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의 일종인‘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은 심장박동이 느닷없이 빠르게 불규칙해지는 질환이다.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흔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국민 질환’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심방세동 자체는 돌연사를 유발하는 위험한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심방세동 때문에 생긴 혈전으로 뇌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기에 조기 진단ㆍ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진은선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에게서 심방세동 증상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고령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부정맥 ‘심방세동’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지 않고 빨리 또는 느리게 불규칙적으로 뛰는 질환을 부정맥이라 한다. 부정맥 범주는 매우 넓어 그 자리에서 돌연사하는 부정맥에서 무시해도 되는 부정맥까지 다양하다. 진은선 교수는 “심방세동도 부정맥의 하나로, 65세 이상에게서 10%가 경험할 만큼 매우 흔하다”며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심장 이상 현상으로 심방이 가늘게 떨려
심장은 규칙적으로 온몸에 피를 순환해 주는 펌프다. 위 부분에 있는 심방(心房)의 ‘동결절’이라는 부위에서 전기를 만들어 아랫집인 심실을 규칙적으로 수축시킨다.
그런데 동결절이 아닌 심방의 다른 부위에서 마치 불꽃놀이 하듯 후루룩 전기가 튀면서 심방이 가늘게 떨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심실도 영향을 받아 혈액이 힘차게 방출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이 심방세동이다.
◇두근두근 불규칙한 심장박동…가슴 답답·숨찬 느낌 호소
심장이 콩닥콩닥 두근거리거나, 불규칙하게 뛰기에 불안한 느낌이 든다. 실제 어떤 환자는 심방세동인지 모르고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다가 오는 예도 있다. 심박출량이 감소하다 보니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찬 느낌, 무력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증상이 아예 없기도 한다. 일단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환자는 매우 당황하게 된다. 당장 심장이 멈출 것 같은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방세동이 생겨도 당장 심실(心室)의 박동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위 부분이 떨게 되면 아래 부분도 일시적으로 불규칙하게 뛰지만 돌연사를 유발하는 건 아니다.
◇심장에 혈전 생겨 뇌경색 위험
심방세동이 돌연사를 일으키는 질환은 아니지만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심방세동 환자의 30%가 평생 한 번 이상 뇌졸중을 경험할 정도다.
심방이 파르르 떨면 안에 있던 피가 심실로 내려가지 못해 고이고, 그 결과 피가 뭉쳐 혈전이 생기는데,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뇌혈관을 막으면서 뇌경색이 발생하는 것이다. 진은선 교수는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히면서 시시각각 뇌세포가 죽기에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거나 평생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심방세동은 조기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 보통 심전도 검사로 진단하는데, 환자가 종일 증상이 지속되는 지속성 심방세동에는 심전도 검사로 쉽게 진단된다.
하지만 가끔씩 나타나는 발작성 심방세동에는 심전도를 몸에 부착하고 지속적으로 심전도를 기록하는 생활 심전도 검사를 받게 된다. 하루에서 2주일까지 다양한 기간에 검사할 수 있어 부정맥 발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만일 1년에 몇 번씩만 증상이 생길 정도로 증상이 뜸하다면 평소 들고 다니다가 부정맥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간이 심전도 기기를 이용한다. 이 밖에 심장 부위 피부에 작은 칩을 넣어두고 기록하는 삽입형 심전도 기록장치도 있어 3년까지 기록할 수도 있다.
◇스마트워치로 이상 점검했다면 병원서 정확한 진단 필요
최근 스마트워치가 보급되면서 부정맥 경고 문구가 떠서 병원을 찾을 때가 많다. 실제로 증상이 없는 심방세동 환자도 꽤 있으므로 이런 경고가 뜨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하지만 스마트워치가 잘못 판독하는 사례도 꽤 많으므로 스마트워치에서 이럴 때도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는 게 원칙이다. 병원에 올 때는 심장 상태를 보여주는 결과를 출력해 종이로 가져오면 좋다.
◇초기에는 약물 치료로 증상 조절
심방세동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항응고 치료다. 당뇨병ㆍ고혈압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지, 나이ㆍ뇌경색 전력 등을 참고해 점수를 매기고, 기준을 넘어 혈전이 생길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약을 처방을 한다.
다른 하나는 심방세동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다. 심방세동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발작성일 때는 비교적 초기이므로 약으로 정상 리듬을 유지해주는 치료를 한다.
◇약물 치료 효과 없으면 ‘고주파 도자 절제술’ 시행
약을 써도 부정맥이 강하게 튀어나오는 환자는 고주파로 해당 부위를 지져주는 ‘고주파 전극 도자 절제술’이나 ‘냉동 풍선 시술’을 하게 된다. 두 가지 시술 중 어떤 게 좋다고 할 수는 없고 비슷한 결과를 보인다. 심방세동의 다양한 원인 부위를 한 번에 시술할 수 있는 고주파 도자 절제술이 많이 쓰인다.
고주파 도자 절제술은 다리 정맥 부위를 부분마취한 뒤 관을 삽입해 심장까지 밀어 넣어 시술하는 방식이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아 부담이 적고, 통증과 위험성도 높지 않다.
◇금주·금연은 기본…심장박동 이상 느껴지면 병원부터
알코올은 심장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워낙 유명한데, 특히 과음은 직접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때문에 다른 어떤 치료보다 술을 줄이거나 끊는 것이 중요하다. 담배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건강에 백해무익한 것이니 금연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진은선 교수는 “무엇보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발생한 경우, 걱정만 하지 말고 무조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병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