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계일주길잡이 칼럼(8월4일자)에서는 넘치는 매력을 품은 ‘크로아티아·발칸유럽(12일)’의 세 번째 여행지인 마케도니아를 소개했다.
꿈에도 잊지 못할 아름다운 오흐리드 호수를 잇는 발칸유럽 12일 코스의 다음 여행지는 알바니아다.
투어팀이 향하는 관광도시 ‘쉬코데르(Shkoder)’는 알바니아(Albania)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고대 일리리아인들로부터 도시의 긴 역사가 이어져 내려온다.
지금 쉬코데르에는 건축붐이 일고 있다. 신시가지는 알바니아 하면 떠오르는 낙후된 이미지와 달리 제법 반듯한 모양새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후원을 받아 지어진 모스크, 영국 선교사 파젯이 만든 시계탑, 쉬코데르 대성당 등이 쉬코데를 대표하는 명소들이다.
알다시피, 알바니아는 로마 제국 영토로 있다가 비잔틴 제국, 불가리아 제국, 세르비아 제국을 거쳐 중세 이후에는 오토만 제국에 복속된다. 이후 오토만 제국의 쇠퇴로 1912년 독립을 이루지만 1939년 다시 이탈리아 지배, 1943년 나치 지배를 거쳐 2차 대전 후 독립했으니 소국으로 겪을 시련은 모조리 겪은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는데 호자(Enber Hoxha)는 1945~1985년까지 40년간 극단적 폐쇄·고립주의 통치를 주도했다. 토지무상 분배, 자급자족 농업 추진, 문맹 퇴치 등 국가발전에 기여한 바도 있기는 하지만, 모든 종교 행위 금지는 물론이고 종교기관 재산 몰수, 심지어 성직자 처형 등 종교 탄압이 이슬람과 기독교를 가리지 않았다. 급기야 1967년에는 인류 최초로 무종교 국가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1991년 공산당이 해체되고 민주 정부가 들어섰지만 경제 위기와 무장혁명 등 민주화 과정의 혼란으로 수많은 알바니아인들은 조국을 떠났다. 이탈리아, 그리스, 서유럽, 북미 등으로 이민길에 올랐는데, 10여년간 무려 90만 명의 알바니아인들이 고향을 떠났다.
유럽의 흑진주, 몬테네그로
알바니아를 거쳐 몬테네그로(Montenegro)로 향할 차례다.
아드리아해가 아름답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와 발칸반도 사이에 흐르는 이 바다는 파란 잉크를 수만통 뿌려놓은 듯 영롱한 사파이어 빛을 뿜는다. 아드리아해는 몇 번을 봐도 환상적이다. 진정으로 인간을 압도할 수 있는 것은 대자연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 아드리아해를 가장 낭만적으로 즐길 수 있는 도시로 몬테네그로의 코토르(Kotor)를 꼽고 싶다.
몬테네그로는 한때 ‘유럽의 화약고’로 불렸던 발칸반도 남서부에 위치한 국가다. 구 유고슬라비아연방구의 하나였다가 불과 10여년 전인 2006년에야 독립했다. 정식 국명은 몬테네그로공화국(Republic of Montenegro). 지난 6월 몬테네그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의 29번째 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한 바 있다.
세르비아어로 ‘검은 산’을 뜻하는 몬테네그로는 북쪽으로는 보스니아, 동쪽으로는 세르비아, 남쪽으로는 알바니아, 그리고 서쪽으로는 아드리아해와 맞닿아 있다.
규모로만 따지면 인구 68만명에 제주도만한 면적을 가진 소국이다.
그러나 몬테네그로는 영국의 시인 바이런(Baron Byron)이 ‘육지와 바다의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라고 노래했던 검은 산의 땅이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유럽의 흑진주’라 비유하며 몬테네그로를 칭송한다.
특히 바다에 바짝 붙은 서쪽 해안의 길이가 300km나 되고 눈에 띄게 매력적인 풍광을 품고 있어 유럽 관광객들이 요트나 유람선을 타고 방문한다.
우리가 찾는 코토르와 부드바(Budva) 모두 낭만과 휴식을 선사하는 이름난 휴가지다. 바다에 정박해 있는 요트들이 이곳의 풍요로움을 여실히 대변한다.
특히 연중 평균기온 18도, 일조량이 2천700시간이나 되는 코토르에서는 365일 가운데 절반 정도를 아드리아 해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비단 아름다운 바다뿐 아니라 수평선 근처에 기묘한 모양을 하고 선 기암괴석, 멋진 백사장, 향수를 자극하는 구시가지 골목, 오랜 역사를 지닌 중세 성곽이 도시를 감싸고 있어 해가 갈수록 세계적인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코토르의 구시가지에는 중세도시의 모습이 잘 보존돼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성곽 안으로 들어서면 오루치아 광장에 우뚝 솟은 시계탑이 제일 먼저 눈길을 당긴다. 19세기 초 코토르를 점령한 나폴레옹이 자신의 치세를 기리기 위해 건축했다. 시계탑 주변으로 무기고, 작은 망루, 군인들과 지도자들의 집무실과 주거지, 극장 등이 도열해 있다. 외관만큼은 변함이 없지만 지금은 감옥에서 커피를 팔고, 집무실은 박물관이 됐고, 극장은 카지노로 변했다.
어쨌거나 코토르는 여러모로 두브로브닉을 연상시킨다.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닉처럼 중시세대에서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남다른 풍경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에 이견을 달 사람도 없을 터다.
이곳에서는 9세기에 축조된 ‘성 트뤼폰 성당’이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이 도시의 상징인 성 트뤼폰 성당은 박수를 보내도 아깝지 않을만큼 뛰어난 건축기술과 가톨릭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이외에도 12세기 건축 이래 가톨릭 성당으로 쓰이다가 17세기부터 세르비아 정교회 성당이 됐는데, 19세기 초 두 종교가 함께 미사를 볼 수 있는 화합의 상징이 된 ‘세인트루크 성당’도 명성이 높다.
“At the birth of our planet, the most beautiful encounter between the land and the sea must have happened at the coast of Montenegro. When the pearls of nature were sown, handfuls of them were cast on the soil.”
“육지와 바다의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몬테네그로의 해안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자연의 진주가 뿌려질 때 몇몇 진주는 이 땅에 뿌려졌다.”
-시인 바이런-
아드리아 해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품은 몬테네그로 코토르의 해안 풍경.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코토르의 명물 중 하나느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건축양식인 900년 역사의 성 트뤼폰 성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