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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내 나이가 어때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4-18 11:39:03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연방의회 인근 한 약국에서 처방전에 따라 일부 의원에게 알츠하이머 약을 리필해 주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있다. 몇 년 전의 일로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등 파문이 일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첫째는 의료 비밀의 누설과 관련한 법적 시비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알츠하이머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의 사람이 연방의원과 같은 중요 직책에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었다. 파문이 일자 인터뷰 당사자인 약사는 잘못 전해진 내용이라는 뜻의 해명을 내놨고, 지금도 인터넷에 들어가면 이 기사가 검색된다.  보도에 인용된 이름을 보면 공교롭게 이 약사는 한인으로 추정된다.

새삼 이 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미국 고위 공직자, 특히 선출직 공직자의 고령화가 꾸준히 문제로 제기되기 때문이다. 원로 통치는 일부 국가에서는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일이다. 대표적인 곳이 바티칸. 독립 국가이기도 한 바티칸은 국가 원수인 교황이 연로할 뿐 아니라, 각료 등을 맡고 있는 고위 성직자들의 나이가 많다. 이슬람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이란도 최고 권력자는 시아파 고위 성직자의 직책인 아야톨라가 붙는 경우가 많다. 고령일 수밖에 없다. 

공산 국가에도 이런 현상이 보편적이던 때가 있었다. 냉전 당시 구 소련의 정치국원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도 얼마 전까지 노장 원로 정치의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종교 국가나 전체주의 국가가 아닌 데도 노령의 고위 공직자가 많다. 서방 국가 중에서는 이색적이라고 이야기된다. 대통령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은 35세, 연방상원은 30세, 연방하원 의원은 25세 이상이면 출마할 수 있다. 현재 최고령 상원의원은 아이오와 출신의 척 그래슬리. 올해 90세로 43년째 상원의원인데 은퇴계획이 없다. 83세인 낸시 펠로시도 하원의장에서는 물러 났으나 올해 다시 출마한다. 당선되면 19연임. 미치 매코넬도 81세까지 공화당 하원을 지휘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과 루스 긴스버그 대법관은 모두 현직에 있을 때 사망했다. 각각 90세와 87세.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는 정년 퇴직이라는 말이 들리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어느 조직에서든 알게 모르게 밀려나게 마련이지만 잘못하면 ‘연령 차별’을 이유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라고 모든 직종에 정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요세미티 등 국립공원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공원 관리인(park ranger)의 정년은 57세. 연방 법무부에 속한 법 집행관(law enforcement officer)도 57세가 정년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업무 면에서 이들보다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는 대통령과 연방의원 등 고위 공직자들에게 연령 제한이 없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많다. 일괄적인 연령 제한이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 대안으로 대통령 후보가75세이상이면 정신적인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시험(mental competency test)을 보게 의무화하자는 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니키 헤일리가 제안했던 이 안은 당시 상당한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레이건은 고령이 이슈가 됐던 전직 대통령이다. 캠페인 당시 상대 후보는 이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연임에 성공했던 그가 퇴임했을 때 나이는 77세.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이 대통령에 취임할 때 나이가 모두 레이건 보다 많다. 지난해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은 4분의3, 트럼프는 절반 가까이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고 응답했다. 당사자들은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입장이지만 유권자들의 생각은 이랬다. 이번 선거 내내 이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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