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애틀랜타 미드타운서 피격...백인범인 체포
베트남 난민출신...소수민족 인권보호 활동도 해
경찰, 이민자·난민 향한 증오범죄 가능성 수사
애틀랜타 미드타운 거리에서 아시안 여성변호사가 백인남성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변호사 트린 훤(40)은 3일 오전 7시40분께 피치트리 플레이스와 피치트리 스트리트의 교차로를 지나 출근하던 중 한 남성이 등 뒤에서 쏜 총에 맞고 쓰러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총격 용의자는 여성을 향해 총알 세 발 이상을 쏜 후 달아났다. 목격자들의 신고로 휜 변호사는 피격을 당한 직후 인근의 그레디 메모리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총격 용의자로 레이론 브라우닝(39·라즈웰 거주)을 붙잡아 범행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훤 변호사는 베트남 사이공 난민 출신으로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하고 에모리 법대를 졸업한 후 파웰 골드스테인, 알스턴 앤 버드 등의 대형 로펌에서 근무한 인재로 지난 해부터 UPS 사내 변호사로 일해왔다. 훤 변호사는 이날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변을 당했다.
그녀는 조지아 아시아태평양변호사협회(GAPABA) 이사 및 조지아난민이민자네트웍(GAIN)의 이사로 있으면서 인권변호활동에도 힘섰고, 특히 애틀랜타 아시안어메리칸 정의진흥협회(AAAJ, 대표 스테파니조)와 협력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행정명령에 따른 이민자 입국금지 조치에 반대한 것을 비롯해 아시안-아메리칸의 권익향상을 위해 일해왔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그레디 고교의 변호사 지망 학생들을 위해 모의재판 코치로 봉사하는 등 차세대 육성에도 힘써왔다.
애틀랜타 경찰은 "용의자가 훤 씨의 출근길에 나타나 후방에서 그녀를 향해 총구를 겨눈 것으로 보아 계획된 살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훤 변호사가 평소 아시안 인신매매 및 살인 등 소수민족에 관한 강력사건 등에 법률적 지원을 해온 점으로 미뤄 용의자가 재판과정에서 원한을 품고 범행을 했거나, 최근들어 빈발하고 있는 이민자 및 난민을 향한 증오범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감시 카메라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을 토대로 체포에 나서 4일 오후 검거했다. 이인락 기자
변호사 살해범 레이론 브라우닝(왼쪽)과 피살된 트린 훤 변호사(오른쪽).
여성변호사가 피살된 애틀랜타 미드타운 사건현장에 시민이 꽃을 내걸고 추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