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임금 전국 세 번째지만
물가 반영하면 13위로 추락
주거비·세부담이 임금 상쇄
“비용절감 위한 노력 시급”
캘리포니아가 미국 내 최고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지역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체감 생활 수준은 기대보다 훨씬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집값과 렌트비, 전기료, 보험료, 세금 등 천문학적인 생활비 부담이 임금 상승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영리 데이터 분석 기관인 USA팩츠가 최근 발표한 ‘주별 임금 및 생활비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주간 평균 임금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과 할리우드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바이오 및 항공우주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집중되어 있어 전반적인 임금 체계가 높게 형성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보고서는 지역별 생활비 차이를 반영할 경우 캘리포니아의 경제적 위상이 크게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물가 수준을 고려한 캘리포니아의 실질 임금 순위는 전국 13위로, 명목 순위보다 10단계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금 수준이 높더라도 주거비, 세금, 에너지 비용 등 필수 지출 항목의 가격이 전국 평균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와 경제 전문가들은 실질 임금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주거비 부담을 꼽았다. LA와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대도시의 임대료와 주택 가격은 이미 미국 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모기지 금리 급등이 더해지면서 중산층 가계의 주거비 지출 비중은 더욱 확대되었다. 실제 남가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가구 소득의 50% 이상을 주거비에 할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다.
공공요금 및 세금 부담 역시 실질 구매력을 낮추는 주요인이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지불하는 전기료와 개솔린 가격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상승한 자동차 보험료와 주택 보험료, 그리고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주 소득세율은 고임금 노동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직접적으로 상쇄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특성은 이른바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대도시에서 연봉 10만달러를 받는 전문직 종사자의 실질적인 생활 수준은 물가가 저렴한 타 주의 연봉 6만달러 소득자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높은 세금과 고정 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 저축이나 소비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적 불균형은 캘리포니아의 중추 역할을 하는 중산층과 젊은 노동층의 이탈을 부추기는 핵심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로 텍사스, 애리조나, 네바다 등 생활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으로의 인구 유출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의 실질 임금 하락이 향후 주의 경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캘리포니아 경제는 여전히 세계 4위 규모의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실질 경기가 악화될 경우 노동 생산성과 소비 활력이 동시에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캘리포니아는 ‘고임금 주’라는 지표 뒤에 가려진 ‘고비용 구조’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질 임금 순위 13위라는 통계 결과는 캘리포니아가 향후 인재 확보와 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남가주 지역의 한 경제 전문가는 “현재 캘리포니아의 경제 구조는 생활비 상승 속도가 임금 인상 속도를 추월한 상태”라며 “단순히 최저임금을 인상하거나 기업 유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주거 공급 확대와 에너지 비용 최적화 등 비용 측면의 구조적 접근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박홍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