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김 법무사
조지아주 한인 사회가 거센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9월 4일, 엘라벨 현대–LG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 단속으로 475명이 구금되었고, 이 가운데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자로 확인됐다. 이는 국토안보부 역사상 단일 사업장에서 단행된 최대 규모의 단속이었다. 평소 “합법 비자를 갖고 있으니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던 교민들조차 이번 사건을 보며 깊은 불안에 빠졌다. 한국 정부가 긴급 전세기를 투입해 이들을 송환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이번 사태가 개인 차원을 넘어 양국 관계까지 흔드는 중대한 사안임을 보여준다.
충격은 불과 며칠 뒤 또 다른 파문으로 이어졌다. 9월 8일, 연방대법원이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시행되던 이민 단속 제한 규정을 철회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판결은 6대 3, 보수 우위의 구도로 내려졌다. 이로써 연방 단속 요원들은 외모·언어·직종·위치 등을 근거로 불심검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인종 프로파일링을 합법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고, 인권 단체들은 “합법 체류자까지 표적이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두 사건이 맞물리며 한인 사회 곳곳에서 ‘비자 포비아(visa phobia)’라는 신조어가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아틀란타 지역 교민들의 불안은 특히 크다. “내가 합법 체류자인데도 괜히 단속에 걸리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아틀란타 공항과 대도시 외곽에서 ICE의 불심검문이 보고된 바 있다. 게다가 단기 비자나 ESTA 입국자가 영리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 불법 취업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은 교민 사회의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일부 교회와 한인 단체에서는 긴급 모임을 열어 “서류를 항상 휴대하라”는 안내문을 배포하고 있고, 변호사 단체에서는 “만약 단속을 당해도 당황하지 말고 권리를 행사하라”는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구체적인 준비다. 첫째, 신분 서류를 철저히 소지하고 관리해야 한다. 여권, 비자, I-94 기록, 고용허가증(EAD) 등은 언제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이번 단속에서도 일부 근로자들은 합법 체류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서류를 보여주지 못해 장시간 구금되었다는 증언이 있다. “나는 합법 비자를 갖고 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둘째, 단속 요원의 권한과 본인의 권리를 알아야 한다. ICE 요원이 체포나 수색을 시도할 경우 반드시 판사 서명이 있는 영장을 요구해야 한다. 단순한 행정 영장은 효력이 없다.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묵비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는 기본적인 신원 정보만 제공하면 되고,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수 있다. 언제든 변호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변호사가 도착하기 전까지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 아틀란타의 한 이민 전문 변호사는 “많은 이들이 권리를 알지 못해 스스로 불리한 상황을 만든다”며 “단속 현장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셋째, 기업과 주재원들은 내부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 이후 아틀란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직원들의 비자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단순 출장이라도 업무 목적이라면 반드시 B1 비자를 취득해야 하며, 주재원은 E2 등 적법한 비자를 갖춰야 한다. ESTA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비자 규정을 정확히 안내하고, 불법 취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넷째, 지역 사회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아틀란타는 ICE 지역 사무소가 위치한 만큼 단속 위험이 실질적으로 높다. 한인 사회는 비상 연락망을 구축하고, 교회·단체·변호사 네트워크와 협력해 정기적인 세미나와 정보 공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일부 한인 단체는 핫라인을 개설해 단속 시 즉각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런 공동체적 대응이야말로 위기 상황에서 교민들을 지켜내는 힘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대규모 단속과 대법원 판결이 동시에 이어졌다는 것은, 앞으로 미국 이민 정책이 더 강경하게 집행될 수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합법 체류자라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두려움만 커져서는 안 된다. 준비가 없는 두려움은 공포일 뿐이지만, 준비된 두려움은 위기 대응의 원동력이 된다.
비자 포비아? 결국 준비 안 한 사람이 더 크게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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