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bp 인하, 시장불안 해소”
“50bp 내리려면 빨리 해야”
이번 달 기준금리 인하 개시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인하 폭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금리 결정을 며칠 앞두고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나온 경제 지표가 혼조 흐름을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RB·연준) 관련 인사들도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금리 결정과 관련, 25bp(1bp=0.01%포인트·베이비컷)와 50bp(빅컷) 인하 견해가 박빙인 만큼 연준이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6일 발표된 8월 비농업 고용은 전월 대비 14만2,000명 늘어 시장 기대(16만명가량)에 못 미쳤고 6∼7월 고용 증가 폭도 대폭 하향 조정돼 우려를 키웠지만, 실업률은 4.2%로 나와 기대에 부합했다. 11일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해 시장 예상과 같았으나 근원 CPI(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은 예상치 0.2%보다 높은 0.3%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5일까지만 해도 25bp와 50bp 인하 전망이 각각 59%, 41% 수준이었는데, 이후 전날까지 86%, 14%로 조정됐다가 이날 다시 57%, 43% 수준으로 바뀐 상태다.
이날 발표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기대에 대체로 부합했지만, PPI 분석 결과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8월에 완화됐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빅컷 기대감을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은 연준이 일반적으로 점진적 인하를 선호하며, 이를 통해 정책 효과를 판단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작부터 50bp를 내릴 경우 경기 둔화에 대한 시장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또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에 자산시장 가격이 랠리를 펼치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11월 대선을 앞두고 빅 컷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지낸 제임스 불러드는 최근 “(50bp 인하 시) 연준이 중립 금리(물가 상승·하락을 야기하지 않는 금리 수준)로 매우 빠르게 갈 것이라는 시장 기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클라리다 전 연준 부의장과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50bp 인하에 따른 시장 불안을 우려했다. 메스터 전 총재는 “50bp 주장이 나올 수 있지만 이를 둘러싼 (시장과의) 의사소통이 복잡하고 그러한 어려움을 감수할 만한 강력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연준이 이번 달과 12월에 각각 25bp를 인하하는 등 완만한 속도로 정책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내년 125bp에 이어 2026년 75bp를 추가 인하, 25개월간 10차례에 걸쳐 250bp 인하가 있을 것으로 봤다.
피치는 비교적 완만한 금리 인하 속도를 예상하는 이유로 “여전히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할 일이 있다”면서 CPI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 2%를 웃도는 상황을 거론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경기 둔화를 우려해 당장 50bp 인하를 주장 중이며, 11월이나 12월에 50bp 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를 9월로 당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연준 주장처럼 인플레이션과 고용 상황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연준이 중립 금리 수준으로 더 빠르게 내려가고 싶어 할 것이라면서 “논리적으로 더 빠른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이어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 금리보다 150∼200bp가량 높은 가운데 노동시장 둔화 위험이 있다면서 “50bp 인하를 위해 강력한 논거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은 감소한 반면 고용이 하강할 위험은 증가한 상황”이라면서 고용시장 안정을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