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우리 식탁과 주변의 보이지 않는 독성 물질, 프탈레이트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5-12-04 09:40:59

보이지 않는 독성 물질, 프탈레이트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50년 전부터 위험성 경고에도 일상 곳곳에 그대로

플라스틱·가공식품·화장품을 통해 인체로 유입돼

불임·발달장애·암 위험까지… 사회적 비용 수억불

태아·어린이의 호르몬 체계 교란, 되돌릴 수 없어

규제 강한 EU·미국은 느슨…‘침묵의 피해’키워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리에 거주하는 독성학자 얼 그레이(80)는 지금도 40여 년 전의 실험 장면을 잊지 못한다. 1980년대 초, 그는 당시 연방 환경보호청(EPA) 산하 실험실에서 특정 화학물질이 생식 체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가 실험 대상으로 선택한 물질은 ‘프탈레이트(phthalates)’였다. 이 화학물질은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었지만, 그 영향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레이는 옥수수기름에 프탈레이트를 섞어 실험쥐에게 투여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눈에 띄게 이상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컷 쥐들의 고환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았고, 정자가 이동하는 통로는 막혀 있었으며, 일부 개체에서는 생식기관이 아예 없거나 제자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 외형적으로는 암컷과 수컷의 특징이 뒤섞인 듯한 형태를 띠는 개체도 있었다.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도 명확한 패턴이 보였어요. 어떤 쥐에서는 장기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잊어버린 것처럼 보였죠.” 그는 당시에는 이 결과의 심각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당시 실험은 인간에게 보내는 명백한 위험 신호였다고 확신하고 있다.

 

■ 플라스틱 시대를 타고 번진 화학물질

프탈레이트는 20세기 중반 플라스틱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함께 확산됐다. 값이 싸고 가공이 쉬운 플라스틱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이 화학물질은 산업 전반에 ‘마법의 첨가제’처럼 사용됐다. 프탈레이트는 비닐 바닥재, 샤워 커튼, 어린이 장난감과 고무 오리 인형, 의료용 튜브, 혈액 주머니, 링거 라인, 화장품(향수, 로션, 샴푸, 매니큐어), 식품 포장재와 가공 라인 장비, 자동차 내부 마감재, 전선, 케이블, 페인트, 접착제, 비옷, 인조가죽 등 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특히 문제는 이 물질이 플라스틱에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 먼지, 음식, 물로 쉽게 빠져나와 인체로 유입될 수 있다. 음식을 포장한 비닐랩, 플라스틱 용기, 식품 제조 기계의 호스에 닿는 순간, 우리는 알지 못한 채 그것을 섭취하게 된다.

 

■ 과학이 밝힌 충격적인 상관관계

지난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연구는 프탈레이트가 단순한 산업 물질이 아니라 인체 내 호르몬 시스템을 교란하는 ‘내분비계 교란물질(endocrine disruptor)’임을 밝혀냈다.

이 물질과 연관된 건강 문제는 ▲남성 정자 수 감소 및 불임 증가 ▲고환 기형 및 발달 장애 ▲임산부의 조산 위험 증가 ▲태아 성장 지연과 저체중 출생 ▲ADHD, 자폐 스펙트럼 등 신경 발달 문제 ▲심혈관 질환 및 고혈압 위험 증가 ▲인슐린 저항성 증가와 당뇨 위험 ▲특정 호르몬 관련 암(유방암, 전립선암) 위험 증가 등이 보고됐다.

특히 태아와 유아기 시기의 노출이 가장 치명적이다. 이 시기에는 인체의 호르몬이 매우 정교한 신호에 의해 장기와 뇌가 형성되는데, 프탈레이트가 이 신호를 ‘가로채거나 왜곡’하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대(NYU) 연구팀은 프탈레이트 노출이 미국 내 사망률과 질병 증가에 어떤 경제적 부담을 주는지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약 667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영원한 화학물질’이라 불리는 PFAS보다도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 느리고 분산된 정부의 대응

문제는 이러한 과학적 경고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1990년대부터 프탈레이트에 대한 위험성 논문은 줄곧 발표되어 왔다. 하지만 규제는 지극히 더디게 진행됐다.

그러나 연방 정부의 대응은 조각나 있었다. 일부 물질은 식품의약국(FDA) 관할이고 다른 일부는 환경보호청(EPA), 또 장난감은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담당하면서 책임이 분산돼 강력한 규제를 추진할 주체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지난 2009년이 되어서야 연방 정부는 어린이 장난감에 사용되는 3종의 프탈레이트를 금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최소 9종의 프탈레이트가 식품 접촉 물질이나 산업 제품에서 사용이 허용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미국 내에서 실질적으로 사용되지 않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허용’ 상태로 남아 있다.

