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1,100만명 시대인데
40%는 병 걸렸는지도 몰라
고혈압·당뇨 동반 가능성 높아
복부비만일 때 유병률 57%
저탄수화물·고지방 위주의
다이어트는 되레 몸에 해로워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환자 1,100만명 시대’다. 하지만 환자의 40%가 병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환자의 70%가 꾸준한 약물치료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딱히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중 총콜레스테롤, ‘나쁜’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늘어났거나, ‘좋은’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이 감소한 상태를 말한다. ▦총콜레스테롤 240㎎/dL 이상이거나 ▦LDL 콜레스테롤 160㎎/dL 이상이거나 ▦HDL 콜레스테롤 40㎎/dL 이하이거나 ▦중성지방 200㎎/dL 이상일 때다(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서 2018’).
김효수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지난달 31일 가진 간담회에서 “국내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1,100만명을 넘어섰다”며 “이상지질혈증은 기저(基底)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다양한 질병과 함께 오는 ‘파이널(final) 질병’”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그러나 이상지질혈증을 잘 알지 못해 약물치료를 한 번이라도 받은 환자는 660만명에 불과했다”며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으면 콜레스테롤 조절 수치를 달성할 수 있기에 약물치료율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30대 이상의 40.5%, 이상지질혈증 노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1,100만명을 넘어섰다. 30세 이상에서 40.5%가 이 질환에 노출된 상태다. 성별로는 남성은 30~40대의 40~50%가 환자였고, 여성은 30대 이후 유병률이 늘어나 60~70대 이상에서 남성보다 유병률이 높았다.
이처럼 이상지질혈증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칼로리 섭취의 급격한 증가가 원인으로 꼽혔다. 2015년 기준으로 2007년보다 칼로리 섭취가 2배 이상 늘어났다. 하루 영양소 섭취 기준의 125% 이상을 먹은 한국인은 남성 27.8%, 여성 18.8%나 됐다(2015년).
이상지질혈증이라는 병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환자의 40%가 병을 제대로 인지하고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치료 목표 달성률도 크게 떨어져 41.3%를 기록했다. 약물치료를 하면 목표 수치 달성률은 82% 이상인 것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김재현 학회 홍보이사(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환자 10명 가운데 3명만 약물 처방을 받고 있는 실정이며, 약 처방을 받았지만 꾸준히 약을 먹는 사람은 50%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70%가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학회가 최근 제시한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서 2018’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 1차 치료목표로 초위험군은 LDL 콜레스테롤 70㎎/dL 미만, 고위험군일 경우 100㎎/dL, 중증도 위험군이라면 130㎎/dL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적정체중 조절을 위해 탄수화물을 1일 섭취량은 65% 이내, 당류는 10~20% 로 제한해야 한다.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 위험”
이상지질혈증에 노출되면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을 동시에 앓게 되는 대사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는 각 86.6%, 71%가 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앓고 있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자 가운데 고혈압약을 같이 먹는 사람은 262만명, 당뇨병약을 같이 먹는 사람은 73만명, 이상지질혈증에 고혈압과 당뇨병약까지 같이 먹는 사람도 140만여명이나 된다.
이상지질혈증은 비만일수록 유병률이 높아진다. 정상체중인 체질량지수(BMI) 18.5~22.9㎏/㎡인 사람의 유병률은 27.9%지만 BMI 25 이상 비만인 사람의 유병률은 55.3%나 된다. 특히 복부비만이라면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57.5%나 된다. 복부비만의 경우 정상인보다 유병률이 1.7배나 된다.
학회는 또한, 탄수화물은 적게 먹고 지방은 많이 섭취하는 이른바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가 지나치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지방 섭취가 늘어나면 혈중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인경 학회 진료지침이사(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는 조금씩 줄고 있지만 지방 섭취는 꽤 많이 늘었다”며 “특히 건강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 섭취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정 진료지침이사는 “탄수화물은 적게 먹고, 지방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일각의 주장은 편향된 시각”이라며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먹어야 이상지질혈증을 예방ㆍ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학회는 이에 따라 이상지질혈증 예방ㆍ관리를 위한 탄수화물ㆍ지방 섭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탄수화물 섭취는 하루 섭취 에너지의 65% 이내, 당류는 하루 섭취 에너지의 10~20%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또한 지방은 하루 섭취 에너지의 30% 이내로, 특히 포화지방은 7%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경우 콜레스테롤을 하루 300㎎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1회 분량 기준으로 탄수화물은 잡곡ㆍ현미밥 1공기, 또는 통밀ㆍ잡곡빵 3쪽이 적당하다. 지방ㆍ콜레스테롤은 생선 1토막, 달걀 1개, 살코기 탁구공 1.5개 크기, 두부 3분의 1 모 정도가 좋다.
한편, 학회는 치료지침에 전통적 치료제인 스타틴을 1차 치료제로 제시한 뒤, 스타틴 투약으로도 목표에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면 에제티미브 또는 PCSK9 억제제 병용요법을 권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