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국채금리와 전쟁
정부 대책, 근본 원인 제거 한계
적자만큼 채권 주가 발행 불가피
장기채만 줄이면 단기체 공급 ↑
만기 빨리 돌아와 시장 불안 해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장기 국채금리를 잡기 위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은 고금리가 미국 경제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업들이 고금리로 자금을 끌어모은 상황에서 국채금리가 오르면 충격이 올 수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는 점도 베선트 장관의 행보를 밀어붙이는 요소다. 월가는 장기물 발행이 줄어들 것을 예상하면서도 재정적자를 바꾸지 않는 한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평가했다.
9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베선트 장관의 지난주 세 가지 행보를 미 장기 국채금리를 누르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지난달 31일 장중 5.28%까지 올라 2007년 7월 이후 약 1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 불안이 높아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일 공동 엔화 매수 개입이다. 케이티 마틴 파이낸셜타임스(FT) 편집위원은 “미국의 개입은 미 국채 가치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엔화를 방어하려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여야 한다. 하지만 일본이 필요한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갖고 있던 미 국채를 팔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는 상승한다. 이에 미국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통해 일본에 엔화 매수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미국도 유로화를 팔아 엔화를 매수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베선트 장관은 연준의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기구를 활용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해외 중앙은행은 보유 중인 미 국채를 시장에 처분하는 대신 연준에 담보로 맡겨 달러를 빌릴 수 있다.
재무부가 꺼낸 국채 공급 조절 문구도 역시 장기금리를 끌어내리기 위한 목적이 있다. 재무부는 최근 분기 자금조달계획(QRA)에서 향후 이표채와 변동금리채(FRN) 발행 규모의 ‘증가(increases)’ 검토 문구를 ‘변경(changes)’ 검토로 바꿨다. 새로운 문구는 감축까지 선택지에 포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BMO캐피털마켓츠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고객의 약 61%가 향후 30년 만기 국채 발행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베선트 장관은 10년물 국채금리가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회사채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주요 빅테크들이 천문학적인 AI 투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부담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다만 베선트 장관이 장기금리 상승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연간 재정적자는 2조 달러에 육박하고 국가부채는 약 40조달러가 쌓여 있다. 미 국채 발행 물량 자체를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재무부를 자문하는 국채차입자문위원회(TBAC)는 최근 현행 국채 발행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27~2028회계연도(2026년 10월~2028년 9월)에 약 1조 4,500억달러의 자금 조달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채 발행을 억제하는 전략 역시 또 다른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재정적자가 그대로인데 장기채 공급을 줄이면 재무부는 부족한 자금을 만기 1년 이하 단기 국채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 단기물은 장기물보다 금리가 낮은 장점도 있어 재무부는 최근 국채 발행 물량 중에서 단기물 비중을 22%까지 높였다.
<서울경제=이완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