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동포청 지시
2026년 주요 업무 포함
재외선거 대전환 예고
한국 정부가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업무보고에서 우편·전자투표 도입과 관련해 “협의가 아닌 추진을 해달라”고 지시하며 강력한 실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재외선거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대통령이 직접 방향 전환을 주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외동포청은 이에 따라 2026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 우편투표와 전자투표 도입을 공식 포함시키고, 관련 법령 정비와 시스템 구축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OECD 38개국 중 28개국이 이미 우편투표 제도를 시행 중”이라며 “블록체인 기술과 ARS 본인 인증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공정성과 보안을 강화한 재외선거 모델을 국회 및 관계기관과 협력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재외선거는 재외공관이나 지정된 투표소를 직접 방문해야만 투표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약 215~295만 명으로 추산되는 재외국민 유권자 중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올해 실시된 21대 대선의 경우 재외유권자들의 투표율이 79.5%로 집계돼 전체 전국 투표율(79.4%)을 소폭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체 재외유권자 대비 투표율은 5%대에 불과했다. 특히 미국처럼 국토가 넓은 국가에서는 몇 시간씩 이동해야 투표소에 도달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투표 접근성의 한계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 단계부터 재외국민 우편투표제 도입을 핵심 과제로 제시해 왔다. 지난 10월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과 뉴욕·워싱턴DC·일본 동포 간담회에서도 “해외 어디에 살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투표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 약속이 취임 이후 정책 실행 단계로 옮겨지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재외선거 투표율 저조의 근본 원인으로 공관 방문 투표 방식의 한계를 꼽는다. 국회입법조사처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우편·전자투표 도입을 개선 방안으로 여러 차례 제안해 왔다.
실제로 프랑스는 재외선거의 절반 이상을 전자투표로 치르고 있으며, 미국 역시 우편투표 비중이 높다. 부정선거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역대 재외선거에서 중대 위법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제도 개선의 근거로 제시된다.
LA를 비롯한 전세계 한인사회는 이번 조치를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의 전환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우편·전자투표 도입을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개정과 정치권의 합의가 필수적인 만큼, 향후 국회의 논의 과정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의 강한 추진 의지가 실제 입법과 제도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