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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한 삶으로 거액 성금 남긴 ‘67년 근속 여비서’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8-05-15 0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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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인 로펌서 96세 때까지 일해

변호사들 모방 소액투자로 재산 모아

유산 820만달러 불우학생 장학금으로 

수없이 많은 국내외 뉴스들이 쏟아졌던 지난 한 주, 뉴욕타임스의 독자들에게 가장 감동을 준 기사의 하나는 67년 근속 여비서 실비아 블룸의 스토리였다. 그녀는 자신의 보스들이었던 변호사들의 투자를 지켜보며 자신도 같은 곳에 소액씩 투자하여 재산을 모았다. 그리고 96세로 은퇴하고 얼마 후 2016년 타계하면서 불우한 학생들을 위한 거액의 장학금을 남겼다. 

뉴욕시 자선은 액수기준이 높기로 유명하긴 하지만 최근 로우 이스트사이드의 헨리 스트릿 복지재단에 대한 624만 달러 기부는 이 재단 125년 역사에서 한 개인으로부터 사회복지 단체가 받은 최고로 놀랄만한 액수였다.

억만장자 자선가의 기부가 아니었다. 브룩클린의 법률회사에서 96세에 은퇴할 때까지 67년간 근속하며 검소하게 살아 온 한 여비서가 남긴 ‘선물’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실비아 블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조차 그녀가 이처럼 많은 재산을 모았을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보스들인 변호사들이 하는 투자를 신중하게 눈여겨보면서 재산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분은 비서가 보스의 개인 투자를 포함한 생활 전체를 관리하던 시대의 비서였다”고 조카인 제인 로크신은 회상한다. “그래서 보스가 어떤 주식을 사기로 결정하면 비서인 그가 매입을 해주었는데 보스 것을 산 후에 자신도 같은 주식을 산 것이지요. 물론 비서 월급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소액 투자였습니다”

블룸이 누구에게도 이에 관해 말한 적이 없어 그녀가 900여만 달러의 재산을 모았다는 것은 임종 무렵에야 알려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블룸의 유산 집행인이기도 한 로크신은 말했다.

블룸은 유언장을 통해 친척과 친구들에게 얼마간 돈을 나누어주도록 했지만 대부분은 로크신이 지정하는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도록 지시했다.

헨리 스트릿 복지재단에서 오랫동안 재무이사를 담당해온 로크신은 재단 사무국장인 데이빗 가자에게 전화를 걸어 일단 의자에 잘 앉으라고 말한 후 이 ‘엄청난’ 뉴스를 전했다. “우리 모두는 하늘로 뛰어오를 만큼 놀랐다”고 말한 로크신은 블룸의 기부금은 가난한 학생들이 대학을 마칠 수 있도록 돕는 재단의 프로그램에 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은 근검절약하며 살다가 거액의 기부를 하고 타계한 겸손하고 너그러운 백만장자 이웃들의 반열에 서게 되었다. 블룸과 비슷한 기부가들이다. 위스콘신 주 뉴벌린에서 가게를 하던 레너드 지고우스키는 2015년 타계하면서 1,300만 달러의 장학기금을 남겼다. 2010년 100세로 타계한 그레이스 그로너는 일리노이 주 레이크 포레스트의 방 한 칸짜리 집에서 살았으나 700만 달러 유산을 모교에 기부했다. 생전의 그녀는 할인매장을 애용했고 차를 갖지 않고 걸어 다녔다.

브룩클린 하이츠에 정착했던 도널드와 밀드레드 오트머 부부도 검소한 삶을 살았다. 남편은 브룩클린의 폴리텍 대학 교수였고 아내는 전직교사였는데 지인이었던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에 현명하게 투자하여 그들 부부가 90대에 타계할 무렵, 재산은 7억5,000만 달러로 불어났다. 그들은 재산의 대부분을 기부했다.

자녀가 없는 실비아 블룸은 대공황 시기에 동유럽 이민자의 딸로 태어나 공립학교를 다녔고 낮엔 일하고 밤에 학교를 다니며 헌터 칼리지를 졸업했다.

1947년 그녀는 새로 개업하는 월스트릿의 한 로펌에 취직했다. 그 후 그녀가 근속한 67년 동안 그 회사 ‘클리어리 고틀리브 스틴 & 해밀턴’은 1,200명의 변호사와 수백명의 스탭을 거느린 대형 법률회사로 성장했다. 물론 블룸은 최장 근속직원이었다.

2002년 작고한 블룸의 남편 레이몬드 마골리스는 소방관으로 근무하다 은퇴한 후 학교 교사, 약사로도 일했다. 결혼 후에도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던 블룸의 재산 규모는 아마 남편도 몰랐을 것으로 로크신은 추정한다.

그들 부부는 파크 애비뉴의 좋은 집에서 윤택하게 살 능력이 있었지만 렌트 컨트롤이 적용되는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살았다고 로크신은 전한다. 생전의 블룸은 사치와는 거리가 멀었고 밍크 등은 가져본 일도 없었으며 언제나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했다. 2011년 9.11 테러가 발생했던 날도 당시 84세의 그녀는 무역센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회사에서 급하게 빠져나와 브룩클린 다리를 걸어 넘은 후 택시 아닌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은퇴 후 어퍼웨스트 사이드의 한 시니어 레지던스에서 살았다.

블룸의 유산 중 헨리 스트릿 복지재단에 준 624만 달러를 제외한 200만 달러는 블룸의 모교인 헌터칼리지와 추후 발표될 다른 장학금으로 기부될 예정이다. 

검소한 삶으로 거액 성금 남긴 ‘67년 근속 여비서’
검소한 삶으로 거액 성금 남긴 ‘67년 근속 여비서’

소방관이었던 남편 레이몬드 마골리스(오른쪽)와 실비아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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