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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는 가는데 배만 볼록? ‘지방간’ 점검부터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6-03-03 09:41:59

팔다리는 가는데 배만 볼록, 지방간 점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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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간에 지방이 5% 이상 쌓이면 ‘지방간’ 진단

몸무게보다 내장비만 반영 허리둘레가 중요

학계‘임상적 비만’상태도 적극적인 치료 권고

 

지방이 전체 간조직의 5% 이상을 차지할 때 지방간으로 진단한다. 지방간은 체중보다 허리둘레가 중요하다.

 

겉으로는 날씬해 보여도 허리둘레가 늘었거나 팔다리는 가는 편인데 배만 나오는 체형이라면 내장지방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 피하지방은 우리 몸에 남는 에너지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역할을 하지만, 내장지방은 문맥을 통해 지방산과 염증 신호를 간으로 직접 보내 간에 지방을 축적하고 염증을 악화시킨다.

 

체중이 정상이라도 근육량이 적거나 유전적 소인이 있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간은 지방이 더 많이 만들고 지방을 덜 태워 지방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대사가 기울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간에 중성지방이 쌓이면서 지방간이 진행한다.

 

근육은 단순히 뼈에 붙어서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처리하는 대사 기관이다. 근육이 줄어들면 같은 양을 먹어도 혈당이 쉽게 오르고, 인슐린이 더 많이 필요해진다. 이처럼 인슐린 저항성이 악화될수록 남는 에너지가 내장지방과 간 지방으로 전환되기 쉽다.

 

근감소증과 지방간이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과 공통적인 병태생리를 가진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즉, 체중보다 지방의 분포와 기능, 그중에서도 내장지방과 이소성 지방이 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겉으로는 말라 보여도 내장지방이 많거나 간·췌장·근육에 지방이 끼는 이소성 지방이 생기면 간에 지방이 침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방간의 합병증 위험은 단순 지방증인지, 염증과 풍선변성 동반 여부, 섬유화 진행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정상 체중에서 발생하는 지방간이라도 방치하면 진행할 수 있으며, 오히려 비만을 동반한 지방간보다 중증 간질환 위험이 더 높다는 보고도 있다.

 

영국과 중국의 대규모 전향적 다기관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정상 체중 지방간 환자는 비만을 동반한 지방간 환자에 비해 간 관련 사건 및 사망, 심혈관 사망, 전체 사망 위험 모두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은 체내 여러 대사과정의 중추다. 간에 지방이 쌓이면 중성지방과 잔여 지단백 증가, 염증반응, 혈관 내피 기능 저하, 응고 경향 악화가 나타나 전신 동맥경화 위험이 함께 올라간다. 지방간이 심혈관 대사 합병증 위험까지 높이는 이유다.

 

유럽비만학회는 최근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로 비만을 정의하는 것을 넘어 ‘임상적 비만(clinical obesity)’이란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 정상 체중이라도 허리둘레가 증가하고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등 대사적 합병증과 수면 무호흡증, 퇴행성 관절염 같은 기계적 합병증, 비만으로 인한 우울감 등 심리적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임상적 비만 상태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겉보기에 날씬해도 간이나 혈관에 지방이 병적으로 쌓이는 정상 체중 지방간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비만을 외형적인 체중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 손상과 예후를 결정 짓는 만성 대사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정상 체중 지방간에 특화된 치료제는 없다. 미국에서는 체중과 무관하게 염증이나 섬유화를 동반한 지방간을 치료할 때 레스메티롬이 쓰인다. 위고비, 마운자로와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길항제의 경우 아직 정상 체중에 사용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체중 자체보다 내장지방과 섬유화 위험을 낮추고 인슐린 저항성과 근육량, 근력을 개선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습관 교정이 가장 중요하다. 당뇨,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의 동반 질환이 있다면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지방간과 예후 향상에 도움이 된다.

 

정상 체중이라도 내장지방 증가, 이소성 지방 축적, 근감소가 동반되면 임상적으로는 비만과 같은 위험을 가진다. 따라서 허리둘레와 체성분(근육과 지방)을 함께 고려한 평가가 필요하다.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량과 근력을 늘리는 것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핵심적인 전략이다. 식사는 필수 영양소가 균형 잡힌 식단을 기본으로 정제 탄수화물과 당류 섭취를 최소화하는 것이 간의 신생지방합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건강검진에서 간수치가 정상이라도 지방간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중성지방 상승, HDL콜레스테롤 감소, 공복혈당이나 당화혈색소 경계 수치, 혈압 상승 같은 대사 신호가 있다면 지방간을 의심해 봐야 한다. 숨어 있는 대사 질환을 적극적으로 찾아 치료해야 하고, 지방간 위험인자가 있다면 전문의 진료를 통해 간섬유화 검사나 혈액검사로 중요한 예후인자인 간섬유화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권장된다.

 

<사진=Shutterstock>
<사진=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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