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과 광장은 유럽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레퍼토리다. 프랑크푸르트는 다르다. 항공과 철도교통의 요충지이자 상업과 금융 중심지답게 세련됨으로 무장했다.
수도 베를린에도 없는, 독일에서 유일하게 산뜻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한 도시라고 자랑한다. 프랑크푸르트는 인지도에 비해 작은 도시다. 인구 규모는 70만으로 경기 안산에 못 미친다. 도심이라 부르는 지역은 더욱 단출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도 둘러볼 수 있는 수준이다.
국제회의와 박람회가 많은 프랑크푸르트에서 단 하루의 시간이 주어졌다면 어디로 갈까? 무엇을 볼까? 프랑크푸르트 중앙역(Frankfurt Hauptbahnhof)을 출발해 관광청에서 추천하는 주요 관광지 7곳을 찍고 지도에 표시해보니 3㎞가 조금 넘는다. 걷는 시간은 약 40분이다. 중앙역으로 되돌아온다 해도 5km, 1시간 남짓이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을 나오면 한국인에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고층 빌딩이 아니라 한국의 K타이어 간판이다. 그 옆에 N타이어 간판도 보인다. 마인타워로 이어지는 카이저거리는 K타이어 간판 왼편이다. 인도가 충분히 넓어 걷기 편하다. 마인타워에 가는 이유는 단 하나, 200m 높이에 공공전망대가 있어 시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청 직원의 말만 믿고 곧장 타워로 향했지만, 건물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야외에 위치한 전망대에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일시 폐쇄했단다. 그러나 실망하긴 이르다. 대안은 인근 갤러리아백화점 테라스다. 가는 길은 에두르지 않고, 56층 규모로 독일에서 가장 높은 코메르츠방크 본사 건물 로비를 통과한다. 지금은 외곽으로 이전한 유럽중앙은행 자리의 EU 상징물과 함께 유럽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엿보이는 건물이다.
백화점에 도착해 곧장 꼭대기 층 푸드코트와 연결된 테라스로 나갔다. 그제서야 지나온 거리의 스카이라인이 선명하다. 고층건물은 시내 중심에 모여 있지만, 중첩될 만큼 많지 않아 깔끔하다. 사실 대도시 풍경에 익숙한 여행자에겐 스카이라인보다 한층 선명한 수많은 비행기 궤적이 더 눈에 들어온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독일의 관문이고 유럽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항공기 이동이 많은 것이 큰 이유이겠지만, 그만큼 대기가 맑다는 점에 감탄하는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를 즐기는 시민들도 인상적이다. 독일인의 맥주사랑은 장소도 계절이 없어 보인다. 백화점 바로 아래 광장 한 가운데는 오래된 2층짜리 건물 하우프트바헤(Hauptwache)가 버티고 있다. 현대식 건물로 둘러싸여 이질적이지만 당당하다. 1671년 세워져 1728년에 재건한 경비시설로 1904년부터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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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독일 최고 높이 코메르츠방크 아래 오래된 2층 건물이 오히려 이질적으로 보인다.
현대적 도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외형상 가장 독일적인 공간 뢰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