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본다이·타롱가’평화가 속삭이는… 호주 본연의 품속으로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5-04-24 19:14:31

본다이·타롱가, 호주, 여행,시드니의 애보리진 흔적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호주 시드니의 애보리진 흔적

“저 먼 하늘 아래 내 조상의 땅이 흐르네. 강물을 노래하듯 옛 이야기 전해오는 곳. 모래 위에 새긴 발자취, 바람에 실린 목소리, 별들이 비치는 밤에 내 영혼은 그곳으로 돌아가네.” 호주 원주민 출신 맹인 가수 구루물(Gurrumul)의 대표곡‘위야둘(Wiyathul)’의 노랫말이다. 그의 부족 언어여서 알아듣기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잔잔한 기타 반주에 실린 목소리에서 느낌은 그대로 전달된다. 뮤직비디오에는 호주를 대표하는 명소 대신 바람에 가녀리게 흔들리는 풀잎, 대지를 달군 뜨거운 태양이 담담하게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담겼다. 있는 듯 없는 듯 사그라진 호주 원주민의 운명을 닮았다.‘Wiyathul’은 내가 뿌리내린 곳’, 곧 마음의 고향이다.

 

시드니 본다이비치는 도심과 가까워 현지인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본다이’는 원주민 언어로‘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라는 의미다. 지금은 노천 수영장이 들어섰다.
시드니 본다이비치는 도심과 가까워 현지인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본다이’는 원주민 언어로‘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라는 의미다. 지금은 노천 수영장이 들어섰다.

 

■원주민의 영혼이 깃든 숲, 베리아일랜드 보호구역

시드니 여행객이라면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를 놓칠 수가 없다. 규모가 워낙 압도적이고 모양이 독특해 다리에 오르거나, 공연장 내부에 들어가지 않아도 저절로 보게 된다. 유람선과 여객선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서큘러키를 중심으로 해안을 산책하면 세계적인 두 건축물이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된다. 영국인이 처음 정착한 록스에서는 좌우로 보이고, 로열보태닉가든 끝자락에서는 오페라하우스 뒤로 하버브리지가 겹쳐 보인다.

이들 명소에 매몰되지 않는다면 시드니의 다른 모습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주를 당연히 백인의 나라로 인식한다. 사실 호주에서 외관상 원주민이라 여겨지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곱슬머리에 전통 문신을 새기고 거리 공연을 하는 악사를 가끔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곳곳에 원주민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하버브리지 건너 북측 베리아일랜드(Berry Island) 보호지역도 그런 곳 중 하나다.

호주 대륙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건 길게 잡아 6만5,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특정 지역에 원래부터 거주해온 사람이라는 의미로 흔히 애보리진(Aborigine)이라 부른다. 애보리진은 일개 부족이 아니라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닌 여러 갈래의 사회 집단이다. 원주민 문화 체험을 주관한 현지 여행사(splendourtailoredtours.com.au) 가이드는 베리아일랜드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천 조각을 오려 붙인 것처럼 알록달록한 호주 지도를 꺼내 보였다. 

영국인이 상륙하기 전 호주 대륙에는 약 250~500개의 독립된 사회와 언어 집단이 존재한 것으로 학계는 파악하고 있다. 현지 가이드는 이들 집단을 부족이 아니라 국가(Nation)라 표현한다. 1788년 유럽인이 정착한 이후 원주민의 90% 이상이 학살, 질병, 강제 동화정책 등으로 사라졌고, 현재 사용되는 언어는 10여 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베리아일랜드(실제는 육지와 가늘게 연결된 작은 반도 지형)에 도착하자 원주민 여성 해설사 키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피부색이 조금 진한 것을 빼면 백인과 구분이 되지 않는 외모였다. 골드코스트를 중심으로 집단을 형성한 번줄랑(Bundjalung) 부족 어머니와 유럽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베리아일랜드는 캄머레이갈(Cammeraygal) 부족의 근거지였다. 원주민 문화 체험은 섬 가장자리로 연결된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된다. 먼저 팔뚝에 하얀 가루로 전통 문신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재료는 사암 조각을 문질러 나온 가루(오크레·Ochre)에 물을 조금 부어 만든다. 부족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입구의 조개무지 흔적을 지나 본격적으로 숲 탐방에 나선다. 유칼립투스가 높이 자라고 다양한 관목이 바닥을 덮고 있는 숲이다. 원주민은 이 숲에서 생활에 필요한 위생용품과 약재, 식재료를 얻었다. 체험은 그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지혜를 엿보는 과정이다. 껍질이 벗겨진 유칼립투스에서 응고된 진액을 따서 맛본다. 조금 텁텁하면서도 살짝 단맛이 느껴진다. 치통과 설사에 효과가 있고, 설탕 대용으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잎 하나에 오렌지 50개에 해당하는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다는 사르사파릴라도 있다. 효능이 뛰어나 영국인들이 괴혈병 치료제로 썼다는 식물이다. 아이들이 간식으로 즐겨 먹었다는 야생 배, 신맛이 아주 강한 핑거라임 등 숲이 주는 다양한 과일을 맛보며 이동하니 지루할 틈이 없다.