전직 FDA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법적으로 확실한 피해가 입증되지 않는 한 기업 제품을 금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사이에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유럽연합(EU)은 ‘예방 원칙’을 적용한다. 즉, 유해성이 의심되면 완전한 과학적 증명이 없어도 우선 제한한다. 따라서 주요 프탈레이트 4종은 전면 사용 금지되고 있고, 화장품과 장난감 분야에서는 최소 12종이 금지돼 있으며, 대체물질 사용을 의무화하는 한편 제조사가 ‘무해함’을 스스로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무해함이 입증될 때까지는 사용 가능’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 차이가 수백만 명의 건강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우리가 먹어온 음식의 진실

프탈레이트는 특히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에서 높은 수치로 검출된다. 냉동피자, 라면, 소시지, 가공육, 과자류, 패스트푸드, 배달 음식, 대량 생산된 빵과 제과류 등 제품들의 포장 자체보다는 가공·조리·이송 과정에서 플라스틱 장비를 통해 음식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조사 결과 미국인 대부분의 소변에서 프탈레이트 대사물질이 검출됐다. 이는 사실상 ‘전 국민 노출 상태’임을 의미한다.

그레이 교수는 과거 자신의 행동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에게 고무 오리 장난감을 사주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장난감의 40%가 프탈레이트였습니다. 그걸 물에 띄워 놀게 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마음이 아픕니다.”

 

■ “되돌릴 수 없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미 노출된 세대다. 태아 시기에 프탈레이트에 노출된 아이들의 뇌 구조와 생식 기관 발달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이렇게 말했다. “뇌 발달은 ‘한 번의 기회’입니다. 프탈레이트가 특정 시기에 이를 방해했다면, 그 영향은 평생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프탈레이트 프리(phthalate-free)’를 광고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대체물질 또한 아직 충분한 안전 검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레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도 결단을 내리지 않았을까요… 솔직히 말해, 아직도 이해할 수 없어요.”

< By Jake Spring >

고무 오리와 같은 장난감 제품에는 프탈레이트 사용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네일 광택제 등은 여전히 프탈레이트를 함유하고 있다. <Stephanie Gonot/For The Washington Post>
고무 오리와 같은 장난감 제품에는 프탈레이트 사용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네일 광택제 등은 여전히 프탈레이트를 함유하고 있다. <Stephanie Gonot/For The Washington Post>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조지아주 대표 음식은 바로 이것
조지아주 대표 음식은 바로 이것

복숭아 대신 삶은 땅콩 복숭아는 비켜라. 피칸 파이도, 바비큐도 조지아의 상징 자리를 내줘야 할 판이다. 최근 발표된 새로운 전국 음식 순위에서 조지아주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21년 억울한 옥살이 끝에 자유의 몸
21년 억울한 옥살이 끝에 자유의 몸

조지아주 남성, DNA 검사로 무죄 입증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에서 21년 가까이 억울한 옥살이를 해온 한 남성이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그는 수감 기간 내내 자신의 결백

황병구 회장, "미주한상, 세계한상대회 성공시키겠다"
황병구 회장, "미주한상, 세계한상대회 성공시키겠다"

8월 미주한상대회, 9월 세계한상대회 준비바이어 유치 총력전, 베이스캠프 9월 개관 황병구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회장 겸 세계한상대회 운영위원장이 애틀랜타를 찾아 올해 8월에 열리는

줄기세포 치료 '네이처셀' 애틀랜타 설명회 개최
줄기세포 치료 '네이처셀' 애틀랜타 설명회 개최

관절염, 알츠하이머, 당뇨, 자폐증 치료 효과9월부터 화장품 사업 출범, 대규모 연구시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네이처셀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재생의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

‘백신 회의론’ 버렸나…FDA 자문위, mRNA 독감백신 승인 권고
‘백신 회의론’ 버렸나…FDA 자문위, mRNA 독감백신 승인 권고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가 처음으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독감 백신 승인에 청신호를 켰다.로이터통신과 PBS방송은 19일 FDA 산하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

중앙일보, 220억원 규모 어음 최종부도…워크아웃 공식 신청
중앙일보, 220억원 규모 어음 최종부도…워크아웃 공식 신청

한양증권 보유 CP 조기 상환 미이행JTBC는 360억원 규모 기업어음 1차 부도 처리 공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앙일보가 발행한 22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이 19일(

애틀랜타 한인사회 월드컵 응원으로 하나돼
애틀랜타 한인사회 월드컵 응원으로 하나돼

한국, 수비 실수로 멕시코에 분패한인회 공동응원 일정 추후 발표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뱔리그 2차전 경기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멕시코에게 0-1로 석패해 승점 추가에

86억달러 대형합병은행 애틀랜타에 둥지
86억달러 대형합병은행 애틀랜타에 둥지

시노버스∙피너클 합병 은행미드타운에 본사 임차계약   기존 시노버스 은행과  피너클 은행과의  86억달러에 달하는 합병으로 태어난 피너클 파이낸셜 파트너사(이하 피너클)가 애틀랜타

5년 새 조지아 집값 45% 상승…전국 16위
5년 새 조지아 집값 45% 상승…전국 16위

메인 1위…S.캐롤라이나 4위  최근 5년간 미 전역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특히 북동부 지역에서의 상승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동안 조지아의 주택가격 상승폭

대규모 시민권 박탈…트럼프 행정부 강행
대규모 시민권 박탈…트럼프 행정부 강행

연방 법무부 취소소송수백건 추가로 추진이민 단속 확대 일환“합법이민 겨냥”논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귀화 이민자들의 시민권까지 박탈하는 ‘시민권 취소(denaturalizatio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