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자(시인 수필가)
실내는 아직 에어컨이 작동되고 있는데 문득 신선한 아침 공기에 몸을 추스르며 ‘가을이구나’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된다. 푸른 하늘은 지구별에서 한걸음 물러서 버린 듯 멀어져 있고, 산뜻한 공기 속에 느껴지는 갈색 가을향이 심 호흡을 유도해 낸다. 자연의 순리로 계절을 감각하기 보다 달력 숫자를 짚으며 세월을 넘겨온 터인데 9월 소곡으로 하여 계절 변화를 몸으로 느낀다는 것이 따스한 희망과 위로로 다가온다. 은밀하게 다가온 9월 서곡이 잔잔하게 번지고 있다. 절기상으로 일교차가 커지면서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백로다. 폭염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여름도 우주의 법칙 앞에서는 가을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나 보다. 하늘 빛이 서서히 가을로 물들기 시작했다. 바람결이 어느새 가을 기운을 싣고 온 것이다. 계절의 흐름은 거스를 수가 없음이다. 짙어 진 하늘 빛과 늘어난 숲 그림자가 대변해 주고 있다.
여름이 정점을 찍고 있을 무렵부터 마음은 벌써 가을로 달려가듯 서성대고 있었다. 늘 상 계절 앞에 서면 그랬던 것 같다. 푸근하게 기다린다 거나 머물지 못하고 언제나 저 너머를 서성대곤 했으니까. 미셸 몽테뉴 글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 두려움, 욕망, 희망이 우리를 미래로 내몰고 현재의 의미를 앗아가는 바람에 가까운 미래만이 아니라 자신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죽음 이후의 일까지 염려하며 현재를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다’고 했다. 서두를 것 없는 일들임에도 마음이 먼저 달려 감을 차분히 정돈하며 살아가라고 9월 소곡이 서둘러 찾아 들었나 보다. 가을에게 바통을 넘겨주며 멀어지려는 여름을 추억해야 하는 시간이 바로 코 앞이다. 여름을 향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눈에 선하다. 강렬한 햇살 에너지를 받아 누렸던. 초록들의 대단했던 위력도 그리울 것이다. 찜통 더위를 고스란히 견뎌내느라 마을에 있는 공원을 찾을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주었던 착한 밤바람이 그리워질 것이다.
9월은 알알이 맺혀진 열매들이 익어가는 시간이다. 조금씩 내려앉는 기온을 새겨가며 새롭게 거듭나려는 준비로 9월은 조금은 흥분되고 격앙된 것 같다. 결실의 기쁨과 환희를 만상과 나누려 하는, 풍요를 예약한 9월이다. 결실을 거두어 곳간을 채워둘 수 있는 넉넉한 달로 9월의 이름표를 걸어주고 싶다. 9월로 들어서면 생명의 소리들이 다 모여든 듯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또한 세상 빛이란 빛은 다 쏟아 부은 눈부심으로 모든 가을 풍광을 반짝이게 해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 드는 환절기는 유장한 삶의 흐름에서 잠시 비켜서게 하는 달콤한 정서적 휴식 시간이 되어 주기도 한다. 사계절의 순환현상은 놀랍게도 생을 돌아보게 하고 깨달음을 얻기에 완벽한 장치를 갖춘 아름다움을 실증하는 무대를 선사한다.
아직 무더위가 남아있지만. 입추, 처서를 지났기에 가을 문턱은 넘어선 것이 되겠다. 낮아지는 기온을 몸에 새기면서 새로움을 준비하는 만상들이 9월을 만들어갈 것이다. 9월이 들어서고 바람결이 서늘해 지면 코메리칸으로 살아온 날들이 떠오른다. 이방인의 삶이 지치고 고단할 때면 고국과 고향이 그리워지곤 한다. 언제든 달려가도 포근한 안식을 제공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어머니 품 같은 그리움으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육신이 남겨질 곳이 이 ‘아름다운 나라’ 미국 땅이기에 이 땅에서의 남은 날들을 하늘에 맡기며 감사하는 날들로 하루들을 수 놓으며 살아가려 한다. 가을이 깊어지면 낙엽이 흐드러질 것이고, 연이어 추위와 함께 설경 풍광이 연출될 것이다. 그러 노라면 한 해도 무심코 막을 내릴 것이다.
문득 존재의 근원을 찾아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진다. 기차를 타고 낯선 간이역에서 내려 해바라기가 피어 있는 들길을 걸어보고 싶다. 코스모스가 지천으로 물결치는 산자락으로 숨어들고 싶어 진다. 투명하지 못한 안개 속 같은 세상이지만 이 가을에는 더 나은 안정된 평안 속에서, 더 충만하게 살기를 원하는 심성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고백을 가슴으로 듣게 되기를 소원 드리게 된다. 낯선 땅에서 인생의 절반인, 마흔 번째 가을 맞이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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