탐방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비누 효과를 내는 나뭇잎을 비벼 손을 씻은 후 쿨러먼(Coolamon)이라는 나무 용기에 숲의 선물을 조금씩 담아 시식한다. 나뭇가지를 파서 만드는 쿨러먼은 크기에 따라 음식을 담는 그릇도 되고, 아기를 달래는 요람이 되기도 한다. 

한적한 언덕에서 보니 바다 건너 시드니의 스카이라인이 솟아 있다. 키라는 고층 건물이 없었던 230여 년 전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권했다. 눈을 감으면 찰랑거리는 파도, 사각거리는 바람 소리만 스친다. 자연에 감사하며 살아가던 원주민의 일상이 구루물의 선율처럼 평화롭다.

 

■곳곳에 원주민의 영혼, 타롱가동물원과 본다이비치

인근에 타롱가동물원이 있다. 도심 가까이 자연이나 다름없는 대규모 녹지가 있다는 건 축복이다. 동물원은 비스듬하게 경사진 산자락을 활용했다. 지그재그로 난 탐방로는 곧장 어두컴컴한 숲으로 이어진다.

기린, 코끼리, 사자, 침팬지 등은 이곳이 아니라도 볼 수 있는 동물이다. 탐방객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캥거루, 웜벳, 왈라비, 에뮤 등 호주 대륙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동물에게 쏠린다. 그중에서도 코알라 구역이 단연 인기다. 고목에 잠자는 듯 매달린 코알라가 이따금 눈을 뜨거나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면 여기저기서 조심스러운 탄성이 새나온다.

탐방로 곳곳에 ‘NURA DIYA’라는 팻말이 보인다. 시드니 지역 원주민 다루그(Dharug)족 언어로 ‘땅을 따라 걷는 여정’이라는 의미다. 자연을 대하는 원주민의 철학과 삶의 지혜를 존중하는 표현이다. 탐방로가 거의 끝나는 지점의 광장에 다다르면 다시 바다 건너 시드니의 고층 건물이 조망된다. 숱하게 보아온 풍경이 신기루처럼 익숙한 듯 낯설다. ‘타롱가(Taronga)’는 에오라(Eora)족 언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곳’ 또는 ‘아름다운 전망’을 의미한다.

동물원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발모럴비치(Balmoral Beach)는 현지인이 가족 단위로 즐겨 찾는 해변이다. 규모가 크지 않고 사람도 많지 않아 한적하고 오붓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해변 북측 끝자락에는 파도에 깎인 퇴적층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저택이 들어선 해변 언덕은 시드니의 부촌이다. 현지인이 주로 이용하는 바닷가 식당에서 여유와 풍요로움이 묻어난다.

시드니의 대표 해변은 누가 뭐래도 본다이비치(Bondi Beach)다. 시드니 중앙역에서 불과 7km 떨어져 있어서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도 즐겨 찾는다. 폭 100m에 길게 휘어진 해변은 항시 붐비면서도 여유가 묻어난다. 모래사장으로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들어 서핑에 적합하고, 해변 뒤편 넓은 잔디밭에서는 자리를 깔고 일광욕을 즐긴다. 남쪽 바위 언덕 아래에는 바다와 맞닿은 노천 수영장이 들어섰다. 파도가 들이치는 사계절 물놀이 시설이자 인증사진 명소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두루 갖췄으니 시드니 시민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해변이다.

‘본다이(Bondi)’라는 지명 역시 다루그 원주민이 불러온 이름이다.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는 소리’라는 뜻으로 지형적 특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드니 주변에는 이곳 외에도 파라마타, 울런공, 울루물루 등 원주민이 오랫동안 쓰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지명이 수두룩하다.

