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들끼리 언쟁하다 총 꺼내 서로 격발…용의자 "멍청했다" 후회
22명의 사상자를 낸 미국 캔자스시티의 슈퍼볼 우승 축하 행사장 총격 사건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우연한 말다툼이 무고한 두 아이의 엄마를 살해하는 비극으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캔자스시티를 관할하는 잭슨 카운티의 진 피터스 베이커 검사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격 사건의 주요 용의자 2명인 도미닉 밀러와 린델 메이스를 살인과 불법 무기 사용 등 중범죄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이 사건에 연루돼 총기 관련 혐의와 체포 저항 혐의로 기소된 청소년 2명에 이어 추가로 기소된 성인들이다.
베이커 검사는 이들 두 사람이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으며, 현장에서 말다툼에 휘말려 범행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베이커 검사의 발표에 따르면 처음에 메이스와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 사이에 말싸움이 시작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스가 품에서 권총을 꺼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이어 거의 곧바로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각자 총을 꺼내 격발했다. 또다른 용의자인 밀러 역시 메이스에게 반격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이들의 근처에 있다가 총에 맞아 숨진 여성 엘리자베스 로페스-갤번은 밀러가 쏜 총탄에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메이스와 처음에 언쟁을 벌인 사람이나 희생자 모두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생면부지의 관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베이커 검사는 이 사건에 연루돼 함께 총을 쏜 이들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총을 쏜 모든 사람에게 그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BC 방송이 법원에 제출된 진술서 내용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현장에서 총을 처음 쏜 인물인 메이스는 2발을 쐈다고 말했고, 반격한 밀러는 4∼5발을 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메이스에게 왜 먼저 총격을 가했는지 묻자 그는 "멍청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답했다.
이번에 기소된 메이스와 밀러 두 사람 역시 현장에서 총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ABC 방송은 전했다.
이 사건이 벌어진 시점은 지난 14일 오후 2시께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지역 연고 팀인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슈퍼볼 우승을 축하하는 퍼레이드와 무대 행사가 끝난 직후였다. 행사장 한쪽에서 벌어진 총격으로 모두 23명이 총에 맞고 이 가운데 1명이 숨졌다.
희생자인 로페스-갤번은 남편, 두 아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으며 지역 방송국 DJ로 일하며 주민들에게 사랑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 현장에는 군중 100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정됐으며, 경찰 800여 명이 현장에 배치됐지만 총격을 막지는 못했다.
<연합뉴스>