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넘어 중동 확전
미 5척 격침, 이란 20척 보복
후티, 사우디 4곳·아람코 공격
여성·어린이 포함 73명 사상
사우디 맞불… 홍해 봉쇄 위기
![지난 7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국경의 알와디아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화염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image/fit/296600.webp)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홍해와 호르무즈해협 양쪽에서 동시에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본토와 에너지 시설을 대규모로 공격한 데 이어 미국과 이란이 유조선과 군함을 겨냥해 보복을 주고받으면서 중동의 양대 원유 수송로가 동시에 흔들리는 양상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지난 8일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동원해 사우디 남부 아브하와 카미스무샤이트·지잔·나지란 등 4개 도시를 공격했다. 공격 대상에는 카미스무샤이트의 사우디 공군기지와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의 에너지 시설이 포함됐다. 현지 당국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73명이 다쳤으며 일부 석유 시설에서는 화재가 발생하고 가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를 올해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후 후티의 전선이 가장 크게 확대된 것으로 평가했다.
사우디 측도 후티 거점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양측의 충돌은 다시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후티는 최근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해협에서 사우디 선박 운항을 압박해온 데 이어 이번에는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 본토의 석유 시설까지 직접 겨냥했다. 홍해 항로와 사우디 원유 생산 시설이 동시에 위협받으면서 시장에서는 원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호르무즈해협 일대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보복 수위가 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이틀 동안 미 해군 함정을 두 차례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려 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8일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승조원에게 퇴선을 요구한 뒤 걸프 오만과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 인근의 유조선을 공격했다. 미국은 앞서 5일에도 이란 유조선 3척을 공격한 바 있어 이란의 원유 수출망 자체를 압박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은 곧바로 공격 대상을 두 배로 늘렸다. IRGC는 9일 호르무즈해협의 ‘금지·위험구역’을 통과하려던 선박 10척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2척은 미국 선박이고 나머지 8척은 유조선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들은 이와 별도로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10척을 추가로 겨눴다고 공개했다. 이란은 요르단 알아즈라크 인근의 미군 사용 기지를 향해서도 탄도미사일 20발을 발사했다. 요르단은 이 가운데 18발을 요격했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란은 해상뿐 아니라 해저에서도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IRGC는 호르무즈해협 입구에서 미군이 운용하던 대형 자율무인잠수정 ‘다이브-LD’를 나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방산 기업 안두릴이 제작한 이 장비는 기뢰 탐지와 해저 지도 작성, 정보·감시·정찰, 해저케이블·파이프라인 점검 등이 가능한 수중 드론이다. 이란은 미국의 최신 무인잠수정을 나포했다고 선전했지만 미 국방부는 고장 난 구형 장비이며 기밀 소나나 레이더는 탑재되지 않았다고 최신 기술 탈취 의미를 축소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유가 전망을 잇따라 끌어올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걸프 지역 원유 생산이 전쟁 이전보다 하루 400만 배럴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공급 차질이 올해 말까지 이어지면 브렌트유가 95~120달러 범위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주요 에너지 기반시설이 파괴되는 광범위한 확전으로 번질 경우 최고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