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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달라도 된다”…‘신장이식’성공요소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5-08-26 09:37:19

부부 간 생체 신장이식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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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윤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

부부 간 생체 신장이식 증가세…30~40% 수준

혈액형 장벽 사라져 ABO 불일치 비중 40% 달해

혈연관계도 철저한 사전검사로‘면역궁합’따져야

 

“아내가 준 콩팥(신장)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됐습니다.”

50대에 만성 콩팥병(신부전)으로 진단돼 수년간 혈액투석을 받아온 한 남성 환자의 고백이다. 60대 중반의 남편이 버티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다 못한 아내가 자신의 콩팥 한 쪽을 나눠준 것에 대한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신장은 우리 몸에 두 개가 있어 살아있는 사람이 하나를 기증해도 남은 신장이 두 개의 역할을 대신 수행한다. 과거에는 부모와 자녀 또는 형제자매 간 이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이식 현장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부모 세대에서의 기증이 어려워진 데다 자녀는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건강 부담을 이유로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형제자매 역시 건강상의 이유나 나이로 인해 제외되는 사례가 늘면서 부부 간 생체 신장이식이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이식센터에서는 부부 간 이식이 전체 생체이식의 30~40%를 차지할 정도다.

신장이식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는 면역학적 궁합이다. 단순한 혈연 관계나 정서적 유대가 아니라, 수혜자의 면역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는지가 이식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를 위해 조직적합성항원(HLA) 검사와 교차반응검사가 필수적이다. 검사에서 기존 조직이 새로운 장기에 강한 거부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확인되면 가족이라도 이식이 불가능하다. 반대로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전혀 없어도 검사 결과가 양호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혈액형이 달라서 이식이 어렵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과거에는 혈액형이 맞지 않으면 생체 이식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혈액형 장벽도 사라진지 오래다. 항체를 생산하는 면역세포를 제거하는 단일클론항체 ‘리툭시맙' 주사를 투여하거나 혈장교환술, 고용량 면역억제제 조절 등으로 항체 수치를 낮춰 이식 후 거부반응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혈액형이 다른 경우에도 신장이식 후 1년·5년 생존율이 같은 경우와 거의 비슷하다. 현재 국내 생체이식 수술 중 혈액형이 다른 경우의 비중은 35~40%에 달할 정도로 일반적인 치료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수십 년간 경험이 쌓이면서 수술 기술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복강경 기증자 신적출술은 물론 하나의 절개 부위로 신장을 제거하는 단일공(single-port) 수술, 로봇 보조 수술이 대부분의 이식센터에서 시행된다. 

이 같은 최소침습적 치료법은 기증자의 회복 속도를 높이고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수혜자 수술에서도 혈관 문합과 요관 이식법이 정교해지면서 이식된 신장이 수술 직후부터 원활하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령이거나 당뇨병·심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을 동반한 환자도 개별화된 마취·회복 프로토콜을 통해 과거보다 훨씬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이식 성공은 수술실 문을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수혜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이는 감염·고혈압·이상지질혈증 같은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 주기적인 건강검진과 면밀한 관리가 요구되는 이유다. 특히 수술 이후 초기 6개월은 폐렴, 대상포진, 진균감염 등에 취약한 시기여서 집중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기증자도 예외가 아니다. 수술 후 일정 기간 신장 기능 평가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고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새롭게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신장이식은 단순히 장기를 교체하는 수술이 아니다. 과학적 근거와 체계적인 관리, 사람 간의 신뢰가 맞물려야 가능한 복합적인 과정이다. 신장이식의 목표도 생존이 아니라 거부반응 없이 오랫동안 신장 기능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두어야 한다. 여전히 생체이식이라고 하면 “가족이라서 가능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혈연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면역 궁합’이다. 철저한 사전검사를 통해 이식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은 가까운 가족이라도 예외일 수 없다. 면역학적 궁합을 확인하는 과정은 이식의 첫걸음이다. 의학기술의 발전은 이 궁합을 맞추기 위한 다양한 길을 열어주고 있다. 신장 기능이 약해져 오랜 기간 고통을 겪어온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새로운 선택지와 더불어 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이 되길 바란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사진=Shutterstock>
<사진=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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