2008년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정부의 원주민 탄압정책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역대 정부와 의회가 정책적으로 원주민들에게 깊은 슬픔과 고통을 안겼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영국인이 호주에 발을 들인 지 220년이 지난 뒤였다. 

<취재 협조 호주관광청>

<시드니=글·사진 최흥수 기자>

 

로열보태닉가든 해변에서는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겹쳐 보인다.
로열보태닉가든 해변에서는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겹쳐 보인다.

 

 

코알라는 타롱가동물원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물이다.
코알라는 타롱가동물원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물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ICE 단속 피해 도주하다 추돌사고...교사 사망
ICE 단속 피해 도주하다 추돌사고...교사 사망

16일 서배나서...과테말라 국적 남성DHS "추방명령 받은 불법체류자" 조지아에서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 의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차량이 추돌 사고를 일으켜 지역 학교 교사가

애슨스 도심, 보행자 중심 문화공간 탈바꿈
애슨스 도심, 보행자 중심 문화공간 탈바꿈

'칼리지 스케어' 재개발 시작  에슨스 도심이 보다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크게 탈바꿈된다.애슨스 다운타운 개발청은 최근 애슨스 다운타운 내 가장 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칼리지 스케어

근무 중 총격 피살 우체부...25만달러 현상금
근무 중 총격 피살 우체부...25만달러 현상금

우정국, 용의자 정보 제보 당부 근무 중 총격 피살된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 우체부 사건과 관련 연방 우정국이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고 범인 검거에 나섰다.연방 우정국은 16일  이번

흑인·소외계층 인권운동의 거성 제시 잭슨 목사 별세
흑인·소외계층 인권운동의 거성 제시 잭슨 목사 별세

인종차별·사회적 불평등에 수십년간 '양심의 목소리'소외계층 세력화…비공식 외교로 인질협상 성과도한국과도 인연…1986년 김대중 연대·2018년 한반도 평화 촉구  미국의 저명한 흑

[브라운 대학교 (Brown University)] 자녀의 성공적인 대학 진학을 위한 학부모 가이드 – 입학 준비 가이드
[브라운 대학교 (Brown University)] 자녀의 성공적인 대학 진학을 위한 학부모 가이드 – 입학 준비 가이드

1. 서론: 자유와 지성의 요람, 브라운 대학교학부모님 여러분, 23년 동안 미국 대학 입시를 지도하며 수많은 인재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지켜봐 온 대학 입시 전문가 앤

한국 입국시 육류 반입 ‘주의보’… 비프저키도 ‘압수’
한국 입국시 육류 반입 ‘주의보’… 비프저키도 ‘압수’

설 전후 특별검역단속 강화육류·유가공품·반려견 사료과일·묘목·흙까지 제한미신고시 1천만원 벌금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인천본부세관 직원들이 휴대품 검

“미국인 일자리 위협” 취업비자(H-1B) 존폐 논란
“미국인 일자리 위협” 취업비자(H-1B) 존폐 논란

합법이민 규제 강화속 공화, 폐지법안 발의에 10만불 수수료 반발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불체자 이민 단속 뿐 아니라 합법 이민에 대한 족쇄도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

레드 와인이 화이트 와인보다 건강에 더 좋을까?
레드 와인이 화이트 와인보다 건강에 더 좋을까?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폴리페놀 등 항산화 성분 심혈관 개선 효과 주목실제 건강상 이점 있으려 훨씬 많은 양 섭취해야 소량도 암 위험↑… “건강 위한 음주는 무의미” 레

‘몰아서 자기’는 오히려 ‘독’… “평소보다 2시간만 더”
‘몰아서 자기’는 오히려 ‘독’… “평소보다 2시간만 더”

무작정 늘린 잠은 오히려 피로 불러와 기상 시간 2시간 넘게 늦추진 말아야 평소에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라면 연휴를 그간 밀린 잠을 한꺼번에 보충할 수 있는 절호의

케빈 워시 연준의장 후보… 금융계는 ‘대체로 신뢰’
케빈 워시 연준의장 후보… 금융계는 ‘대체로 신뢰’

월가 출신 금융위기 때 큰 역할 FRB 인플레 관리력 강하게 비판높은 금리에서 인하로 입장 선회 인하 시 신용카드 등 단기 금리↓  연방준비제도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