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수술 받았는데
알고보니 멀쩡한 케이스
암환자 늦게 치료 사망도
입속 DNA 지문채취하여
샘플 비교기법 쓰면 해결
건당 300달러 비용이 문제
모든 환자가 두려워하는 소식이 69세의 은퇴한 엔지니어 멀린 에릭슨에게 전해졌다. 조직검사 결과 전립선 암 양성반응이 나온 것이다. 에릭슨은 이제 전립선 제거수술을 받을지 방사선 치료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그런데 며칠 후 의사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알고 보니 그 검사 결과는 에릭슨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과 바뀐 것이고 암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순간 너무나 감사했지만 그 바뀐 사람에 대해서는 무척 안 된 마음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 다른 사람은 65세의 은퇴 교사 티모시 카만이었다. 그는 처음에 암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으나 며칠 후 검사결과가 뒤바뀌었으며 암으로 진단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결국 전립선 제거수술을 받은 카만은 그저 이렇게 말했다. “실수는 있는 거죠”
그런데 이러한 실수가 상당히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 문제다.
임상병리 랩에서 암 조직검사 샘플이 실수로 혼동되는 사례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몇몇 연구에서는 일년에 수천명의 환자들이 이런 불운을 겪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행히도 이를 방지할 수 있는 하이테크 해법이 있다. 각 샘플과 환자의 DNA 지문채취를 일치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시행 비용이 샘플 한 건 당 300달러나 되기 때문에 실용화되기는 어려운 상태다. 랩들은 이 테스트가 너무 비싸고, 실수는 아주 드물게 일어나며, 철저한 점검 과정도 여러번 거치고 있다면서 이를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스트랜드 진단사(Strand Diagnostics)가 제공하는 지문검사방법은 간단하다. 의사가 면봉으로 환자의 입속을 스쳐서 DNA 샘플을 채취하고 이를 환자의 신분이 기록된 바코드와 함께 스트랜드로 직접 보내는 것이다. 그 바코드는 환자의 조직검사 레이블에도 사용된 것이다.
조직검사 결과 암이 있으면 병리학자는 조직 세포를 스트랜드에 보낸다. 그곳 랩에서는 조직 세포와 면봉에 묻어있는 DNA가 같은 사람의 것인지 확인하게 된다. DNA가 일치하지 않으면 뒤바뀐 정황을 포착하고 확인에 들어가는 것이다. 바로 그 방법으로 에릭슨과 카만의 샘플도 제 주인을 찾아갈 수 있었다.
인간사에 실수란 불가피한 것이므로 검사결과가 바뀌는 일은 늘 있어왔다. 2011년 있었던 대규모의 임상 연구에서는 전립선암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 제거 수술을 받은 2명의 남성이 사실은 그 병에 전혀 걸리지 않은 것이 밝혀졌다. 그들의 조직검사 샘플이 잘못 처리돼 일어난 일이었다. 이어 또 한명이 같은 실수의 피해자가 될 뻔했으나 바로 수술 직전 알게 돼 비극을 면할 수 있었다.
