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의료경비로 사용 안해도 무방
65세 돼서 찾아쓰면 세금 한푼도 안내
IRA보다 장점 많아 401(k)와 함께 적립을
요즘 개인 은퇴 플랜도 경쟁시대가 됐다. 다양한 방법으로 틈틈이 돈을 모아 은퇴를 대비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플랜을 선택한다. 그런데 의료비 마련을 위해 모아두는‘건강 저축 플랜’(Health Savings Plan·이하 HSA)도 훌륭한 은퇴 대비 플랜이라는 것을 아는 한인들은 많지 않다.
개인 은퇴 저축 플랜이라면 모두 IRA를 떠올릴 것이다. 맞다. 미국에서는 IRA가 개인이 개설하는 최상의 은퇴 플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6년 그 규모가 7조5,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미국인 가정의 1/3 이상이 IRA를 찾는다.
그런데 요즘은 디덕터블이 높은 건강보험 플랜을 가지고 있을 때 디덕터블과 코인슈런스를 대비해 돈을 모으는 HSA 플랜도 미국인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HSA 컨설팅 회사‘디비나’(Devenir)에 따르면 2016년 HSA 구좌가 전년대비 22% 증가해 2,000만개로 늘어났고 그 자산 규모만도 37억 달러에 달했다. 또 HSA 투자 자산 역시 매년 29%씩 늘어나 55억 달러를 육박했다.
■세제 혜택
HSA는 가입자들의 의료비 자기 분담금 조달을 목적으로 생겨났지만 세금을 내지 않고 적립할 수 있다는 정점을 가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시쿼스 파이넌셜 파트너스’의 모간 고만 공동대표는 “HSA는 절세 계획의 성배로도 불리는 플랜”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은퇴 플랜과 같이 세금을 내기 전 수입에서 적립금을 낸다. 따라서 세금 보고때 세금을 내야 하는 과세 수입이 그만큼 줄어든다.
세금으로 내야 할 돈까지 적립, 투자돼 복리로 불어날뿐더러 전통 은퇴플랜과는 다르게 의료비용으로 사용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고만 대표는 “택스 보난자”라면서 “HSA는 부자만이 아니라 많은 납세자들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세금 피난처”라고 말했다.
■은퇴 플랜으로도 적합
HSA는 원래 의료비용을 위한 저축 플랜으로 설계 됐지만 잠재적인 은퇴 플랜의 수단으로도 인기다.
은퇴 저축 구좌를 한 개 더 추가 할 수 있는 효과다. 많은 사람들이 HSA는 꼭 의료비용으로만 지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HSA뱅크의 대표이자 웹스터 뱅크 부사장인 채드 윌킨스는 “HSA 적립금은 꼭 의료경비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65세가 되면서부터는 벌금 없이 HSA에서 돈을 찾아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셜시큐리티 베니핏(소셜연금)을 늦게 받을 생각이라면 401(k)와 IRA와 함께 HSA에서도 돈을 꺼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비용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찾는 금액은 일반 소득으로 간주돼 소득세율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65세가 되기 전 의료비가 아닌 곳에 돈을 찾아 쓸다면 20%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의 ‘카나타로 팍 애비뉴 파이넌셜’의 루 카나타로는 “모든 세금 유예 플랜과 같이 항상 주의사항이 있다”면서 “65세 이전에 찾아 비 의료비용에 사용한다면 일반 소득세와 함께 20% 벌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적립금은 매년 이월
HSA 적립금은 매년 이월될 수 있다.
‘조지아 웰스 어드바이저’의 토마스 로우리 재정 자문은 “유동적 지출 구좌와는 달리 HSA 적립금은 연말까지 꼭 모두 의료비로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HSA에 있는 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또 투자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용하지 않고 남은 돈은 401(k) 또는 기타 투자 구좌처럼 계속 누적된다.
IRA보다 더 유리한 점도 있다.
HSA를 은퇴 플랜으로 이용한다면 저축을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로우리 자문은 401(k)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HSA에도 적립하라고 조언했다.
401(k)에만 적립하면 긴급하게 의료비가 필요할 때 의료비를 위해 융자를 받아야 하는 등 매우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HSA 구좌가 있다면 의료비 목적으로 현금을 찾아 사용할 수 있으며 401(k)에서 융자를 받아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공화당 건강보험 개혁의 핵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미국 건강보험 플랜을 없애는 대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HSA 적립금 한계를 늘리려 하고 있다.
만약 이런 계획이 성공한다면 개인이 적립할 수 있는 HSA 연 최대 금액은 현재 6,750달러에서 1만3,100달러를 확대 된다.
55세 이상 구좌 소유주들은 연간 1,000달러를 추가로 적립할 수 있다. 물론 401(k)의 연간 적립금 한계 1만8,000달러(2017년)보다는 적다. 하지만 HSA의 적립금 한계는 현재의 IRA 적립금 한계 5,500달러보다는 훨씬 많다.
■RMD 없어
HSA가 IRA보다 매력적인 장점이 또 있다. IRA 등 세금 유예 은퇴 플랜은 70.5세 이후부터 RMD라고 불리는 최소 인출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HSA는 70.5세가 지나도 RMD 조항이 없다.
웰스파고 뱅크의 마이크 프로스트 수석 재정 플래너는 “젊은 근로자 일수록 HSA 구좌를 개설해 적립하면 좋다. 의료비로 돈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은퇴 연령이 된 후 매우 유용하게 부담없이 은퇴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페이먼트와 같은 간단한 액수의 자기 분담금은 HSA 기금으로 사용하지 않고 큰 의료 비용에만 이용한다면 기금이 잘 유지돼 장기적으로 큰 은퇴 플랜이 될 수 있다.
■ 투자시 고려할 점
조만간 적립금 찾을 일 없을 땐
공격적인 투자상품 선택해도 돼
HSA 기금에 대한 투자 역시 일반적은 은퇴 플랜의 규칙과 같다.
윌킨스 투자전문가는 HSA 적립금을 투자할 때 몇가지 주의해야 할 점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HSA를 관리하는 재정회사의 투자 옵션을 잘 살펴봐야 한다.
플랜에 따라 주식, 채권, 뮤추얼 펀드 또는 상장지수펀드(ETF)등 투자 옵션을 제공한다. 어떤 옵션에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는 투자자의 현재 재정 및 투자자 건강 상태와 함께 마켓 상황이 좋지 않을 때의 위험성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카나타로 대표는 “충분한 수입이나 자산이 있고 사소한 의료비용은 현금으로 지불하거나 기타 자산으로 지불할 능력이 된다면 매우 공격적인 투자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비가 상승해 조만간 적립금을 사용해야 한다면 더 보수적인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퇴까지의 기간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투자 구좌처럼 투자 수입 전략이 필요할뿐더러 장기간 마켓이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은퇴 전 상당한 손해를 볼 수 있어 예상보다 훨씬 적은 돈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의료비용 상승도 생각해야 한다.
고만 대표는 많은 미국인들이 은퇴후 의료비용을 얕잡아 본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메디케어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맞는 말은 아니다.
예를 들어 메디케어는 장기 간병과 관련된 비용은 커버해 주지 않는다. 2016년 기준으로 양로원의 2인실 평균 비용은 연 8만2,000달러라고 겐워스 파이넌셜이 조사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럴 경우 HSA 어카운트는 매우 유용한 은퇴후 의료비 플랜이 될 수 있다.
<김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