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비상대책회의
홍콩 등 아시아국 수입
관련국들 책임 전가
유럽연합(EU)은 11일 식용 가축에는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피프로닐 오염 계란’이 유럽은 물론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도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피프로닐 오염 계란 파문’이 아시아까지 확대되고 있다.
다니엘 로자리오 EU 통상·농업담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나 계란제품이 유통된 것으로 확인된 나라는 모두 17개국이라면서 EU 15개국과 EU 비회원국인 스위스, 아시아의 홍콩을 거론했다.
EU 회원국 중에서는 벨기에와 네덜란드, 독일 이외에 스웨덴,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덴마크 등에서 피프로닐 오염 계란이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유럽에 국한됐던 ‘피프로닐 오염 계란 파문’이 아시아까지 확산하자 EU는 피프로닐 오염 계란 문제를 다룰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비테니스 앤드리우카이티스 EU 보건·식품안전 담당 집행위원은 “가능한 모든 정보를 취합하는 대로 이번 사태와 관련한 각 회원국 담당 부처 장관과 식품안전 기관 대표 등이 모여 고위급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가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고 나선 것은 EU가 ‘피프로닐 오염 계란’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데다가 벨기에와 네덜란드, 독일 등 주요 관련국 간에 서로 상대국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비난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앤드리우카이티스 집행위원은 언론발표문에서 “우리의 공통된 업무와 우선 과제는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관련 정보를 모아 분석해 교훈을 얻는 데 집중함으로써 시스템을 개선하고 범죄행위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집행위가 주관하는 ‘피프로닐 오염 계란 비상대책회의’는 내달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네덜란드와 벨기에 당국은 이번 사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동 수사에 나선 양국은 전날 피프로닐의 제조·유통과 관련된 8곳에 대한 긴급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피프로닐 살충제를 닭 농장 방역작업에 사용한 네덜란드 방역회사 ‘칙프렌드’의 간부 2명을 체포했다.
한편, 이번 파문을 계기로 계란을 원료로 가공한 식품이나 닭고기도 피프로닐에 오염됐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 식품안전기구인 NVWA는 조사 결과 계란을 원료로 한 식품의 경우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사용됐다고 하더라도 피프로닐이 소량만 포함돼 있어 안전하다고 밝혔다. 또 닭고기도 피프로닐이 주로 계란에 축적되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식용가축에 사용이 금지된‘살충제 피프로닐 오염 계란’ 이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유통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홍콩 당국이 11일 긴급 조사에 나섰다. 홍콩 시장에서 계란들이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