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도중 쓰러졌지만
감독관 “시험 계속 보라”
“응급대응 지연으로 인해
심각한 뇌손상과 후유증”
‘응급시 시험중단법’계기

법대 졸업 후 변호사 시험을 치르던 30대 한인 여성이 시험 도중 심정지로 쓰러져 심각한 뇌손상을 입은 뒤, 시험 감독관들의 응급 대응이 지연돼 생명에 위협을 받았다며 뉴욕주와 시험 장소를 제공한 대학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큰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이후 시험 중 응급상황 발생 시 시험을 즉시 중단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추진되는 계기가 돼 주목되고 있다.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뉴저지주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메리 제인 정(36)씨는 지난해 7월30일 뉴욕주 변호사시험이 치러진 뉴욕 롱아일랜드의 호프스트라 대학교 내 시험장에서 갑자기 심정지를 일으켰다. 최근 낫소 카운티 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그는 점심시간 직전 갑자기 의자에서 쓰러져 바닥에서 숨을 헐떡이다 의식을 잃었고, 얼굴이 파랗게 변하는 등 위급한 상태에 빠졌다.
소장에 따르면 감독관들은 응시생들에게 시험을 계속 보도록 지시했으며 쓰러진 정씨를 도우려던 다른 응시생들에게도 자리에 앉아 있으라고 하거나 제지했다. 또한 응급 의료서비스(EMS)를 즉시 호출하지 않았고, 심폐소생술(CPR)도 신속히 시행하지 않았으며 자동심장충격기(AED) 역시 결정적인 초기 몇 분 동안 사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정씨는 결국 시험이 끝난 뒤에야 응급 치료를 받았으며, 심정지로 인해 뇌손상을 입고 이후 심장 제세동기를 몸 안에 삽입하는 수술까지 받았다. 정씨 측은 이번 사건으로 평생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심각한 후유증을 입었다며 호프스트라 대학과 뉴욕주 변호사시험위원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배상 요구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호프스트라 대학 측은 정씨 측 주장과 다른 입장을 내놨다. 대학 측은 지난해 성명을 통해 공공안전 요원들이 정씨가 쓰러진 직후 즉시 현장에 도착해 심폐소생술 등 생명 구조 조치를 시행했고,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응급 대응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뉴욕주 변호사시험위원회 측도 정씨가 쓰러진 뒤 약 2분30초 안에 대학 측이 대응을 시작했으며 응급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필요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시험 직후부터 미국 법조계와 수험생 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응시생들은 온라인에 “사람이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도 시험을 계속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감독관들이 도움 요청을 무시했다”는 증언을 잇달아 올리며 시험 운영 방식에 강한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뉴욕주 의회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클락 슈드 스탑 법안(Clock Should Stop Act)’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시험 도중 의료 응급상황이나 범죄, 자연재해 등이 발생하면 즉시 시험 시간을 멈추고 응급조치를 실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사건의 직접 당사자뿐 아니라 이를 목격하거나 영향을 받은 다른 응시생들에게도 시험시간 연장이나 재응시 기회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씨의 변호인은 “이번 소송을 통해 책임을 분명히 하고 의뢰인이 겪은 고통에 대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며 “무엇보다 앞으로 시험장에서 의료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수험생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황의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