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반 만에 160원 급락
‘1,300원대 중반까지 가능’
유학생·주재원·수입업체 웃고
한국 방문 미국인들은‘울상’
![원·달러 환율이 14.1원 내린 1,397.7원에 거래를 마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있다. [연합]](/image/fit/296031.webp)
원·달러 환율이 11개월 만에 1,400원 아래로 내려가며 1,300원대로 진입했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가 약화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까지 쏟아지면서 원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1원 급락한 1,397.7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24일의 1,397.5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400원 선이 무너진 것도 지난해 10월2일 이후 약 10개월 반 만이다.
특히 지난 7월1일 장중 고점이었던 1,559.2원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반 만에 160원 가까이 떨어졌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의 가장 큰 배경 가운데 하나는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 변화다. 최근 발표된 소매판매와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이 시장 예상보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이 당장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확산됐다. 달러인덱스는 19일 99.458로 전날보다 0.19 하락했다.
한국 외환시장에서는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도 원화 강세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출기업들은 해외에서 제품을 판매해 달러를 벌어들인 뒤 국내에서 사용할 원화가 필요할 경우 달러를 원화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달러를 시장에 내놓는 물량이 늘어나면 달러 공급이 증가하면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환율은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가격 변수 가운데 하나다. 환율 자체가 경제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지만, 원화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내리면 기업의 수출 경쟁력과 수입물가, 물가상승률, 외국인 투자, 가계의 해외소비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에도 과거처럼 매일 수조원 규모의 매도가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라며 환율이 추가 하락해 1,380원대에서 하단을 시험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조선업체를 비롯한 수출기업들의 달러 공급 여건 등을 고려하면 1,300원대 중반까지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원화 강세가 일방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거나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연준의 금리정책 전망이 바뀔 경우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반등하더라도 당분간 1,420~1,430원대가 주요 움직임의 범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1,300원대 진입 자체보다 앞으로 환율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움직일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원화는 주요 통화 중에서도 변동성이 가장 크다. 그 만큼 외부 요인의 영향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원화 기준 월급을 받아 미국에서 달러로 바꿔 생활하는 주재원이나 한국에서 원화로 송금을 받는 유학생들은 원화 강세의 대표적인 수혜자들이다.
미국에서 한국산 제품과 식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에게도 원화 강세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한국에서 상품을 구매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수입업체는 원화로 표시된 제품 가격을 달러로 결제하거나 환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면 같은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달러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원·달러 환율 하락은 한국을 찾는 한인 등 미국인 관광객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환율이 1,550원일 때 1,000달러를 환전하면 단순 계산으로 약 155만원을 사용할 수 있지만, 환율이 1,400원으로 내려가면 약 140만원 수준의 원화를 받게 된다.
결국 원화 강세는 한국인의 미국 여행에는 호재, 미국인의 한국 여행에는 악재라는 대조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한인 여행업계는 원화 강세로 침체됐던 한국인들의 미국 여행이 다시 활기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조환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