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몫 1947년 이후 최저
소득 상위 20% 혜택 독식
일자리·소비도 양극화 현상
지역 간 소득격차로도 번져
![인공지능(AI)이 생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가운데 계층간·지역간 부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로이터]](/image/fit/296126.webp)
인공지능(AI)이 경제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이미 심각한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막대한 투자 수익을 올리는 기업과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주식과 기업 지분을 보유한 부유층에는 AI가 새로운 부의 창출 기회가 되고 있지만, 반복적·사무직 업무를 중심으로 AI의 자동화가 진행될 경우 중산층과 저소득층 근로자에게는 일자리 감소와 임금 정체라는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붐과 주식시장 상승의 혜택이 주식을 많이 보유한 고소득층에 집중되면서 소비와 자산의 격차가 동시에 벌어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경제에서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의미하는 ‘노동자 몫’(labor share)은 국내총생산(GDP)의 52.9%로 떨어졌다. 해당 통계가 시작된 194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미국 경제가 만들어내는 부 가운데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돌아가는 비중이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의미다. 반면 기업의 이익과 주주 등 자본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BLS에 따르면 올 2분기 노동생산성은 전년 동기 대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실질 시간당 보상은 3.1% 감소했다. 지난 4개 분기를 기준으로도 실질 시간당 보상은 0.1% 감소했다. 근로자는 생산성 향상에 비례하는 임금 상승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최신 가계자산 분포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가계의 순자산 가운데 상위 10%가 약 67%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 50%가 보유한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득과 자산의 격차는 소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미국의 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비 증가율은 나머지 80% 가구보다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층은 주택과 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으로 얻은 자산효과를 소비에 활용할 수 있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높은 식료품비·주거비·보험료·대출비용 등 생활비 상승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는 GDP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핵심 성장 동력인 만큼, 소비 여력의 양극화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 성장의 기반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의 혜택과 위험은 개인과 가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내 지역별 경제 격차 역시 AI를 계기로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앤트로픽의 AI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AI 사용이 고소득 국가와 지역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AI 활용이 고숙련 인력과 기업이 집중된 대도시권에 편중되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북가주 실리콘밸리 지역을 비롯해 뉴욕, 워싱턴 DC, 시애틀 등은 기술기업과 금융·정부·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어 AI 활용도가 높은 대표적인 지역이다.
반면 제조업 기반이 약하거나 고숙련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낼 기회도 제한적일 수 있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AI가 단순히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격차’를 넘어 ‘AI 중심 도시와 비AI 지역의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AI 기업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고임금 일자리와 기업 투자가 증가하고 주택가격과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AI 산업에서 소외된 지역은 젊은 고숙련 인력의 유출까지 겹치면서 경제적 격차가 고착화될 수 있다.
<조환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