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히스패닉, 스페인 시민권 신청 급증
트럼프 후 차별 피해 유럽 교두보 마련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인이나 히스패닉에 대해 나쁘게 말할 때면 정말 속이 뒤집힙니다.그는 멕시코 사람, 그리고 모든 남미 사람들을 미워해요."
영국 일간 가디언은 26일 미국 뉴멕시코의 역사학자인 로브 마르티네스의 이 같은 발언을 인용하며 "마르티네스와 같은 미국 히스패닉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스페인 시민권을 신청하는 '세파르디 유대인'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세파르디 유대인은 스페인과 북아프리카계 유대인이다. 스페인 정부는 2015년 10월 이들 세파르디 유대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스페인은 '역사의 과오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부유한 유대인의 투자를 끌어들이려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제도 시행 이후에도 신청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뉴멕시코 유대인연맹의 세라 코플릭 지역사회 지원 활동 책임자는 "2016년 11월의 선거가 분수령이었다"며 "선거 전 우리가 발급한 세파르디 유대인 증명서는 20∼30장에 그쳤지만 이제는 발급한 증명서가 1,500장을 헤아린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마르티네스 역시 최근 스페인 시민권을 얻기 위한 수속을 밟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정부의 히스패닉계에 대한 차별과 반이민 정서가 더 악화할 경우 미국을 떠나 스페인에 정착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해두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코플릭 책임자는 "우리는 유대인의 역사와 유대계 남미인들의 역사를 알고 있다"며 "이 둘의 역사에는 모두 '플랜B', 즉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여분의 선택지를 마련해두려는 본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