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하우스 만들고 리서치…
주말 잊고 몰두해야 가능한 일
18세 생일날 마지막 배지 취득
배지 하나 따는데 평균 10시간
21개 획득해야 이글 스카웃
창설 후 진기록 보유자 350명뿐
타이 빙햄은 보이스카웃의 최고 계급인 이글 스카웃이 되기 위한 조건인 21개의 메릿 배지를 모두 획득했다. 1912년 처음 시작된 이 최고의 상을 차지한 미국 청소년들은 지금까지 240여만명에 이른다.
그런데 타이 빙햄은 이들 중에서도 더 소수정예만이 도달할 수 있는 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스카웃 협회가 제공하는 137개의 메릿 배지를 모두 수료한 것이다. 이런 기록을 가진 소년은 지금까지 350명도 안 되는 것으로 비공식 웹사이트(meritbadgeknot.com)는 집계하고 있다.
미국 보이스카웃(Boy Scouts of America)은 소년들이 취득할 수 있는 메릿 배지의 종류와 숫자를 조금씩 바꿔왔다. 오랜 세월 변치 않는 전통적인 것들로는 양궁, 나팔 불기(bugling), 캠핑 등이고 새로 추가된 것들 중에는 애니메이션, 게임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이 있다. 물론 테크놀러지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보이스카웃 기관에서는 그 모든 배지를 다 딴 스카웃이 몇 명이나 되는지 따로 추적하지 않고 있으나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굉장히 드문 업적”이라고 치하했다. 비공인기관인 메릿 배지 놋(Merit Badge Knot) 창설자 트로이 퓨는 스카웃 대원 100만명중 18명꼴이라고 추산했다.
그 기록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집요한 관심, 세부적인 것을 놓치지 않는 치밀함, 빈틈없는 시간관리, 그리고 각 배지마다 특별히 요구되는 것들을 달성하도록 도와주는 성인 카운슬러 및 동료 스카웃들, 리더들과의 훌륭한 네트워크 유지가 있어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이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타이는 집 뒤뜰에 15피트 높이, 64평방피트의 미니하우스를 짓고, 50피트 길이의 롤러코스터를 나무로 건축하기 시작했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거기서 일한 50시간을 크레딧으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이 모든 작업은 복합재료(composite materials)라는 한 개의 메릿 배지를 따기 위한 것이었다. “위락 공원을 짓는 엔지니어들에게 대단한 존경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 타이의 소감.
북가주 새크라멘토의 북동쪽 엘도라도 힐스에 살고 있는 타이는 2015년 당시만 해도 20개의 메릿 배지를 수료했고, 만기 연령인 18세가 될 때까지 약 2년여의 기간이 남아있었다. 그때부터 그는 여러 색으로 분류한 스프레드시트를 만들고 ‘메릿 배지 진전 그래프’와 ‘시간요건 배지 준비하기’ 등의 제목을 붙여놓았다.
일주일에 보통 3개의 메릿 배지를 위해 노력했던 타이는 지난 5월 18세 생일이 되기 바로 전날에는 마지막 4개를 완성하기 위해 15시간 동안 작업했고, 결국 생일날 모든 배지를 취득할 수 있었다.
타이가 속한 528 트룹의 스카웃 매스터인 커트 핀레이슨은 그의 성취도와 업적에 그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타이는 무슨 일이든 너무 세밀하게 집중한다”고 강조한 그는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가 해낼 줄 알았지만, 정말 미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메릿 배지 하나를 따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시간 정도라고 한다. 그 모든 과정 동안 타이는 무엇보다 스트레스와 불안과 싸워야 했다. 때때로 끝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인내심을 아주 많이 테스트했던 기간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런 목표를 가진 스카웃 대원들에게 가장 힘든 챌린지는 계속 동기부여 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 메릿 배지를 수료한 어바인의 코비와 벤 누엔 형제는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었다”고 술회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주말을 희생해야 했고, 메릿 배지 하나 하나 리서치 하느라 잠도 못 자곤 했던 일들은 그저 힘든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었다”는 것이 이들의 고백이다.
메릿 배지 놋 창설자 트로이 퓨 역시 이 기록을 달성한 사람이다. 그가 스카웃 대원일 당시에는 126개가 주어졌는데 그 모두를 획득했다. 그의 아들 크리스천은 더 유별나서 불과 13세 때 이글스카웃이 되었고 결국 아버지처럼 모든 메릿 배지를 수료했다.
퓨가 웹사이트를 만들어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스카웃 대원들의 뛰어난 업적을 치하하고 다른 소년들도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뉴스에 나오는 소식이나 보이스카웃 지역 카운슬에서 보내오는 리포트 등을 참고해서 리스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137개의 메릿 배지 중에서 가장 따기 힘든 도전은 무엇이었을까? 타이와 코비는 스쿠바 다이빙을 꼽았고 퓨와 크리스천 부자는 신호법(signaling) 배지를 들었다.
신호법 배지를 따려면 손으로 하는 수기신호, 미국식 수화, 모스 부호, 깃발 신호를 모두 알아야 한다. 이 메릿 배지는 1992년에 중단됐으나 보이스카웃 100주년을 맞아 2010년 한해만 다시 나온 적이 있다. 그때 11세이던 크리스천은 이 배지를 따기 위해 정해진 시간 내에 모스 부호를 송수신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아버지 퓨는 “보통 모든 배지를 다 얻은 스카웃 대원들이 맨 마지막에 도전하는 메릿 배지는 뷰글링입니다. 하지만 크리스천은 학교 밴드 클래스에서 트럼펫을 연주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배지가 아니었죠. 그 어린 나이에 모스 부호를 배워서 또또 따따… 신호를 주고받는 일보다 어려운 일은 없었을 겁니다”라고 대견해 했다.
전 메릿 배지 완주 기록을 가진 스카웃들은 전혀 모르는 주제와 씨름하여 제 시간에 임무를 완수해낸 자신감으로 넘치는 소년들이다.
“요즘 아이들이 허구헌날 전자기기를 갖고 놀거나 비생산적인 오락에 빠져있는 동안 이 스카웃 대원들은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한 준비를 마치는 데 온 마음과 힘을 기울인 것입니다”
보이스카웃이 제공하는 137개의 메릿 배지를 모두 수료한 타이 빙햄이 자신의 배지들을 자랑스럽게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Yoomi Ch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