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 동물은 모유를 떼고 난 뒤부터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Lactase) 분비가 점차 줄어든다. 그래서 유당불내증, 즉 우유를 다량 마시면 분해되지 않은 유당이 대장에서 박테리아를 만나 발효하면서 구역감과 복통, 잦은 방귀, 설사 등 증상을 겪게 된다.
고고학계는 화석연구 등을 통해 청동기시대 이후에야 서유럽 일부 유목민족에게 일종의 돌연변이로 성인이 된 뒤에도 락타아제를 지속적으로 분비하는 ‘유당 분해효소 지속증’이 나타났으며 그 경우에도 일반적이진 않아 유럽 청동기인 가운데 저 인자를 획득한 것은 5~10%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영국 요크대 고고학 연구팀은 약 6000년~4400년 전 유럽 신석기 초중기 고인류 화석 7구의 치아에서 베타-락토글로불린(BLG)이라 불리는 우유 단백질 성분을 검출했다고, 2019년 9월9일 ‘고고학-인류학 저널’ 논문을 통해 밝혔다. 즉 고인류는 유당을 분해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불편을 감수하며 우유를 섭취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신석기 인류가 우유를 소량만 섭취했거나 치즈나 요거트 등 발효식품 형태로 가공해 섭취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화석인류와 함께 발굴된 유물에서 우유를 가열-가공한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고인류가 유당불내증을 견디며 우유를 먹은 까닭에는 여러 설이 있다.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서라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지만, 사실 인류는 7200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치즈를 만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증상을 덜 느끼며 영양을 섭취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우유에 포함된 면역인자를 섭취하기 위해서라는 설,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는 설도 있다. 영국 브리스틀대가 이끈 국제공동연구팀은 2022년 연구에서 약 6500만 년 전 출현한 극소수 유당내성 유전자는 약 3000년 전 닥친 극심한 기근과 전염병 등을 거치며 저 인자를 지닌 이들의 생존율이 높아져 유전자도 크게 확산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