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방문하는 통영, 서피랑 계단에서 내려온 후 다음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모바일 지도를 굳게 믿고 있었건만 도보 길찾기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 지역이란다.
근처 카페에 들어가 묻는다.
“제대로 찾아오셨네. 서피랑은 다 보셨고요?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알아요?”
카페 ‘in 서피랑’을 운영 중인 통영 시민 이승희(47)씨는 판매 중인 아귀포를 시식해보라며 꺼내온다. 따로 묻지 않았는데 신이 나서 서피랑 골목의 역사를 설명해준다. 처음엔 가게 홍보인줄만 알았다. 그러나 이 사람, 통영을 제대로 알리고 싶은 듯하다.
“아직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일몰명소가 있어요. 거기 한번 가보실래요?”
어느덧 해가 떨어질 때가 되어, 일몰을 보러 달아공원에 갈 것이라 하자 공원 근처의 ES리조트를 추천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기 불편하니 차에 타라고 한다. 가이드를 자처한다. 기자라서? 아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대만, 말레이시아 등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카페를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종종 가이드가 되어준다. 한번은 순천까지도 바래다 준 경험이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도 보여준다. 통영을 찾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겁단다.
“또 어디 가보셨나요?”
통영 명물이라 하는 꿀빵을 하나 시식하는 중 동피랑 마을 아래에서 이순신공원까지 도보로 걸리는 시간을 물었다. 돌아오는 것은 단순한 대답 이상이다. 동피랑 근처에서 ‘오이소꿀빵’을 운영 중인 안은희(34)씨는 먼 길을 왔는데 혹시 한 군데라도 놓치고 돌아갈까 통영에 와 들렀던 곳들을 묻는다. 꿀빵을 파는 상인이기 전에, 많은 이들이 통영에서 좋은 추억을 가지고 돌아가길 바라는 한 명의 시민이었다.
특히 그는 앞으로 통영을 찾을 이들에게 루지(Ruge)를 추천한다. 뉴질랜드, 싱가포르, 캐나다 등 세계 5개 지역에서 운영 중인 루지는 약 1.5km의 트랙을 탑승자들이 직접 조종하며 내려올 수 있는 아웃도어 액티비티다. 루지가 시작되는 정상까지 올라갈 때는 스카이라이드 체어리프트(skyride chair-lift)에 올라타 통영시내와 남해바다의 빼어난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준비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12월 말 중 운행을 개시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루지 통영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다( http://www.skylineluge.com/luge-korean ).
꿀빵도 꿀맛나게 설명한다. 꿀빵을 만들어 파는 가게가 많고 다들 비슷한 겉모양을 가지고 있지만, 만드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으니 여러 가게에서 시식해보고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란다. 우리 빵은 기계로 만든 것이 아닌 수제 빵이라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동피랑 마을의 변모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주던 카페 운영자, 서피랑이 새로 생겼다며 한번 가보라던 택시 기사, 우짜는 ‘항남우짜’가 원조라며 직접 지도에 찍어주던 한 시민. 대도시에 비해 느긋해서일까. 하나를 물어보면 둘 셋을 알려주는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통영 전체가 관광지로서 사랑 받길 바라는 인상을 풍긴다. 자발적인 홍보원을 곳곳에서 만났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더라도 서비스가 불쾌한 식당은 다시 방문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는다. 관광지도 마찬가지다. 볼거리가 많아도 현지인에게서 좋지 않은 인상을 받는다면 매력이 없다. 통영은 일주일을 잡아도 과하지 않을 만큼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지역을 진심으로 아끼고 관광지로서의 통영을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들이다. 다시 찾고 싶은 도시다.
<민준호 인턴기자>
ES리조트에서 본 일몰. 바다와 여러 섬들을 내려다보는 위치에서 나무 사이로 해가 떨어지는 장면을 볼 수 있어 달아공원의 뷰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많은 여행객과 지역민이 소통하는 통영 중앙시장
꾸준히 사랑 받는 동피랑 마을.
팥, 고구마, 유자 세 가지 맛의 수제 꿀빵을 판매하는‘오이소꿀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