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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속 ‘대출의 덫’ 빠진 미국… ‘중산층 붕괴’

미국뉴스 | 경제 | 2025-11-04 09:59:55

고물가 속,대출의 덫 빠진 미국,중산층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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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무관 대출 증가세

“위험 신호 지속 누적 중”

개인 파산 50만건, 13.0%↑

연 말연시 ‘부채 소비’ 우려

 

 소비자들이 고물가와 고금리 이중고를 겪으면서 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신용 건전성 악화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소비자들이 고물가와 고금리 이중고를 겪으면서 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신용 건전성 악화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미국 경제가 고물가와 고금리의 이중 압박 속에 ‘대출의 덫’(Debt Trap)으로 빠르게 빠져들고 있다. 신용점수 상위권과 하위권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중간 계층의 신용 건전성이 급속히 약화되고 개인 파산 건수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다 연말연시 소비 시즌이 다가오면서 신용 경색 우려는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3일 신용평가회사 트랜스유니언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점수가 781~850점으로 최상위 등급인 ‘슈퍼프라임’(Super Prime) 대출자 비중은 올해 3분기 40.9%로 2019년 3분기(37.1%)보다 3.8%포인트 상승했다. 신용도가 낮아 상환 위험이 큰 300~600점대 ‘서브프라임’(Subprime) 대출자 비중도 동반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대출 구제 프로그램 덕분에 잠시 안정됐던 신용등급 양극화가 다시 악화하고 있다.

 

반면 신용 위험이 중간 수준인 ‘프라임’(Prime)·‘니어 프라임’(Near Prime)·‘프라임 플러스’(Prime Plus) 구간 소비자 비율은 팬데믹 이전보다 낮아졌다. 트랜스유니언의 미셸 라네리 부사장은 “신용 등급이 양극단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몇 년째 지속 중이며, 이는 미국 경제가 ‘K자형’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부유한 가계는 여전히 소비를 이어가는 반면 저소득층과 젊은 세대는 고금리와 물가 상승에 취약해 신용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라네리 부사장은 “앞으로 관건은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이 제한된 신용을 얼마나 현명하게 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연체율이 급격히 오르지 않았지만, 대출 증가 속도와 상환 부담을 고려하면 위험 신호가 누적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신용카드 연체율은 아직 완만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총 카드 잔액은 1조1,1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 이용자 1인당 평균 부채는 6,523달러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

 

자동차 대출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 신규 자동차 대출 건수는 전년 대비 5.2% 늘었는데, 슈퍼프라임과 서브프라임 대출자의 비중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월 상환액 부담이 커지면서 60일 이상 연체된 계좌 비율은 전년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트랜스유니언은 보고서를 통해 “2024년 대출 빈티지(발급 시점 기준)의 연체율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특히 프라임 및 서브프라임 계층에서 신용 실적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용 양극화는 개인 재정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연방법원 행정국(AOUSC)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최근 12개월 동안 전체 파산 신청 건수는 52만9,080건으로 전년 대비 13.1% 증가했다. 이 중 개인 파산은 50만5,771건으로 13.0%나 늘어났다. 경기 둔화와 신용 악화가 서민층의 부채 상환 능력을 빠르게 갉아먹고 있다는 방증이다. 연체율 상승과 개인 파산 증가는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를 더욱 강화시키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연말연시 소비 시즌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올해 연말 소비가 전년보다 3~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는 카드·대출 기반의 ‘부채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소비가 유지되겠지만, 고금리와 신용 한도 축소가 겹치면 내년 상반기부터 연체율과 파산률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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