 차량 사고가 차지하고 있다. ‘미국 소아과 학회’(AAP)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전자 기기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10대 차량 사고 사망률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청소년 건강 저널에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갓 취득한 뒤 첫 3개월간 독립 운전을 할 때 직전 3개월간 임시 면허증을 소지한 기간에 비해 사고 발생률이 무려 8배나 높았다. ‘국립 아동 보건 인간 개발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Child Health and Human Development)의 브루스 G. 시몬스-모튼 박사의 주도로 작성된 이번 보고서에서 10대 초보 운전자가 급가속, 급정지, 급회전 등 위험한 운전 행위를 보이는 비율도 4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운전자 교육이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데만 도움이 될 뿐 안전한 운전자를 만들기 위한 교육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 조사 결과다.
현재 전국적으로 18세 미만 운전자에게 적용되고 있는 ‘단계별 운전면허 규정’(Graduated Driver Licensing Policy)에 의하면 18세 미만 운전자는 성인 보호자의 감독 아래 일정 운전 시간을 이수해야 하고 동승자를 태운 야간 운전은 제한되는 등 단계적으로 까다로운 정규 면허 조건이 적용되고 있다. 소아과 학회의 브라이언 D. 존스턴 박사와 엘리자베스 M. 앨더맨 박사는 “단계별 운전면허 규정이 16~17세 운전자의 차량 사고 사망률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적절히 집행되지 않는 실정”이라며 “18세가 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맹점이 있다”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시몬스-모튼 박사도 “규정이 엄격히 적용되더라도 독립 운전을 시작한 뒤 첫 수개월간 차량사고율은 급격히 높아진다”라며 “초보 운전자들이 운전 기술을 습득하는데 몇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안전 운전에 필수적인 판단력과 복잡한 운전 능력을 키우려면 풍부한 경험을 쌓는 길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운전 경험이 적어 차량 사고율이 높은 초보 운전자가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풍부한 운전자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순처럼 들리는 지적이지만 부모의 도움만 있다면 자녀를 얼마든지 안전한 초보 운전자로 만들 수 있다. 앨더맨 박사는 “현명한 부모라면 자녀가 독립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뒤에도 운전 경험이 풍부해질 때까지 여러 장소에 동승하면서 자녀의 운전 습관을 올바로 잡아주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했다.
앨더맨 박사는 또 “자녀의 안전한 운전 습관을 위한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운전대를 잡기 오래전부터 시작된다”라며 “항상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모습,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모습, 음주나 약물 운전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롤모델’이 되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과속, 추격 운전, 차선 끼어들기, 불필요한 차선 변경 등도 자녀 앞에서 부모가 절대 해서는 안되는 운전 행위에 속한다.
최근 청소년 운전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운전을 방해하는 전자 기기 사용이다. 운전 중 단 4초만 차로에서 눈을 떼도 사고 위험은 급격히 높아진다. ‘10대 안전 운전자 프로그램’(Teen Safe Driver Program)이 캠코더를 사용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10대 운전자에 의한 ‘경미한 수준 이상’(Moderate-to-Severe)의 후방 추돌 사고 중 약 4분의 3은 운전 중 휴대 전화 사용과 같은 부주의한 행동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캠코더 조사에서 운전 중 휴대 전화를 사용한 10대 운전자 중 절반은 사고 위험이 다가오는데도 전혀 무방비 상태인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몬스-모튼 박사는 “10대 운전자의 운전 중 부주의로 인한 심각한 차량 충돌 사고율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라며 “10대가 휴대용 전자 기기 및 최신 차량 기술의 ‘얼리어답터’인 점을 고려하면 10대들의 운전 중 전자 기기 사용에 대한 유혹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아과 학회의 존스턴 박사도 “시각 부주의, 인지 부주의, 신체 행동 부주의 등 3가지 형태의 부주의가 있는데 전자 기기 사용은 세 가지 부주의에 모두 해당되기 때문에 차량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소아과 학회는 “음주로 인한 10대 차량 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인 감소 추세지만 10대 운전자의 음주가 여전히 심각한 차량 사고와 사망의 심각한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라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심각한 차량 사고를 낸 10 대 운전자의 약 16%가 혈중 알콜 농도가 약 0.08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고 음주로 인한 10대 차량 사고 사망자의 약 64%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국 모든 주에서 혈중 알콜 농도가 0.02 이상으로 적발된 10대 운전자는 음주운전으로 분류돼 운전면허가 자동 정지 및 취소될 수 있는 ‘무관용 원칙’ 규정이 시행되고 있다.
졸음운전 역시 10대 운전자들에 의한 차량 사고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면 부족은 운전 중 졸음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집중력과 판단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따라서 부모와 학교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신경 써서 가르쳐야 한다. 자녀가 운전할 차량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도 자녀를 차량 사고로부터 보호하는 길이다. 차량 손상을 우려해 신종 차량보다는 중고차를 사주려는 부모가 많은 데 자녀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결정이다. 생애 처음 운전대를 잡는 자녀에게 차선 이탈 감지 장치, 전방 추돌 경보 장치, 사고 위험 시 자동 멈춤 장치 등 최신 안전장치가 장착된 차량을 구입해줘야 소중한 자녀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자녀가 처음 운전을 시작하기 전 안전 운전을 위해 지켜야 할 사항, 운전자 책임 사항, 부주의 한 운전에 따른 위험 등의 내용을 담은 일종의 ‘서약서’를 함께 작성하는 것도 자녀의 안전 운전을 유도하는 좋은 방법이다. 미국 소아과 학회는 부모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10대 운전자 서약서’(Teen-Driving Contract) 견본을 ‘홈페이지’(healthychildren.org) 10대 섹션에 올려놓았다.
10대 초보 운전자는 경험 미숙으로 사고 위험이 높다. 부모가 자녀에게 어린 시절부터 안전 운전 습관을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레이시아 램-뉴욕타임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