연구진이 이 기간 중 있었던 1만여 건의 조직검사를 DNA 테스트로 분석한 결과 27건의 레이블이 잘못 붙어있었다. 혈액 샘플 6,733개 중에서는 31개(0.5%)가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퍼센티지로 보면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각 환자 한명 한명에게는 삶이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는 운명이 거기서 결정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할 필요가 없는 항암치료에 몇 달 동안 시달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발견과 치료 시기가 늦어져 이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병리학자들은 이런 랩 혼동을 주기적으로 본다. 어떤 실수는 너무 명백해서 금방 눈에 띈다. 뇌의 조직과 폐의 조직처럼 샘플이 완전히 다른 경우다. 그러나 2개의 폐 조직 샘플과 2개의 유방조직 샘플이 뒤바뀌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 의과대학의 병리학과 면역학 임상부의 부회장인 닥터 존 파이퍼는 대학병원에서 이런 경우가 얼마나 잦은지를 알아내기 위해 DNA 지문 검사를 실시했다. 그는 몇 개의 실수를 발견했는데 한 남성의 폐 조직이 암으로 나왔으나 DNA 분석 결과 그 사람의 폐 조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환자는 간 조직에서 암이 발견됐으나 다른 사람의 조직 세포였다. 악성 전립선암 말기라고 판명됐던 남성 역시 DNA 분석에서 그의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닥터 파이퍼는 이런 랩 레이블 혼동이 미 전국에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규모의 데이터베이스를 원했고, 스트랜드 사는 남성 전립선암 평가를 위해 여러 실험실에서 보내온 1만3,000개의 조직검사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 대형 샘플을 연구한 닥터 파이퍼는 오류를 두 종류로 나누었다. 한 환자의 조직이 다른 사람의 것과 뒤바뀐 ‘완전 바뀜’과 한 환자의 세포 중 일부가 다른 환자 세포와 섞이게 된 ‘부분 바뀜’이 그것이다. 연구 결과 모든 랩이 두 종류의 오류를 다 갖고 있었고, 완전 바뀜은 전체 샘플의 0.26퍼센트, 부분 바뀜은 0.67%였다. 그러나 이 비율은 많은 양을 처리하는 대형 상업회사들을 포함해 독립 실험실일수록 높아져서 완전 바뀜이 0.37%, 부분 바뀜은 3.14%였다.
이런 실수를 바로 잡으려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립 보험회사들은 대부분 이 검사비용을 커버해준다. 잘못 진단되어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하거나, 일찍 진단됐으면 호미로 막을 병을 나중에 발견돼 가래로 막게 되는 것보다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디케어는 조직검사의 DNA 테스트를 커버해주지 않는다. 지난 5월 이 서비스의 커버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의회에 상정됐는데 전립선 조직검사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환자가 DNA 테스트를 요청할 수 있지만 자신의 조직이 보내지는 랩에서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최근에 일단의 학자들이 조직검사의 DNA 테스트를 좀더 광범위하게 실시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불필요한 치료와 그로 인한 소송이 결국 더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행해지는 전립선암 조직검사는 일년에 80만6,000건, 이 조직검사가 바뀜으로 해서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8억7,990만달러나 된다. 여기에는 오진 소송비용까지 포함됐다.
그러니 차라리 처음 검사 때부터 이를 의무화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이는 다른 질병의 검사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DNA 테스트가 그만큼 가치가 있는지 회의적이다. 또한 뒤바뀌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병리학자들은 수많은 단계에서 검사 내용물과 레이블, 환자 신원의 확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메이요 클리닉의 병리학 교수 닥터 라우프 나클레는 “샘플 검사를 실시하고 진단이 나오는데 125달러가 지불된다”고 밝히고 DNA 검사는 뭔가 의심스런 정황이 발견됐을 때, 즉 임상 검사와 병리학 보고서가 잘 맞지 않을 경우 의뢰한다고 말했다.
아칸소 의과대학 병리학부의 학장인 닥터 제니퍼 헌트 역시 반대하는 입장이다. 결국 재정적인 부담이라고 밝힌 그녀는 “오진의 위험은 지극히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체사피크 비뇨기과의 닥터 샌포드 시겔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2015년 큰 사건이 있은 후 교훈을 얻었다. 한 환자의 혈액 테스트 결과 전립선암이 의심됐고, 조직검사를 해보니 암으로 확인돼 제거수술을 했다. 그런데 나중에 밝혀진 것은 랩에서 뒤바뀐 결과였다. 환자는 한마디 말을 남기고 나갔다. “변호사를 부르겠습니다”
그때 이후 체사피크 비뇨기과는 DNA 테스트를 의무화하고 있다.
은퇴교사 티모시 카만은 처음에 암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으나 며칠 후 검사결과가 뒤바뀌었다며 암으로 진단되어 전립선 제거수술을 받았다. <사진 Logan R. Cyrus/ NY Times>
전립선암에 걸린 것으로 알았다가 며칠 후 암이 없다는 희소식을 들은 멀린 에릭슨. 랩에서 조직검사 결과가 바뀌어 일어난 해프닝으로 며칠 마음을 졸였다. <사진 Nate Pesce/ NY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