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내 집 마련이 힘든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에서도 올라도 너무 오른 집값이 단연 첫 번째 이유다. 집값이 급등하기 전에는 ‘30% 규칙’이 주택 구입시 흔히 적용됐다. 주택 비용으로 소득의 30% 넘게 지출하면 안 된다는 재정적 조언이다. 그런데 이제 이런 조언은 어림도 없는 소리가 됐다. 집값이 너무 올라 소득의 30%로 살 수 있는 집을 찾는 일은 불가능 해졌기때문이다.
10년 넘게 해결 안 되는 주택 매물 부족이 원흉
대출 신청 전 이자율 비교, 크레딧 점수 올려야
▲ 웬만한 소득으로 감당 힘든 집값
온라인 재정 정보 업체 너드월렛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평균 집값은 43만 9,000달러를 기록했다. 생애첫주택구입자의 평균 다운페이먼트 비율인 8%와 최근 모기지 이자율을 적용하면 월 모기지 페이먼트는 약 3,500달러(재산세, 주택 보험료, 모기지 보험료 포함)로 25~44세 첫주택구입자의 중간 소득 대비 무려 49%에 해당한다. 30% 규칙을 크게 벗어난 비율로 주택 비용 부담이 가계부를 위협할 만큼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이는 전국 평균 집값을 적용한 사례일 뿐 남가주처럼 집값이 살인적인 수준인 지역은 주택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너드월렛에 따르면 첫주택구입자가 LA에 내 집을 마련하려면 소득의 115%를 지출해야 하고 샌디에고(88%), 샌호제(73%) 등의 도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너드월렛의 엘리자베스 렌터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지역의 월 모기지 페이먼트 수준은 첫주택구입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라며 “더 많은 다운페이먼트를 준비하는 등 특단의 방법이 없으면 내 집 마련은 꿈도 꿀 수 없다”라고 리얼터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 주택 구입난 최대 원인은 ‘매물 부족’
모기지 이자율이 올라서 집 사기 힘들어졌다는 말이 많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3년의 기록적으로 낮은 이자율과 비교하면 크게 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 평균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으로 내 집 마련이 힘든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을 사기 힘들어진 가장 큰 이유로 주택 매물 부족을 꼽는다. 매물은 부족하고 주택 수요는 늘고 있어 집값이 10년 넘게 상승 곡선을 이어가는 것이 주택 구입난의 가장 큰 이유다.
팬데믹 발생 직후 주택 매물이 급감했지만, 매물 부족 현상은 이미 이전부터 있어왔다. 모기지 이자율이 떨어지면 기존 주택 보유자에 의한 매물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신규 주택이 대량으로 공급되거나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고서는 매물 부족 현상은 당분간 쉽게 해결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크다.
▲ 무리해서 사는 순간 ‘하우스 푸어’
새 규칙으로 여겨지는 49% 규칙에 따라 주택 구입에 소득의 절반을 지출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모기지 대출을 받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모기지 페이먼트를 포함, 총부채 비율이 월 소득의 43%를 넘으면 모기지 대출 승인을 받기 힘들다. 설사 모기지 대출 승인을 받아 주택을 구입해도 주택 비용으로 나가는 돈이 너무 많아 ‘하우스 푸어’(House Poor)로 전락하기 쉽다. 하우스 푸어는 집은 있지만 다른 데 쓸 돈이 없어 생활이 팍팍해진 사람들이다. 여행이나 외식은 줄이면 되지만 은퇴자금이나 비상 자금 마련에 영향을 받으면 크레딧 카드와 같은 고리 대출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모기지 페이먼트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다운페이먼트를 악착같이 더 모으거나 구입 가격대를 크게 낮추는 방법밖에 없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내 집 마련을 위해 투잡, 쓰리잡을 뛰는 바이어도 많고 집안에 안 쓰는 물건을 중고 매매 사이트에 팔아서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바이어는 이른바 ‘하우스 해킹’(House Hacking) 전략을 활용해 내 집 마련에 시도하기도 한다. 하우스 해킹 대상의 주택은 2유닛 이상인 다세대 주택이다. 여러 유닛 중 한 유닛에 직접 거주하고 나머지 유닛을 임대해 발생하는 수익으로 대출을 갚고 주택 관리비로도 활용하는 내 집 마련 전략이다.
▲ 반드시 여러 은행 이자율 비교
모기지 대출을 신청할 때는 반드시 여러 대출 기관이 제시하는 이자율을 비교해야 한다. 대개 현재 거래 중인 은행, 크레딧 유니온, 융자 중개 업체, 커뮤니티 은행 등 적어도 3곳 이상의 대출 기관과 상담을 하도록 권고된다. 각 대출 기관이 발급하는 ‘융자 견적서’(Good Faith Estimate)를 요청하면 은행별 이자율과 수수료 비용 등을 더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다.
이처럼 발품을 파는 노력만으로도 이자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여러 대출 기관으로부터 제시받은 이자율 간 0.86%포인트나 차이가 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별로 큰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30년 만기로 따지면 많은 이자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출 기관 두 곳은커녕 한 곳에서 받은 이자율로 모기지 대출을 신청하는 바이어가 대다수다. 온라인 대출 업체 렌딩트리가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어 중 54%는 대출 기관 한 곳과 상담한 뒤 모기지 대출을 받았다.
▲ 크레딧 점수 최대한 높이기
크레딧 점수를 높이는 방법으로도 낮은 이자율을 받을 수 있다. 신용평가기관 에퀴팩스에 따르면 올해 3월 평균 크레딧 점수는 705점으로 ‘적정 수준’(Good)으로 조사됐는데 적정 수준의 크레딧 점수로는 가장 낮은 이자율을 받기 힘들다.
가장 낮은 수준의 이자율을 받으려면 크레딧 점수를 ‘우수’(Very Good) 또는 ‘매우 우수’(Excellent) 수준으로 분류되는 750점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크레딧 점수가 750점 이상인 바이어는 ‘불량’(Bad)으로 분류되는 650점 미만 바이어보다 약 0.39%포인트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크레딧 점수를 높이려면 사용 금액을 기한 내에 갚는 것 외에도 사용 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도 대비 사용액을 30%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크레딧 카드 씀씀이를 관리해 비율을 최대한 낮춰야 단기간에 크레딧 점수를 높일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