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 외 외부결제 허용해야
15~30% 수수료 수익 사라질 판
미국 법원이 구글의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의 외부 결제 허용과 타사 앱 장터 제공을 강제하고 나섰다. 한국이 선제적으로 도입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과 유사한 내용으로 제도가 변경될 경우 구글의 모바일 결제 수수료 수익 악화가 예상된다. 지금껏 외부 앱 설치를 개방히면서 앱 스토어 시장의 경쟁자인 애플에 비해 독점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구글이 반독점법 수렁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제임스 도나토 미 샌프란시스코 연장지방법원 판사는 구글과 에픽게임즈 간 소송 결과에 따른 ‘영구적 금지명령(Permanent injunction)’을 내렸다. 2020년부터 진행돼 지난해 12월 에픽게임즈가 1심 승소한 반독점 소송 결과에 따라 구글이 이행해야 할 사항을 구체화한 것이다. 법원은 구글 플레이를 통해 설치한 앱도 구글 페이가 아닌 외부 결제를 허용토록 했다. 한국이 2021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과 같은 방식이다. 또 기존에는 웹페이지 등을 통해 별도 설치해야 했던 타사 앱 장터도 구글 플레이에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더해 구글 플레이 독점 출시나 경쟁 앱 장터를 만들지 않는 대가로 앱 제작사에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없도록 했다.
구글 입장에서는 외부 결제 허용이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구글과 애플 등 모바일 운영체제(OS) 개발사는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모바일 앱을 제공하고 앱에서 결제가 발생할 때 15~30%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외부 결제가 허용되면 구글 플레이에서 설치한 앱도 외부 링크 등을 통한 우회 결제가 가능해져 개발사와 사용자가 별도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앱 장터를 구글 플레이에 등록하라는 명령은 경쟁 활성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 설치가 가능한 애플 iOS와 달리 자유롭게 외부 앱 설치가 가능하고, 구글 플레이 외 앱 장터도 허용해왔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내장된 ‘갤럭시 스토어’와 국내 통신 3사와 네이버가 합작해 만든 ‘원스토어’가 대표 사례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구글 플레이가 기본으로 설치돼 있고, 구글은 경쟁자인 타 앱 장터를 구글 플레이에서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타 앱 장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 설치 파일을 구해야 했다. 미 법원은 구글이 이를 통해 구글 플레이의 지배력을 높여 왔다고 판단한 셈이다.
반독점법 위반 판결의 핵심 원인이 된 리베이트 또한 그간 경쟁 앱 장터 운영이 이뤄졌기에 따라온 결과다. 애플은 모든 앱 유통을 통제하는 ‘갑’의 위치로 개발사에게 리베이트를 줄 이유가 없는 반면 구글은 인기 앱이나 게임을 구글 플레이에 붙잡아 두기 위한 유인책을 펼쳐왔고, 배심원단은 리베이트를 독점성 유지를 위한 행동으로 봤다.
구글은 “법원에 보류 중인 변경 사항을 일시 중지하도록 요청하고 항소하겠다”며 즉각 반발했다. 구글은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이번 판결은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가 분명한 경쟁 관계라는 당연한 사실을 놓쳤다”며 “대부분 안드로이드 기기는 이미 두 개 이상 앱 장터가 설치돼 있는 상태로 출고되고 이는 아이폰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항소 결과 구글이 최종 패소한다면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소송 과정에서 에픽게임즈가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2021년 구글은 구글 플레이 수수료로 120억 달러(약 16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다운로드 서버 운영비 외엔 특별한 비용이 들지 않아 영업이익률이 70%를 상회했다고 한다. 최종 패소한 구글이 ‘꼼수’로 대응할 가능성 또한 남아있다. 실제 구글과 애플은 국내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시행된 후 외부 결제를 허용하는 대신 다른 명목으로 26%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구글과 애플에 총 68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럽연합(EU)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라 유사한 상황에 봉착한 애플도 외부 결제와 타 앱 장터를 허용하는 대신 ‘핵심 기술 수수료’를 새로 부과해 EU 내 반독점 조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경제=윤민혁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