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혈에 침 놔 기 순환 원활케
통증 완화에 근육이완 도움
한의사 경험ㆍ기술따라 큰 차
고질적인 만성 허리통증(요통), 오십견 등으로 침 치료를
찾는 한인들이 많다. 지난해 9월 메이요 클리닉 회보
(Mayo Clinic Proceedings)에는 미 국립보건원(NIH)산하
‘국립 보완 및 통합 건강센터’(NCCIH) 연구팀의 침,
마사지 요법, 이완 테크닉, 타이치, 요가 등 대체요법에
관한 105개 임상 실험 결과들을 분석한 보고서가 실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침 치료는 허리통증, 무릎 퇴행성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침 치료는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침을 맞았더니 ‘마법같은
효과’를 봤다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침을 맞아도 예전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한방 침은 어떤 작용으로 통증에 효과가
있는 것일까? 자생한방병원 LA분원 박언정 원장의
도움말을 빌어 한방 침에 대해 알아보았다.
#침 치료는 인체에 어떻게 작용하나?
한방 침 치료에서는 ‘경락’, ‘경혈’이라는 용어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박 원장은 “경락은 몸 안에서 기나 기혈을 운행하는 통로로 인체 기관들을 연결하는 통로다. 경맥과 낙맥으로 이뤄져 있다. 경맥은 기가 위 아래로 흐르며, 낙맥은 좌우 종행으로 순환된다. 인체는 기본적으로 12개 경락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12경락은 온 몸으로 퍼져 있으며, 또 퍼진 경락을 중심으로 작은 경락들이 몸 전체에 퍼져 있는데, 에너지 순환계가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포돼 있다고 보면 된다.
한방에서는 경락의 순환이 깨지고 균형 깨지면 병이 생긴다고 본다. 이런 것을 바로 잡는 것이 침 치료다.
또한 경락을 따라가면 경혈이라는 주요 지점이 있는데, 바로 혈자리다. 경혈은 기가 왔다갔다 이동하는 점이다. 박 원장은 “온 몸에 기혈이 움직이는데, 유난히 기가 왔다갔다 하면서 예민한 반응점들이 바로 경혈”이라며 “신체 내부 장기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그쪽 부위에 좀더 민감한 반응이 나타나고, 보통 통증으로 나타나거나, 손으로 누르면 통증이 생기기도 하고, 피부 색깔이나 윤택한 면들이 달라지기도 한다. 침으로 경혈을 자극하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정 경혈을 자극하는 방법 중 하나가 부항이다. 부항을 적용했을 때 부항자국이 심해지는 자국이 나타날 수 있는데, 부항 자리와 연결된 부위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는 진단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박 원장은 “경락을 자극해 몸의 순환을 순조롭게 소통시키는데, 경혈의 주요 지점을 찾아 침을 놓게 되면 넘치는 기운은 약간 빼주고, 부족한 기운은 넣어줘 신체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이 원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척추 관절이나 근골격계의 침치료는 소염ㆍ진통ㆍ활혈(피가 더 빨리 순환되는 것을 돕는 작용)ㆍ근육 이완ㆍ인대와 근육 강화 작용 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침은 단순히 바늘만 꼽는 치료 행위가 아니다. 침을 놓은 상태에서 침을 돌리고 만지면서 그 안에서 환자의 몸 상태를 체크하며 소리를 듣고 치료를 돕는데, 한의사의 경험과 기술에 따라 환자의 증상 호전도는 달라질 수 있다.
#침 치료 방법
크게 세가지로 나눈다. 경락, 경근, 동작 침법이 그것. 경락 침법은 경락을 자극하는 침법으로 몸 전체의 균형을 맞춰주며, 경근 침법은 척추 주변 인대나 근육을 자극해 통증을 조절하는 방법, 동작 침법은 침을 놓고 동시에 환자가 움직이면서 통증이 완화되며 움직임의 범위도 늘어나게 돕는다.
#침 치료 효과는 어떤가?
3개월 이상 오래된 통증은 만성으로 보며, 그 이내는 급성 통증으로 분류된다. 박 원장은 “과거 허리 통증 병력이 없었고, 최근 시작된 단순 급성 근육통은 침 효과가 빠르다. 근육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거나, 갑작스런 동작 때문에 수축이나 이완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근육 부하가 오고,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경직된 근육을 찾아 침 치료로 근육 이완을 도우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급성 요통으로 환자가 병원을 찾았더라도, 내부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으로 변화가 생겨서 허리통증으로 발현된 것이라면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허리통증 원인에는 근육통 외에도 허리디스크, 퇴행성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척추 전방 전위증 등 질환들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 질환들은 척추 자체 문제이지만, 발현되는 증상들은 전형적인 허리통증으로 엉덩이나 다리, 발끝까지 아프고 저리는 증상들이 동반된다.
박 원장은 “예전에 통증 병력이 있었는지, 환자는 급성으로 알고 왔지만 침을 맞아도 증상 호전이 보이지 않는다면 단순 근육통인지, 아니면 원인 질환이 있는지 엑스레이, MRI 등 검사를 통해 정밀 검사를 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이가 젊을 때는 퇴행보다 재생 속도가 더 빠르다. 그러나 중년 이후 나이가 되면 재생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려지며, 퇴행 속도는 빨라진다.
박 원장은 “만성 요통의 경우는 침치료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혈관을 확장시켜주면서 내부적으로 뼈나 인대 근육 등을 계속적으로 보강할 수 있는 약물 치료를 함께 병행해주면 치료효과가 호전되며, 퇴행 속도를 느리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침치료는 얼마나 해야 하나
환자마다 요통의 원인이 다르며, 몸 상태, 직업이 다 틀리기 때문에 다를 수 밖에 없다.
박 원장은 “단순 근육통은 침치료는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한 두 차례 침을 맞거나 1~2주 치료하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좋은 치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에 급성 또는 만성이든 간에 원인이 척추 디스크, 또 다른 척추 문제 때문이면 침 치료,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3~6개월 꾸준히 치료하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자도 허리, 복근, 하체 강화 운동을 같이 병행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침 치료에 대한 보험 적용 여부는?
환자가 갖고 있는 보험과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PPO는 거의 적용될 수 있으며, HMO의 경우 메디컬 그룹에 따라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 보험 문제는 갖고 있는 보험사에 문의해보는 것이 좋고, 침 치료를 위한 한의원에도 문의해 본다.
#최근의 침 치료, 암 치료 부작용 완화까지
박 원장은 “잘 알려진 MD앤더슨 암 센터에서도 한방과 침 치료와 연계된 치료 및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암환자들의 경우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 후에 소화불량, 변비, 속쓰림, 두통, 불면증 등 부작용 및 기력이 떨어지는 등의 여러 후속 증상들이 나타난다. 암과 싸우느라 이미 기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다시 소화제나 수면제 등을 더 복용하게 되면 환자에게 부담이 갈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유명 암 센터에서도 약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침 치료로 환자의 회복을 돕는 경향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난임에도 침 치료가 쓰이고 있다. IVF 센터에서 시험관을 하는 경우 침을 맞으면서 몸의 균형을 맞추는데 침 요법이 쓰이는데, 시술하는 당일에 침을 놓거나 시술 후 수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침을 맞기도 한다는 것. 미리 임신 전에 몸을 만들면서 침 치료를 통해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는 것이 박 원장의 설명이다.
그 밖에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 및 중풍, 피부질환까지도 침 치료가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유명 대체의학 저널이나 통증 저널 등에서 침의 효능에 관한 연구보고들이 나오고 있다. 침 치료가 뇌 구조물에 특이적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MRI나 PET스캔 등으로 분석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