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급습 대신 ‘기습’
출근길·집 앞 일상 노려
8월 체포 5만명‘최고치’
남가주 영장 제한은 변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불법이민 단속이 계속되는 가운데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방식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중무장 요원들이 대거 투입되는 대규모 공개 단속 대신 소수 요원들이 특정 대상을 추적해 순식간에 체포하고 사라지는 이른바 ‘조용한 단속’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ICE 체포 건수 자체는 오히려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어 이민자 커뮤니티의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가디언은 28일 ICE의 최근 단속 자료와 이민변호사 및 이민자 단체 관계자들의 증언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규모 공개 단속에서 벗어나 보다 은밀하고 신속한 체포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는 장갑차와 다수의 복면 요원들이 주택가나 사업장 등에 대거 출동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지만, 최근에는 소수의 요원이 일반 차량 등을 이용해 체포 대상자를 추적한 뒤 짧은 시간 안에 신병을 확보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에는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남성이 체포되는가 하면 자녀를 스쿨버스에 태워 보낸 직후, 주유 중이거나 출퇴근하는 도중 체포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 이민 관련 전문가는 일부 체포의 경우 ICE 요원이 나타난 뒤 대상자를 차량에 태워 떠날 때까지 불과 9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단속이 눈에 덜 띄게 변했다고 해서 규모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ICE는 지난 8월 전국에서 약 5만1,000명을 체포해 3개월 연속 월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체포자의 4분의 3 이상은 범죄 전력이 없는 이민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추방은 하루 약 1,200명 수준에 머물러 체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망명이나 영주권 신청 등 계류 중인 이민절차와 추방 항공편 부족, 일부 국가의 송환 제한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다만 LA를 비롯한 남가주에서는 최근 연방법원의 제동이 변수로 떠올랐다. LA 연방법원의 마메 에우시-멘사 프림퐁 판사는 이달 초 이민당국이 민사 이민법 위반자를 영장 없이 체포하려면 영장을 발부받기 전에 대상자가 도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며 예비금지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LA와 오렌지, 리버사이드, 샌버나디노, 벤투라, 샌타바바라, 샌루이스오비스포 카운티 등을 포함하는 연방 중부지법 관할지역에 적용된다.
법원은 단순히 미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영장 없는 체포를 정당화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으며, 이민당국이 영장 없이 체포할 경우 대상자가 도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구체적인 사실도 기록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ICE가 보다 신속하고 은밀한 방식의 단속을 확대하는 가운데 남가주에서는 실제 현장 단속이 연방법원의 새로운 기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ICE는 최근 최종 추방명령을 받은 일부 구금자의 위치를 온라인 구금자 조회 시스템에서 공개하지 않는 조치까지 시행하면서 이민변호사와 인권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민단체들은 단속 방식이 갈수록 눈에 띄지 않게 바뀌고 구금자 위치 확인까지 어려워지면서 가족과 변호사가 체포 사실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